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중세사 강의
서양중세사학회 엮음 / 느티나무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우선 이 책의 의의부터 말하자면, 국내 학자들이 집필한 최초의 서양 중세사 개설서라는 점을 빼 놓을 수 없다. 기존의 개설서로 대표적인 브라이언 타이어니, 시드니 페인터의 <서양중세사>는 교과서적인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고 부피도 방대해 다소 무거운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또 뒤비의 <프랑스 문명사> 상권과 르 고프의 <서양중세문명>은 중세의 성격과 특징들에 대해서는 생생한 느낌을 전달해 줄 수는 있었지만, 기본적인 사건사에는 비중을 두고 있지 않아 역시 중세사 입문자들에게는 다소 피상적인 면이 없지 않았다.

지리적으로 먼 서양, 그것도 역사적으로 먼 서양 중세사는 현재 한국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생소하다. 우리에게 서양의 중세는 암흑의 시대로 도매금 된 근대 서양의 관점이나 봉건제로 획일화된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으로 주로 파악되어 왔다. 최근의 중세사 관련 서적들의 급증, 특히 조르주 뒤비 책의 활발한 번역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기본적 시각에는 큰 변화가 없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중세 천 년은 기나긴 세월이며, 그 동안 살아온 사람들이 많은 변화를 겪었다는 점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근대 18세기가 19세기와 다르고 또 20세기와 다른만큼, 중세 10세기는 12세기와 다르고 14세기와는 더더구나 다르다. 서양 중세사가 지닌 여러 풍성한 모습들을 제시했다는 점, 현재까지 서구 연구성과들을 충실히 반영했다는 점, 또 이러한 성과들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낯선 서양중세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해 주었다는 점, 또한 정치사뿐만 아니라 사회사, 문화사를 통합적으로 아울렀다는 점, 게다가 중세인들의 일상생활에 대한 장을 독립적으로 서술했다는 점은 이 책이 지닌 장점이 될 것이다. 한 마디로, 이 책은 번역된 개설서와 달리 한국의 독자들을 배려한 한국 중세사학자들의 노고의 결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