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어 바깥에서 - 노예와 여성, 노동자와 소수자가 바꾼 쓰기의 역사
박홍규 지음 / 틈새의시간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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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으로 살아가며 사회의 제도와 시선 속에서 소외를 경험할 때면, 같은 소수자의 범주에 놓인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아왔을지 궁금해지곤 한다. 그런 관심으로 신청한 박홍규 작가님의 『표준어 바깥에서』는 문학 작품 너머에 존재했던 작가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한 책이다.

처음 소개한 작가는 이솝이었는데, 그가 노예였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위대한 작품 뒤에 가려져 있던 작가의 삶과 그가 마주했을 차별을 생각하니 우화를 읽는 시선도 달라질 것 같았다.

이솝 외 여러 인물 중, 특히 마야 에켈레브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계급과 교육, 빈곤과 문화, 무관심의 울타리를 하나씩 몸으로 부딪치며 살아낸 그녀. 다섯 아이를 키우는 어려운 형편에도 한국 아이들의 겨울옷을 걱정했다는 대목에서는 타인을 향한 넉넉한 마음에 감탄했다. 독방에 갇혀 있어도 책이 있으면 고독하지 않고, 책이 없어도 이미 자기 안에 책이 있다는 말 역시 오래 마음에 남았다.

강경애의 삶을 읽으며 여성의 배움과 자립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았던 시대를 돌아보았다. 지금 당연하게 누리는 배움의 기회가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쟁취해야 할 것이었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도, 그 길을 걸어간 여성들의 용기를 생각하게 되었다.

주어진 환경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열정을 끝까지 지켜낸 사람들. 그들의 목소리가 있었기에 문학은 더 풍성해졌고, 우리는 사회의 울타리 바깥에 놓인 이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책을 덮으며 나에게는 어떤 울타리가 있는지, 그리고 나는 그 너머의 사람들을 얼마나 바라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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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코
곰민정 지음 / 한림출판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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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코』는 어느 날 아침, 코가 거꾸로 되어버린 아이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처음에는 ‘왜 코가 거꾸로 됐을까?’를 고민하는데, 그 이유를 산토끼 노래를 거꾸로 불러서라거나 나만 코에 혀가 닿는 데 성공해서라거나 하는 식으로 상상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역시 아이들의 상상력은 어른이 따라갈 수가 없는 것 같다.

거꾸로 된 코 때문에 세수할 때 물이 들어가고, 코딱지를 파기도 어렵고, 비가 오면 빗물이 코로 들어오는 등 불편한 일이 한가득 생기지만 아이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스포이드로 콧물을 빼내는 방법을 생각해내고, 코털을 멋지게 길러 꾸며볼 수도 있고, 작은 벌레들의 쉼터가 되어줄 수도 있겠다며 점점 자기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삶에 적응해간다. 마지막에는 코바람으로 눈을 만들어 눈사람에게 작은 친구를 만들어주겠다는 상상까지🥹

책을 읽기 전의 나라면 코가 거꾸로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제 어떡하지…’ 하고 막막했을 것 같은데, 이 아이는 불편한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낸다. ‘이렇게 된 김에 나름 잘 살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랄까. 귀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해서, 어른인 나도 조금 배웠다.

곰민정 작가님의 글과 그림도 정말 사랑스러웠는데, 중간중간 마틸다, 레옹, 가위손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나와서 더 반가웠다. 어린 독자들이 나중에 이 영화들을 알게 된 뒤 다시 책을 펼친다면 ‘아, 여기 이런 재미가 숨겨져 있었구나!’ 하고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겠다 싶었다.

정말 기발하고 귀여운 상상력이 가득했던 책.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도 모르게 ‘내일은 또 어떤 코가 되려나?’ 하고 웃게 되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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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의 언어 - 소리, 몸짓, 냄새로 소통하며 진화해 온 생물들
롭 던 지음, 송근아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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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자연을 지배하고 파괴한다는 인간중심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지구상의 생명들이 서로 연결되어 ‘상리공생’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책이였다.

책 속에 등장하는 공생의 사례들이 생각보다 훨씬 흥미로웠는데, 평소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무화과와 말벌의 관계를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말벌이 수분을 돕고 무화과 꽃 속 안에서 생을 마감하며 번식하는 과정을 읽고 있자니 자연의 세계가 이렇게까지 정교하게 연결되어 있구나 싶었다.🥹

최근 사회적으로도 자주 이야기되는 고양이와 인간의 관계를 다룬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 과거 인간과 고양이가 서로에게 이득을 주고받으며 공존해 왔던 역사를 따라가다 보니, 지금의 우리는 동물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할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평소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아 쉽게 하찮게 여기기 쉬운 미생물과 구더기가 폐기물을 자원으로 바꾸고 지구를 지키는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을 뿐, 이 지구는 정말 수많은 생명들의 관계와 연결 속에서 유지되고 있었던 것이다.

지속 가능한 삶을 생각한다면 결국 인간만의 노력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 같다. 미생물부터 동물, 인간에 이르기까지 지구라는 무대 위 모든 생명이 이미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자연을 마음대로 이용하고 지배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 바라보고 싶을 때 읽어보면 좋을 책인 것 같다! 너무 시의 적절한 책...☺️

(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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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아프고 열이 나면 빨리 오세요 ㅣ 파랑새 사과문고 100
박성희 지음, 차상미 그림 / 파랑새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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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아프고 열이 나면 빨리 오세요』는 병원을 배경으로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아픈 순간들을 따뜻하게 들여다보는 동화다. 바른 자세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소아청소년과, 한의원, 안과 등 여러 공간을 배경으로 서로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아이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마음속에 담아둔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었다. 친구와의 다툼을 쉽게 말하지 못하는 한결이, 하고 싶은 말을 삼키다 귀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듣게 된 아이, 서로에게 마음을 닫았던 아빠와 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아이들에게도 어른 못지않게 복잡하고 섬세한 마음이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그중에서도 ‘말하지 못한 마음’을 귀에서 들리는 소리로 표현한 부분이 특히 좋았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이 결국 나에게 어떤 울림으로 남는다는 것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는 상상력으로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었다. 사과하기 어려운 마음, 부모를 이해해가는 과정,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가는 슬픔처럼 아이들이 경험하는 감정들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아서 더욱 오래 마음에 남았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충분히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많다. 오히려 어른이 된 뒤에는 아이들의 마음뿐 아니라 그 곁에 있는 부모와 가족의 마음까지 함께 바라보게 되어 또 다른 감상을 남긴다.

무엇보다 따뜻한 글과 포근한 그림이 잘 어우러져 각각의 이야기에 온기를 더한다. 때로는 뭉클하고, 때로는 마음이 아프다가도 마지막에는 사랑스러운 아이의 모습에 웃음 짓게 되는 책. 아픈 몸을 치료하는 병원 이야기 속에, 결국은 말하지 못한 마음까지 살펴주는 따뜻한 시선을 담아낸 동화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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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손님 ㅣ 레인보우 그림책
마니 지음 / 그린북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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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조카한테 선물한 『낙엽 손님』🍂 마침 가을이 찾아온 이 시점에 읽으니 너무 시기적절한 동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계절감에 맞는 책은 그 계절에 읽어야 더 좋은 것 같아🥹

책 속 낙엽은 부모 낙엽을 떠나 새로운 터전을 찾아가는데, 그 과정에서 ‘바람 기차’를 탄다는 설정이 너무 귀여웠다.ㅎㅎ 작가님의 상상력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그렇게 호기롭게 떠났지만 막상 도착한 곳들이 낙엽에게 잘 맞지 않았고,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해 좌절하고 슬퍼하는 모습이 조금 짠하기도 했는데, 마지막에는 ‘그래도 괜찮아’라는 마음으로 끝나는 게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꼭 처음부터 나에게 딱 맞는 곳을 찾지 못하더라도 괜찮고, 조금 헤매고 돌아가더라도 결국 나에게 맞는 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처럼 느껴져서 좋았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그리고 여전히 삶의 방향을 잡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어른에게도 전하는 그 메시지가 따뜻하게 느껴져서 나에게도 은근히 위로가 되는 책이었다.

가을이 깊어질 때 아이와 함께 읽으면 계절을 더 예쁘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그림책🍂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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