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에 관한 새 관점
제임스 D.G. 던 지음, 김선용 옮김 / 감은사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임스 D.G. 던은 신약학자로 케임브리지에서 C. F. D. Moule 지도로 박사학위 논문을 썼습니다. 노팅엄 대학과 더럼 대학에서 신약학을 가르쳤습니다. 한국에는 바울의 새관점 학파(?)의 대표 학자 중 한 명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흔히 새관점 학파라고 하면 N. T. 라이트 주교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학문적인 업적 면에서 라이트은 던에 비교할 바가 못됩니다. 역자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소위 ‘바울에 대한 새관점‘이란 논의의 장으로 학자들을 끌어들이면서 학문적인 논의를 주도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바울에 대한 새관점 논의가 시작되었던 1980년대 초의 논문입니다. 이 논문에서는 던의 새관점에 대한 주요 논점과 기존 바울신학과의 차별점을 대략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주로 언급되는 내용은, 유대교 혹은 유대주의에 대한 기독교 내의 인식의 전환을 시도한 E. P. 샌더스의 ‘언약적 율법주의‘에 대한 던의 평가와 갈라디아서 2장 16절에 언급된 ‘율법의 행위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던의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주로 율법의 행위들에 대한 해석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던은 이것이 할례와, 음식법 등을 의미하며, 결국 이것들이 당시 유대인들의 민족적 표식으로 작용했고, 이방인 선교에 집중했던 바울이 이러한 민족적 배타성을 비판했다는 식으로 해석을 합니다. 이런식으로 샌더스의 언약적 율법주의를 보완하고, 바울의 율법에 대한 태도를 보다 정합적으로 설명하는 데 성공한 것 같습니다.

언악적 율법주의, 은혜의 종교, 하나님의 의, 의롭게 됨, 루터주의적 관점, 율법의 행위들과 율법의 차이 등등 복잡한 신학적 개념이 특별한 부연설명 없이 사용되고, 기존 논의에 대한 던의 비판과, 던에 대한 다른 학자들의 비판이 간단하지만 밀도있게 다뤄지는 통에 짧은 책이지만 꽤 공을 들여 읽을 필요가 있는 책입니다. 게다가 초기 논의이다보니 다듬어지지 않은 표현도 다수 등장합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바울에 대한 새관점 논의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이 논의에 뛰어든 학자들이 누구며 각자가 어떤 입장인지 대략적으로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얻는 게 많은 것 같습니다. 다만 바울에 대한 새관점의 개론서는 아니니 관련서적을 먼저 읽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한 때 톰라이트 열풍이 분 적이 있어서 새관점 관련된 책은 그나마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독일학자들의 책은 대부분 번역이 안되어 있으니 전반적인 논의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은 있습니다.

책 좀 읽는 개신교인들이 무슨 볼드모트처럼 대하는 자유주의의 화신인 불트만이 사실 새관점의 입장에서는 고전적이고 보수적인 입장이라는게 재밌습니다. 그냥 다 믿는 새관점의 톰 라이트도 무슨 빌런 취급당하고 있는 한국 현실에서꾸준히 이렇게 읽을 만한 책이 번역된다는 게 기적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