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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기는 사과, 취미는 반성입니다 - ADHD, 학교에 가다
조은혜 지음 / 아퍼블리싱 / 2021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1205/pimg_7365851653218505.jpeg)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딱 내 이야기 같아서 와닿았다.
책을 펼치고 나서 정말 단숨에 읽어나간 책은 오랜만인듯하다.
두 아이의 엄마로 아이를 키우며 겪은 혹은 겪어 나가고 있는 이야기를 감사하게도 책으로 펼쳐주어서 비슷한 또래의 비슷한 성향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다행이다.
ADHD아이의 부모로 산다는 건 어떨지 그 동안에는 TV나 주변 이야기로만 들어왔는데 이렇게 긴 호흡의 책으로 접해본건 처음이라 호기심이 가득했다.
아이의 이야기를 하는 건 괴롭다고 고백하며 시작하는 책이라니. 엄마로서 부모로서 너무나 공감이 갔다.
목차를 살펴보니 괴로울법도 하겠다 싶다.
책의 주인공 아이는 ADHD진단을 받았다. 부모로서 그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무너질 법도 한데, 저자는 까짓거 맞으면 어떻고 아니면 어때? 라는 마인드로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줬다.
학교에 가기전 유치원을 그만두게 되었는데, 그 시간이 돌이켜 보니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아이와 둘만의 시간을 켜켜이 쌓아가며 엄마나름대로 홈스쿨링도 진행했다. 이틀에 한번씩 도서관에 가고 등산을 하며 좋아하는 미술놀이를 마음껏 하게 해주었다는 걸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나도 내년 초등입학을 앞둔 첫째가 있고, 동생이 태어나고부터 아이가 아기였을때는 보이지 않았던 모습들을 보이며 나의 마음을 애태운적이 많았다.
동생이 태어나고, 이사를 했으며 다니던 어린이집을 옮기고 나니 아이는 방황을 했다. 나와 자주 트러블이 생기고, 화가 많아졌다. 동생이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하고, 어린이집에 적응하기 매우 힘들어했었다.
도움을 받고 싶은 마음에 여러 방면으로 상담도 받았고, 불안도가 높은 아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행동과 감정조절에도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이대로 방치하면 ADHD 진단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엄마로서 너무 미안했고, 죄책감이 컸다. 한다고 했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도 같았다.
동생도 있었기 때문에 오로지 첫째에게만 시간을 쏟을 수 없었기에 마음이 바빠졌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일주일에 하루 아이와의 데이트날을 정한 것이다. 올해 3월 중순부터 데이트하는 날을 정해두고 꾸준히 지켜오고 있는데, 아이는 일주일중에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동생과 경쟁하지 않고 엄마를 독차지 하기 때문에 일단 마음도 여유롭고 웃을일이 많아졌다. 책 주인공처럼 홈스쿨링까지는 아니지만 나도 아이랑 도서관도 가고, 산책도 하고 공원에 소풍도가고, 텅빈 놀이터를 누비며 놀기도 한다. 입학하기 전까지 그 시간들을 충분히 쌓아주고 싶기에.
동생도 있고 초등입학 전부터 입학 후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정말 많이 공감하며 읽어내려갔다.
중간중간 아주 유용한 팁들이 나오는데, 나에게 꼭 필요한 팁들이 많아서 적어두고 자꾸 보기로 했다.
<ADHD 아이와 대화하기 >
1."왜 그래?" 사용 금지 - 질문이 아닌 질책이다
2. 한 번에 하나씩 지시하기 - 우선순위를 정하기 어렵다
3. 거절은 길게 - 대안을 주어 아이가 선택하게 하기
4. 반복해서 설명하기 - 기억할 때 까지 되풀이하기
5. 아이의 감정에 호소하기 - 공감능력이 높은 아이들은 때로는 논리보다 효과적
6. 본인에게 닥칠 수 있는 불이익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기 - 행동을 멈춰야 할 이유를 알리자
책을 읽다가 눈물이 앞을 가리게 된 부분이다.
책의 주인공 아이가 엄마에게 질문한 내용인데, 나도 아이에게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일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아이에게 많이 화를 냈던 어느 날 밤 잠자기 전 아이가 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엄마, 난 엄마가 화내면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아."
아이의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덜컹 하고 내려앉으면서 내가 순간 아이에게 무슨짓을 한거지 싶었다. 아이를 꽉 끌어안아주며 정말 정말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 절대 그렇지 않다고, 너가 쓸모없어서 엄마가 화를 낸게 아니라 엄마가 엄마 감정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서 너에게 화를 내버린것이라고. 세상에서 엄마가 가장 사랑하는 건 바로 너라고 이야기해주며 아이를 안고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던 밤이 떠올랐다.
아이도 다 느끼고 생각하고 있었다. 본인 잘못이라고 탓하고 있었던 것이다.
책의 주인공인 아이가 입학을 앞두고 저자가 얼마나 마음을 조마조마하며 보냈는지 자세히 나와 있는데, 딱 지금 내 마음이다. 이번 겨울이 지나면 학교에 입학하는 아이가 새로운 곳에 적응을 잘할 수 있을지, 불안감이 높아져서 행동을 조절하기 힘들어하면 어떻게 된지 사실 두려움이 앞선다.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이지 않고,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기로 하는데 나였어도 아마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다. 약을 먹이는게 결정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라는데 깊이 공감한다. 책의 주인공 아이는 대견하게도 스스로 각오했던 것이 잘 통했는지 변화를 보여주었고, 약을 먹이지 않고 성장해가는 중이다.
이 책은 저자가 밝히듯 ADHD 아이의 극복기가 아니다. 현재 진행중인 성장기다. 나 역시 첫째아이와 여전히 성장해가는 중이다. 지금의 문제행동이 아이가 크면서 나아질 수도 있겠고,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너무 미리부터 걱정하지는 않기로 했다. 아이의 불안감이 아예 사라질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런들 어떠하리. 나와 아이는 우리둘만의 방식으로 또 지혜롭게 잘 헤쳐나갈거라 믿는다.
너무나 내 이야기와 비슷하여 나를 사로잡았던 책이기에 참 소중하다. 부모라면, 특히 엄마라면 느낄 수 있는 마음들이 문장으로 표현되어 그 글을 읽는 순간 내 마음을 누가 알아준 기분에 위로가 된 기분이다.
책 속의 아이도 우리 아이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해가기를 빈다.
위 서평은 책자람 까페를 통하여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