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추적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
아카가와 지로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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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 두 번째 권이다.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를 읽기 시작할 즈음엔 고양이가 홈즈라니 '장화 신은 고양이'처럼 의인화한 고양이가 등장해 빵모자와 체크무늬 코트,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물고 점잔을 빼며 의자에 앉아 추리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런데 막상 책장을 열고 보니 홈즈가 직접 추리하지 않고 왓슨 역이라 할 가타야마 형사가 홈즈가 마음 내킬 때만 툭툭 던져주는 힌트를 받아들고서 과거의 명탐정들 비스무레한 무대를 마련하여 사건을 관객들에게 해명해준다. 이 장면에선 <<명탐정 홈즈>>란 일본 만화에서 주인공 코난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해결하는 모리 사설탐정을 떠올렸다. 물론 본 사람은 다들 알겠지만 모리 탐정은 코난이 쏜 마취총으로 잠들어 사건 해결 자체도 모리 탐정이 아닌 코난이 한다. 그런 면에선 가타야마 형사가 모리 탐정보다는 한 수 위라고 해야 할까. 가타야마 형사는 그 정도로 얼빠지지는 않아 직접 풀이를 하나 홈즈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실마리를 놓쳤을 사건들이 수두룩하리라. 과연 영묘. 홈즈는 그렇게 노골적이지 않으면서도 적확하게 힌트를 집어준다. 가타야마 형사도 영 바보는 아닌 게 그 암시들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그럴듯한 추리를 펼쳐나간다. 지금은 홈즈 밑에서 수련(!)을 쌓는 중이지만 얼마 안 지나 그에 못지않은 명형사가 되지 않을까 짐작한다. 바람직한 형사, 탐정에겐 반드시 있어야 할 자질인 고운 마음 씀씀이와 바른 자세만큼은 보장하니까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물론 고소공포증에 여성 공포증 등 형사로선 그다지 탐탁지 않은 약점들이 잔뜩 있긴 하나 홈즈와 여동생의 도움으로 언젠가 극복하지 않을까.
본문을 벗어나 작가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해보려고 한다. 아카가와 지로의 소설은 속도감 있는 전개에 간결체라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간다. 그런데 뜻밖에 줄거리는 짜임새 있다. 이번 편에서도 사건 전개에서 몇 번 뒤통수를 맞는데 앞서 힌트를 줬기에 독자를 설복게 한다. 그런 면만큼은 아카가와 지로를 타고난 이야기꾼이라 부를 만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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