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본 새로운 역사 - 그 이론과 실제
린 헌트 엮음, 조한욱 옮김 / 소나무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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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원서가 출간된 지는 이미 20 년이, 번역본이 출간된 지는 13년이 지났지만, 논의되고 있는 내용들은 충실함으로 인해 지금에 와서도 진지한 일독이 요구된다. 물론 이제 내용들은 새로운 역사가 아닌 기존의 역사가 되어가고 있는 상황이고 이는 다시 새로운 관점을 가지고 새로운 판을 있는 이론과 철학들이 생산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연결된다. 어쨌든 본서에서 다루고 있는 역사이론 상의 논의들은 적어도 현재 서구 유럽의 역사를 공부하는 있어서는 필수불가결한 기본이 되어 있다. 이론 부분에서 부르디외와 연관된 부분이 미약하게 다루어져 있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이는 2부의 실재를 다루는 부분에서 로제 샤르티에의 글로 아쉽게나마 보충되고 있다. 또한 2000년대 이후 발간되기 시작한 푸코의 콜레쥬 프랑스 강의록의 내용들, 특히 근대국가와 통치성과 관련된 부분이 푸코 관련 항목에서 다루어지지 못한 점은 문화적 정치사회사에 강하게 경도되어 있는 본서에게 어쩔 없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리고 해석학적 전통이 강한 독일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미시사가 다루어지지 않은 또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서는 현대 역사서술에서 현대철학에 의해 제기되는 날카로운 물음들을 역사가들이 어떻게 방법론으로 소화하고 있는지를 이론은 물론 실재의 측면에서 보여준다는 미덕을 자랑한다. 이러한 경향성들을 단순, 무식하게 ‘‘포스트 모더니즘’’이라고 낙인찍고, 이를 추종하거나 넘어서겠다고 추상적인 논의를 앞세우고 상표를 붙이기 보다는, 다양한 이론적 탐색을 살펴 보면서 역사서술에 있어 공과를 측정하고 역사서술에서의 실재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5장의 미국의 퍼레이드 연구는 3장에서 이루어진 기어츠 인류학의 한계와 살린스 식의 관점 하에서 읽혀질 있고, 6장에서 샤르티에가 서술하고 있는 독서문화사는 푸코와 E. P. 톰슨, 그리고 부르디외의 논의와 관련하여 사색될 있다. 7장의 19세기 인도주의의 탄생은 푸코의 논의와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8장의 이탈리아 만토바의 곤자가 궁정 연구는 실재와 언어적 해석 사이에 존재하는 불협화음을 보여줌으로써 헤이든 화이트와 도미니크 라카프라의 주장들을 가시화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모든 연구들을 묶어내고 있는 범주는 바로 문화라는 단어로, 문화란 하나의 일관된 체계가 아니라 여러 다양한 삶의 결이 맺는 관계망이라는 점을 바로 다양한 방향의 연구들로 보여주고자 한다. 인간의 활동들이 결국에는 먹고 사는 일이라고 여겨지건, 궁극적으로는 어떠한 질서와 진리를 향한 과정이라 여겨지건, 중요한 것은 누구나 자신의 삶이 어떠어떠한 점에서 가치있고 의미있는 일이라고 여긴다는 점이다. 문화사에 대한 탐구는 바로 이러한 역사적 현실에 대한 탐구이며, 지나간 삶의 표정들을 조금이나마 기억 속에서 더듬어 현재 삶의 다양한 모습들을 다양한 방식들로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본서는 현대 서구 문화사 방법론에 접근하고 싶은 역사학도에게 균형잡힌 시각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큰 장점을 자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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