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은 - EP 5집 Nomad Syndrome (Limited Edition)[쥬얼 케이스]
최고은 노래 / 블루보이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사오년 전 잠비나이 단공에 최고은이 게스트로 나왔을 때 처음 라이브로 노래를 들었다. 그때는 노래 잘하고 기타도 잘 치는 여성 인디 가수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전 ebs 스페이스 공감 방송에 나오기에 별 생각없이 보다 이 앨범에 실린 곡들을 해줄 때 반해버렸다. 방송의 곡 순서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이 앨범의 첫번째 곡 'Anaspora 아나스포라'를 듣고 푹 빠졌다. 듣고 이렇게 취향을 저격하는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었다니 왜 여태 알지 못했지 조금 후회했다. 아마 포크라는 장르에 대한 나만의 선입견 때문에 멀리 했으리라.
첫번째 곡인 '아나스포라'는 시작 부분의 규칙 바른 드럼 소리와 기타 선율이 귀를 천천히 잡아끈다. 이어서 겹쳐지는 바이올린 소리는 감정을 북돋우고 다른 악기들과 조화를 이루며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그리고 터져나오는 최고은의 원시를 느끼게 하는 소리. 곡명인 '아나스포라', 귀향과 연관을 짓는다면 타의로 고향을 떠나야했던 사람이 우여곡절 끝에 돌아오면서 외치는 함성. 같은 앨범의 다른 곡들과 달리 구체적인 가사는 없어 인스트루멘탈 뮤직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최고은의 목소리가 얹어지지 않았다면 곡은 완성에 이르진 못했을 것이다.두번째 곡 'Highlander 하이랜더'는 영어 노랫말에 국악 창법을 활용하여 독특하다. 역시 스페이스 공감 방송을 보고 최고은이 국악을 전공했다는 걸 알았는데 이 곡은 국악과 양악이 멋지게 잘 어우러졌고 전공자 답게 국악 창법도 어색하지 않다. 노랫말은 처음엔 가볍게 흘려들어 어떤 내용인지 몰랐으나 앨범 가사지를 보고서야 재작년 촛불집회의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말함을 알았다. 환희에 가득찬 노랫말을 보며 최고은이란 가수가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았다. 세번째 곡과 네번째 곡 역시 영어 노랫말로 한국어가 아니라서 우선 처음 들었을 때 노랫말에 끌려가는 일 없이 노래 자체에 집중하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다섯번째 곡 '가야'는 이번 앨범에서 유일하게 한국어 노랫말이다. 판소리 같은 노랫말과 곡 구성, 창법이 흥미롭다. 드럼과 기타 같은 서양악기를 활용하는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판소리 느낌을 잘 살려냈다. 마지막 곡 '아이엠워터 I Am Water'는 자유를 노래하는 노랫말이 첫 곡과 이야기상으로 이어지는 듯하다. 고향을 잃어야했고 잊어야했던 사람이 자유를 찾아 돌아오는 모습이 떠오른다.
독특한 음악을 좋아하고 국악과 서양 음악의 접목을 어색해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들어도 후회하지 않을 음반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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