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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위계,봉건제의 상상세계 ㅣ 우리 시대의 고전 10
조르주 뒤비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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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가 흔히 서양의 중세를 떠올릴 때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은 바로 기사들과 봉건제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봉건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뒤비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봉건제를 문학적인 상상력과 감칠맛나는 문장력, 빼어난 서술구조로 보여준다. 그는 일반 민중들을 착취하고 지배계층-기사,영주와 성직자-이 자신들의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제시한 세 위계의 담론들을 면밀하게 분석하면서, 그 조화롭고 아름다운 장막 뒤에 숨겨진 폭력적이고 고뇌에 찬 민중의 삶을 드러내 보인다. 그는 글을 아는 사람이라고는 성직자뿐이 없던 시기에,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일반 민중들의 외침을 복권한다.
그는 마르크 블로크가 설정한 봉건사회 성립의 시기를 보다 뒤에 위치시킨다. 11세기, 노르만족과 마쟈르족, 이슬람 세력의 유럽 강탈과 유린이 끝난 후, 이들을 방어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던 성주들과 기사들은 왕이나 제후를 명목상으로만 인정하면서 자의적으로 일반 민중들에게 폭력으로 위협하면서 권력을 행사하였다. 이른바 봉건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봉건제는 따라서 법제사가들이 보듯이 합리적인 계약도 아니었고, 블로크가 보듯이 완만하게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전통의 산물도 아니었다. 그것은 혁명이었다. 하지만 세 위계 담론을 내세운 왕권의 정착과 더불어 봉건사회가 쇠퇴해 가는 가운데서도, 일반 민중은 여전히 착취당하면서도 고분고분한 태도를 지녀야 하는 자들이었다. 세 위계는 바로 이것을 정당화하고자 하였다.
뒤비는 중세의 이러한 모습을 제시하면서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다음과 같이 묻는다.'우리가 사는 세상은 과연 평화로운 세상인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