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반격 - 2017년 제5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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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술술 잘 읽힌다. 요즘 같이 빠름을 중시하는 세상에서 잘 읽힌다는 건 장점이다. 특히 문학이라고 하면 어렵다거나 졸립다고 하는 분들이라면 마음 편히 읽어도 좋다. 연애 소설의 두근거림을 느끼고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밀당을 보고 싶은 분에게도 권한다.
단점이라면 이야기 진행이 빠르다 보니 사건 해결에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부분이 있었다. 여자 주인공인 지혜가 부장에 대해 험담하는 대목에선 요새 그렇게 매너없이 살면 후배에게도 한 소리 듣지 동의하며 고개를 주억거렸지만 남자 주인공인 규옥이 지혜에게 눈살 찌푸려지는 대상이었을 부장에게 한방 먹이겠다고 한 행동이 사이다 같다기 보다는 사내 집단 따돌림의 시작을 떠올리게 했다. 뭐 그렇게 쪽지에 강하게 쓰지 않으면 어지간해서는 말을 안 들을 고집센 나이이기는 하지만 그런 쪽지를 보내는 게 멋있다기 보다는 철없고 생각이 부족해보였다. 전개 또한 예상한 대로 흘러가 맥이 빠졌다. '알고보니 나쁜 사람이 아니였네요. 오해해서 죄송, 데햇.'이란 느낌이었다고 할까. 지혜와 규옥의 일명 '썸'도 다른 장르 소설이라면 흥미롭게 읽었을 것을 여기선 원래 다른 진지한 메시지를 던지려 했을 텐데도 둘의 관계만 유독 도드라져 이야기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아리송했다. 규옥의 정체가 알고 보니 부잣집 귀한 도련님이었다는 것도 역시나였다. 지혜가 다면적이고 어느 정도 공감되는 것과 달리 너무나 평면적인 캐릭터다. 지혜는 일인칭 주인공이니 속내를 독자에게 다 내보여 내가 그렇게 느꼈을지 모르지만 규옥이 그렇게 행동을 하는 이유가 맥락없어 보였다. 의사 아버지에게 반발하여 그렇게 됐다고 하면 너무 드라마 같지 않나. 뭐 이렇게 불평을 늘어놨지만 문체가 간결하고 이야기 전개가 속도감 있는 건 마음에 든다. 좀 더 캐릭터를 연구한다면 더 흥미롭고 재미있는 소설을 장래 쓰실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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