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측 이탈 방식)이 하락한 성과를 회복시키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예민한고객과 둔감한 고객이 혼재되어 있는 것이 가장 좋다. 예민한 고객은 기업이 원상회복하도록 피드백 메커니즘을 제공하며, 둔감한 고객은 기업이 원상회복하도록 시간과 돈을 제공해준다. 물론 전통적 관점에 따르면 고객이 민감할수록 경쟁적 시장이 기능하기에 유리하다. - P71
지금까지의 주장은 여러 기업이 경쟁한 결과 시원찮은 것으로 판명된 제품은 압력을 받음으로써 혹은 그에 따르는 해결책을 통해 도태될 것이라는 전제를 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전제를 버리더라도 단일 기업이 단일 생산자인 경우보다 여러 기업이 경쟁하는 경우가 오히려 열등한 해결책일 때도 있다. 여러 기업이 경쟁을 하게 되면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는 끊임없는 환상, 즉 경쟁사의 제품을 구매하면 불량 제품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환상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독점체제 하의 소비자는 있지도 않은 ‘개선된‘ 제품을 열심히 찾아 헤매는 대신 포기하고 다른 데서 행복을 찾을것이다. - P75
급진적인 평론가들은 안정적인 정당체제가 구축된 사회에서 거대 정당들 간의 경쟁이 실제로는 ‘진정한 선택‘적 대안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물론 경쟁적인 정당체제가 없다고 해서 시민들이 근본적인 사회·정치적 변화를 이룰 수 있을지는 (논의의편의를 위해 근본적인 변화가 바람직한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두고 봐야 할 문제다. 그럼에도 경쟁적 정당체제가 없었더라면 일어날 수도 있었을 혁명의 가능성이 경쟁적으로 보이는 정당체제 때문에 집권당에 대한 순화된 불만족에 그치고 만다는 급진적 평론가들의 주장은 옳다. 비록 이러한 순화 능력이 일상적으로는 자산이 되겠지만 어떤 경우에는 짐으로 변하는 상황을 상정해볼 수 있을 것이다. - P76
개략적으로 보면 항의는 이탈의 잔여 범주로 취급할 수 있다. 이탈을 택하지 않은 사람은 누구나 항의를 택할 수 있고, 이경우 이탈에서와 마찬가지로 항의의 정도는 품질에 대한 수요의 탄력성에 달려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인과관계가 반전된다. 즉 항의를 표시할 잠재력이 있다면 항의의 실질적 수준은 수요가 얼마나 비탄력적인가 혹은 이탈의 기회가 얼마나 제한적인가에 달려있다. - P87
이러한 발견에서는 두 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첫째, 교육 문제와 연결시켜보면 일반적으로 ‘삶의 질‘로 개념화된 다수의 기본적인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항의 방식이 특히 중요하다. 그 결과 결코 비현실적이지는 않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결론을 하나 제시하자면, 이러한 기본적인 서비스의 경우 품질 저하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항의 방식이 필요하고 이는 저품질의 범주보다는 고품질의 범주에서 쉽게 발현될 수 있기 때문에 상류층, 중류층, 하류층 사이의 삶의 간극은 더욱 확연해질 것이다. 이것은 특히 상향적인 이동성을 가진 사회에서 더욱 그러할 것이다. 하나의 사회계층에서 다른 사회계층으로 옮겨가는 통로가 제한된 사회에서는 항의 방식에 의존할 가능성이 자동적으로 강화된다. 모두 자신이 속한 위치에서 삶의 질을 방어하기 위한 동기부여가 강할 것이다. 위로의 이동성이 강한 사회에서 상류 계급과 하류 계급 사이의 격차는 점차 벌어지고 경직되어가고 있다. 반면 이러한 현상은기회의 균등과 사회적 상향 이동성이 조화를 이루어 효율성과 사회 정의를 보장하는 것이 오랫동안 당연시된 문화에서는 쉽게 관찰하기 어렵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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