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 최초의 은수자들은 3세기 후반 이집트에서 나타났다. 처음에 사람들이 살지 않는 험한 땅으로 향했던 사람들은 세상의 유혹뿐 아니라 적대와 박해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그러나 밀라노 칙령 이후 수도자의 수는 교회가 사회적 명망을 얻는 것에 비례해 증가했다. 수도 생활을 향한 4세기와 5세기 그리스도교인들의 열정은 ‘사막이 도시가 되었다‘는 말로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다. - P119

한 이야기를 보자. 악마들이 사탄의 궁전에서 사탄에게 경배하며 그들이 최근 행한 악행을 보고한다. 첫 번째 악마는 폭동과 전쟁을 일으켜 많은 피를 흘리게 했다고 보고한다. 그러나 사탄은 그것이 한달이나 걸렸다는 사실에 악마를 태형에 처한다. 두 번째 악마는 바다에 폭풍을 일으켜 배들을 침몰시키고 여러 선원을 물고기 밥으로 만들었다고 보고한다. 하지만 그 일을 하는 데 20일이 걸렸다는 사실에 사탄은 두 번째 악마 또한 혹독한 형벌에 처한다. 세 번째 악마는 결혼식에 나타나 불화를 조장하고 결국 신랑을 죽음으로 몰았다고 보고하지만, 이 또한 열흘이 걸렸다는 사실에 사탄은 세 번째 악마의 나태함을 크게 꾸짖으며 채찍질한다. 네 번째 악마가 사탄에게 보고한다. 자신은 40년 동안 사막에서 수도자 한 명을 끈질기게 유혹한 끝에 마침내 그가 밤에 음란한 생각을 품게 했다고 보고한다. 이를 들은 사탄은 왕좌에서 일어나 네 번째 악마에게 다가가 입을 맞춘다. 그리고 왕관을 씌워주며 자신의 곁에 앉도록 한 뒤 말한다.

참으로 용맹한 일을 했구나. - P124

그리스도교 국가, 곧 대다수 거주민이 그리스도교 신앙을 고백할뿐 아니라 국교가 그리스도교이거나 그리스도교였던 국가들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곳은 아르메니아다. 300년경 아르메니아 왕가가 세례를 받은 후 아르메니아는 그리스도교를 국교로 채택했다. 로마 제국이 밀라노 칙령을 공표하여 그리스도교인들에게 신앙의 자유를 인정하기 약13년 전의 일이다. - P129

아르메니아 그리스도교가 국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전하는 이야기들은 과장되었을 수 있다. 토착 종교는 꽤 오랜 세월 아르메니아에 존속했다. 그러나 그리고르의 주도로 아르메니아에는 일정한 조직과 위계를 갖춘 국가교회인 아르메니아 정교회가 설립되었다. 각지에 교회가 건축되었고, 옛 신전들은 교회로 개조되었다. 수도원들도 들어서기 시작했다. 아울러 에치미아진에는 주교좌가 설치되었다. 이러한 증거들은 아르메니아에서 그리스도교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렸다는 것을 시사한다. - P132

451년 칼케돈 공의회 이후, 다른 ‘오리엔트 교회들‘과 함께 아르메니아 교회는 콘스탄티노플과 로마의 제국 교회와 상통 관계를 단절했고, 506년에는 이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이 분열로 인해 아르메니아 그리스도교는 고립된다. 7세기, 아르메니아가 이슬람 세력에 정복되자 교회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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