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드러난 몸
폴라 구더 지음, 오현미 옮김 / 도서출판 학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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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 구더(1969년생)는 옥스퍼드 퀸즈 칼리지에서 신약성서학을 전공한 영국 신학자이자 성공회 평신도 독서자(lay reader)입니다. 그녀는 현재 세인트 폴 대성당의 canon chancellor(참사회장, 성공회 조직에 관하여 잘 모르지만 이렇게 번역될 것 같네요) 입니다 . 이전에 리폰 칼리지, 킹스 칼리지, 더럼대학교 등에서 가르쳤으며, 성서공회 상임 신학자(2013~2017년)와 버밍엄 교구 선교, 학습 및 개발 책임자(2017~2018년)로 재직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을 톰에게 헌정할 정도로 톰 라이트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폴라 구더는 이 책에서 몸에 관한 바울의 일반적인 견해를 다룹니다. 소위 바울의 인간학적인 개념의 중심은, 프뉴마, 프쉬케, 사르크스, 소마로 흔히 영, 혼, 육신, 몸으로 번역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개념들이 바울이 이런 단어들을 사용한 용례에 따라서 해석되는 것이 아니라 통속적인 기독교적인 이해에 따라 해석된다는 점입니다. 기독교는 보통 영혼 구원에 대해서 말한다거나, 금욕주의가 온전한 기독교적 실천이라거나, 인간은 몸과 영과 혼 이렇게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한다거나 하는 것 말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통속적인 이해의 근원을 바울에게 돌립니다. 폴라 구더는 이는 정당하지 않으며, 바울의 인간학적 개념들의 미묘한 맥락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육신과 몸이라는 단어를 구분하지 않고 이해한다거나, 혼과 영이라는 단어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그리고 이는 육신과 몸은 벗어버려야 할 부정적인 대상이며 혼과 영만이 인간의 주요 본질이라는 오해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하지만 각각은 엄밀히 구별되는 개념이며, 심지어 몸으로 번역되는 그리스어인 ‘소마‘는 바울이 부활의 상태를 언급하는 단어인 ‘프뉴마티코스(신령한)‘와 연결되기도 합니다. 몸(소마) 자체는 중립적인 개념입니다. 이러한 개념들에 대한 이해없이 바울서신을 읽는다면, 수많은 부분에서 막히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문제제기는 불트만 때 이미 등장했습니다. 한동안 바울신학의 중요한 주제로 다뤄졌고, 바울에 대한 새 관점 논의가 주요 담론이 되면서 한쪽으로 미뤼졌었고 최근에 간혹 이런 식으로 간략히 정리된 책들이 나올 뿐입니다. 폴라 구더의 이 책에는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지만 해당 주제에 관해 다시 한 번 환기시키는 데 의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진지한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이 믿는 바에 대해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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