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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
렌조 미키히코 지음, 양윤옥 옮김 / 모모 / 2022년 2월
평점 :
백광 / 렌조 미키히코 / 모모
/ 2022년 02월
이 책의 첫인상은 완전 별로 였습니다.
페이지 레이아웃과 글자체는 읽는 사람을 답답하게 만들고 종이 질도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이프로의 기대작이었죠.
과연 첫인상의 이미지를 반전할 정도의 책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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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인 렌조 미키히코는 1975년 “변조, 둘이서 한 옷 입기” 로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하였습니다.
그의 책들은 엄청나게 유려한 문체와 기예에 가까운 치밀한 트릭, 비교
불가인 강렬한 여운까지 그만의 매혹적인 미스터리 세계를 구축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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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약 310페이지정도이며, 총
11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글의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각 페이지가 아주 답답한 레이아웃으로 되어 있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이 레이아웃이 책을 읽는데 큰 방해가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의 미친 몰입도 때문에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습니다.
모모가 대형 사고를 터트렸습니다. 이 책은 신간이 아니라 개정판인데, 이런 보물을 발견하다니요! 구판이 왜 우리에게 유명하지 않은지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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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한 집에서 4살인 여자 아이가 살해됩니다.
그 아이를 살해한 사람이 누군지가 밝혀지는 내용이 이 책의 주요 이야기입니다.
등장인물은 살해된 여자아이인 나오코의 부모인 다케히코와 유키코, 그
아이가 살해된 집의 주인이며, 유키코의 언니가 있는 류스케와 사토코 부부와 그들의 딸인 가요, 류스케의 아버지이자 치메를 앓고 있는 게이조, 몇 년전 암으로 세상을
떠난 게이조의 아내 아키요와 유키코의 대학생 애인인 히라타가 등장합니다.
이들 모두 용의자입니다.
그들은 각자의 시점에서 이 사건을 각자의 생각으로 해석하고 말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밝혀지는 충격적인 내용은 정말로 아주 깊은 여운을 남기게 합니다.
책의 내용은 스포를 방지하기 위해 이정도 밖에 말할 수가 없지만 정말로 놀라운 구성의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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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 작가가 얼마나 각자 등장 인물 케릭터를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등장 인물들이 전혀 헷갈리지 않습니다.
각자의 개성이 잘 살아나게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런 부분에서 독자인 우리도 감쪽같이 속아넘어가게 됩니다.
정말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이 사건에 깊숙하게 관련이 되어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아키요시 리카코의 “암흑 소녀”의 이야기 전개 방식과 닮아있습니다. (영화 아이덴티티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거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갑니다. 이 한걸음은 정말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만듭니다. 갑자기 빵하고 우리를 때리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쌓아 올린 탑을 계속해서
무너트리는 느낌입니다.
반전이 계속되면 자칫 피로감을 줄 수도 있는데, 이야기를 쌓아올리고
무너트리는 방식이 아주 절묘해서 피로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구성으로 책을 썼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
책은 결말부분에 또다른 방식의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서서히 무너트렸다면, 마지막은 강력하게 무너트립니다.
저는 이 장치가 약간의 완충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장치 없이
이야기가 끝나버렸다면 너무 마음이 아팟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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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말을 했지만, 이 책을 읽고 제가 느낀 감정을 다 표현할
수 없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정말 살육에 이르는 병, 성모를
읽었을 때 느낀 충격만큼의 놀라움을 느꼈습니다.
이 책 올해 이프로가 읽은 책들 (읽을 책들) 중 무조건 top3 안에 들것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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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약간의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페이지의 레이아웃과 종이 질감.
나누어져 있는 책의 챕터의 애매함.
하지만 이 아쉬움은 책을 읽을 당시에는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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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책 무조건 읽으시길 강력
추천합니다.
모모에서 출간된 렌조 미키히코의 백광은 온라인, 오프라인 서점에서
쉽게 찾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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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1. 요즘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는 모모 출판사라서 이 책이
상대적으로 많은 독자들에게 도달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좋은 책은 함께 읽어야죠)
PS2. 책의 띠지를 분리하면 반전이 있습니다.
PS3. 소설 백광은 반전이 백미인 추리소설인 만큼 지금 출판사에서 "범인의 정체에 놀라지 않았다면 전액 환불해드립니다." 환불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이벤트 내용은 (@studioodr)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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