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 평점을 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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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

이상한 뜻이 없는 나의 생계는 간결할 수 있다 오늘 저녁부터 바람이 차가워진다거나 내일은 비가 올 거라 말해주는 사람들을 새로 사귀어야 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의 자서전을 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익숙한 문장들이 손목을 잡고 내 일기로 데려가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찬비는 자란 물이끼를 더 자라게 하고 얻어 입은 외투의 색을 흰 속옷에 묻히기도 했다’라고 그 사람의 자서전에 쓰고 나서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문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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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나는 통영에 가서야 뱃사람들은 바닷길을 외울 때 앞이 아니라 배가 지나온 뒤의 광경을 기억한다는 사실, 그리고 당신의 무릎이 아주 차갑다는 사실을 새로 알게 되었다

비린 것을 먹지 못하는 당신 손을 잡고 시장을 세 바퀴나 돌다보면 살 만해지는 삶을 견디지 못하는 내 습관이나 황도를 백도라고 말하는 당신의 착각도 조금 누그러들었다

우리는 매번 끝을 보고서야 서로의 편을 들어주었고 끝물 과일들은 가난을 위로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입술부터 팔꿈치치까지 과즙을 뚝뚝 흘리며 물복숭아를 먹는 당신, 나는 그 축농 같은 장면을 넘기면서 우리가 같이 보낸 절기들을 줄줄 외워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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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주의보

이틀 내내 비가 왔다

미인은 김치를 자르던 가위를 씻어
귀를 뒤덮은 내 이야기들을 자르기 시작했다

발밑으로 떨어지는 머리카락이
꼭 오래전 누군가에게 받은 용서 같았다

이발소에 처음 취직했더니
머리카락을 날리지 않고
바닥을 쓸어내는 것만 배웠다는
친구의 말도 떠올랐다

미인은 내가 졸음을
그냥 지켜만 보는 것이 불만이었다

나는 미인이 새로 그리고 있는
유화 속에 어둡고 캄캄한 것들의
태가 자라는 것 같아 불만이었다

그날 우리는 책 속의 글자를
바꿔 읽는 놀이를 하다 잠이 들었다

미인도 나도
흔들리는 마음들에게
빌려온 것이 적지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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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소비는 없다
최원형 지음 / 자연과생태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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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기.
알고 는 있었지만
어렴풋이와 구체적 앎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 만큼이나
다르다.

결국 생활에 소비는 계속 되겠지만 그 소비들이 일으키는 부작용과 문제점을 생각하면서 하는 소비는 똑똑한 소비가 되고 조금이나마 덜 나쁜 소비가 될 것이다.

하지만 정말 거대한 문제들이...있다
한반도 7개 크기의 해양 플라스틱섬과
텅비어가는 바다와 그로 인해 잡히지 않는 탄소와
어업을 비롯한 산업계 이익과 소비하는 인간으로의 길들이기와 양심의 가책 없는 소비인간들들들

내가 할 수 있는 건 작은 선택 하나.
소비할 때의 작은 기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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