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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몸들을 위한 디자인 - 장애, 세상을 재설계하다
사라 헨드렌 지음, 조은영 옮김 / 김영사 / 2023년 2월
평점 :
나의 NO.1 인생드라마 #미스터션샤인 에 이런 대사가 있다.
유진: "저 여인 하나 구한다고 조선이 구해지는 게 아니오."
애신: "구해야 하오. 어느 날엔가 저 여인이 내가 될 수도 있으니까."
난 이 말이 남의 말 같지 않다. 세월호 참사도, 10.29 참사도, 강릉 급발진 의심사고도.. 항상 그렇다. 그래서 관련 보도가 지속되면 활개치는 지긋지긋하다, 적당히 좀 하란 식의 반응들이 소름끼치도록 싫고 무섭다. 가만히나 있지, 이미 상처투성이인 가슴을 산산이 부서뜨리기까지 하는 그치들은 정말 모르는 걸까, 어느 날엔가 자기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장애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언제든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경우보다 후천적으로 장애인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이 책에도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은 인물들이 다수 등장하는데 그중에는 모처럼 떠난 휴가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져 장기간 혼수상태에 있다 깨어났더니 팔다리가 모두 절단되어 있었던 신디도 있다.
만에 하나 나에게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난 그녀처럼 현실을 받아들일 자신도, 설령 받아들인대도 이후의 삶에 잘 적응할 자신도 없다.
하지만 삶을 포기하기보다는 신디처럼 그리고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장애인이 그랬듯 새로운 몸을 적응시키며 일상을 회복하고, 그에 필요한 도구를 찾아내지 않을까. 그래야만 하고.
다운증후군이 있는 아이를 키우면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디자인들이 '모든 몸'을 위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은 저자는 '다른 몸'을 위한 디자인들을 살펴봄으로써 '누구도 불편하지 않은 세상'에 한발 다가가고자 이 책을 썼다.
장애가 개인이 아닌 사회문제라면 이런 책에 관심을 쏟는 것도 사회적 문제 해결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하는 길이 아닐는지. 아니, 사회문제까지 갈 것 없이 언젠가 나의 일이 될 지도 모르니 관심을 가져보자.
📚장애인은 언제나 자신의 몸과 구축된 세계 사이에 자리한 장벽을 마주하고 살아왔다. 그들이 오랫동안 던져온 질문이 우리 모두에게 새삼 강렬하게 다가온다. 잃은 것을 복원하는 것만이 바람직한 미래인가? 아니면 거듭 상상되길 요청하는 새로운 가능성들이 있을까? 우리가 함께 개조해나갈 곳을 발견할 단서는 어디에나 있다. 신경써서 살펴보기만 한다면.-p.10~11
📚장애 연구는 몸과 세상의 이런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서로 대비되는 두 가지 유용한 모델을 제시한다. 순수한 의학적 모델에서는 손상의 위치가 몸이며, 손상된 몸을 가진 사람이 책임을 진다. 즉, 장애에 대한 대처, 생존, 극복, 그 외의 모든 가능성에 대해 개인이 자신의 개별적인 조건과 싸워야 한다는 말이다. 반면 장애의 사회적 모델에서는 시나리오가 몸에서 주변으로 확장된다. 거기에는 어떤 식으로 구성되었든 몸이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는 것을 가능 또는 불가능하게 만드는 도구, 시설물, 교실, 보도 그리고 인간의 번영을 이루는 제도와 경제라는 더 큰 구조가 포함된다. 사회적 모델에서 장애를 살아 있는 경험으로 만드는 것은 몸의 조건과 세상의 형태 사이의 상호작용이다. 따라서 장애란 개인의 문제만이 아닌 사회의 문제이다.”-p.31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일인칭 복수형 ‘우리’는 대부분 거짓이다. 우리가 누구인가? 한 사람의 제한된 경험을 분별없이 근시안적으로 일반화하는 데 사용되는 말이 바로 ‘우리’이다. 우리의 개별성과 특이성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 책에 나오는 장애와 디자인에 있어서 우리는 실재하며 보다 근원적이다. 우리의 몸이 모두 똑같다는 뜻이 아니다. 그보다는 모두에게 닥칠 부적합 상태로 인해 삶에 찾아올 위험 부담을 보편적으로 공유한다는 뜻이다.-p.54~55
#도서협찬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