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D현경 시리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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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난 수작! 추리소설로도 재밌거니와 경찰 조직 속에서의 치열한 암투, 주인공 미카미가 겪는 가장으로서의 고뇌, 홍보담당 경찰로서의 사명을 깨닫고 진정한 홍보관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책을 손에서 땔 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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色彩を持たない多崎つくると、彼の巡?の年 (單行本)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文藝春秋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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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호오가 나뉘는 작가다.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젊은 감성, 도회적인 분위기, 세련된 묘사를 사랑한다. 반면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하루키 책은 그게 그거고 섹스 어필만으로 가득찼다다고 비판한다. 다자키 츠쿠루의 순례의 해를 구입하려는 내 내면도 이렇게 반으로 나뉘어 있었다.

결국 그의 책을 보려고 장사진을 섰다는 신문기사와 책 표지의 '불의 벽'애 매혹되어 사고 말았지만.

 

'색채가 없는 다자키 츠쿠루와 그의 순례의 해'는 하루키다운 작품이다. 30대 중반, 도쿄에 사는 철도 엔지니어 다자키 츠쿠루의 삶은 여느 하루키 작품의 주인공들 처럼 쿨하고 세련됐다. 신선한 음식을 좋아하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며 몇몇인가의 걸 프렌드(물론 성관계를 전제로한)가 있고 클래식음악을 좋아한다. 다만 다자키 츠쿠루에게는 여느 작품의 주인공들과 다른점이 있다.

 

고교 시절 마치 한 몸처럼 지내던 친구들에게 갑자기 절교선언을 듣고 '색채'를 잃어버린 점. 죽음을 바라다 죽지 못하고 살아가는 그의 내면에는 거대한 공백만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던 그가 여자친구 '사라'의 조언을 듣고 16년전 그와 절교한 네 친구를 찾아나서는 순례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

 

하루키 작품을 읽다 갑작스레 맞닥드리는 초현실적인 묘사, 어려운 상징표현들은 내가 하루키 작품을 읽으면서 질색하는 부분이다. 그런 면에서 다자키 츠쿠루의 순례의 해는 그러한 면이 적어 읽기가 좋았다. 맥락없이 섹스를 묘사하는 외설작가라는 오명을 불식시키듯 이 작품에서는 성애묘사도 적은편이다.

 

결국 16년전 친구들과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은 다자키 츠쿠루는 자신은 색채를 갖지 못한 것이 아니라 누구보다도 칼라풀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친구들에게 거부당한 것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다. 순례를 마치고 난 다자키 츠쿠루는 이제 색채를 갖지 못한 무미건조한 인간이 아니다. 피가 나던 상처는 아물고 가슴속 얼어붙은 동토는 조금씩 녹아간다. 그리고 순례의 길의 계기를 마련해준 사라를 뜨겁게 원한다.

 

'다자키 츠쿠루.... 순례의 해'는 지극히 하루키다운 작품이었다. 그런 반면 하루키를 어려워했고  싫어하게 만들었던 단점들은 쏙 빠져있다. 올 7월경 이 작품이 한국어로 번역되 나온다면 전작 1Q84 못지 않게 독자들에게 인기를 끌지 않을 까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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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크리스토 백작 1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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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먼나라 이웃나라 그리고 몬테크리스토 백작. 내가 가장 많이 읽은 책들의 목록이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읽는 시기면 침식을 잊는다. 아무리 반복해서 읽어도 너무나 재미있었다. 나만 이상한 건 아닌지 내 추천으로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본 사람들은 책을 돌려줄 줄을 몰랐다. 결국 대학 초년 때 이 책은 영영 내 손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근년에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모티브로 쓴 '타이거 타이거'를 읽고 다시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떠올렸다. 근 10여년만에 다시 접한 작품. 여전히 너무 재미있었다. 내 지난 주말은 온통 몬테크리스토 백작에 고스란히 헌납했다. 원수들의 음모로 이프성의 심연에 내 던져진 당테스가 금과 다이아몬드로 만든 가면을 쓰고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화한다. 그리고 그가 휘두르는 복수의 칼 앞에 원수들은 썩은 짚대처럼 쓰러진다. 이보다 통쾌할 수 있을까! 이 작품이 태어난지 200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이 복수의 플롯은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고 그럼에도 이 불멸의 작품을 넘어선 작품은 없다!

남자라면 그 끝을 모르는 재력과 초인적인 능력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동경하지 않을 수 없을터.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듯한 미인 하이데를 곁에두고 금과 다이아몬드를 뿌리는 그의 모습에 누구나 한 번쯤은 자기를 겹쳐볼 것이다.

 

당테스가 14년의 감옥살이 끝에 환골탈태했듯, 10여년 만에 다시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읽은 나도 조금은 변한 모양이다. 예전엔 그냥 재미었던 작품에서 전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인다. 작중 인물들이 언급하는 배경지식들, 그들이 살고 있는 19C 근대사회의 모습들. 에드몽 당테스의 힘의 원천이 '돈'이라는 점은 19C가 자본주의, 부르주아의 시대임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몬테크리스토가 내뱉은 신랄한 말 속에는 인간에 대한 진실이 담겨있다.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19C 파리 사회계층들 모습을 대표한다. 그렇기에 이 작품이 재미만 있는 작품이 아니라 고전으로 추앙받아 왔을 것이다.

 

이제 한 동안은 이 작품을 보지 못하겠지. 다음 번에 이 작품을 다시 떠올리게 되는 때는 어제일까?

그리고 그 때는 얼마만큼 큰 재미를 내게 선사해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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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가는 길
세스 노터봄 지음, 이희재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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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을 하는 것은 내 꿈이지만 스페인이 내 상상 속 여정에 포함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스페인에 대한 사전지식과 애정이 부족한 점, 그리고 노테봄이 말한 것처럼 스페인은 유럽이 아니다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한 점 때문이 아닐까.

 

스페인에 대한 여행기는 무수히 나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명승고적, 먹거리 앞에서 사진이나 박아두고 자기가 읽어도 부끄러울만 한 미사여구를 달아둔 가벼운 것들 뿐이다. 그에 비하면 산티아고 가는 길은 역자의 말 맞다나 '여행기를 예술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수작이다.

 

노테봄은 누구나 하는 여행을 거부한다. 질러가는 길을 두고도 우회하고, 현지인들조차 잊어버린 아름다운 로마네스크 교회를 찾아나선다. 스페인을 제 2의 조국으로 여기고 사랑한다는 그의 말처럼 글에서는 스페인에 대한 깊은 애정과 풍부한 지식이 묻어난다. 스페인의 거친 자연환경과 스페인인들의 부정적인 특성에 대한 언급에서도 스페인에 대한 애정이 느껴질정도로. 그의 여행은 시간여행이기도 하다. 서고트 왕국부터, 위대한 펠리페 2세시대, 영락의 카를로스 2세시대, 현대의 스페인 내전에 이르기까지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여행.

 

노벨상 1순위 후보라는 소개사대로 맞깔스러운 문장이 정말 좋다.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가 가장 사랑하는 스페인의 로마네스크 교회들, 수르바란의 수도사 그림들에 대한 묘사를 읽다보면 머리 속에 저절로 아름다운 인상이 새겨진다.

 

그의 풍부한 식견역시 이 작품을 돋보이게 한다. 앞서 언급한 스페인의 인문, 역사, 자연, 예술에 대한 고찰들, 헤겔, '안티고네' , 보르헤스에 대한 얘기들을 읽다보면 이 작품은 여행기이기도 하며 한편의 훌륭한 문학 비평서, 철학책이기도 하다.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읽고 로마를 꿈꾸게 되었듯, 산티아고 가는 길을 읽고 스페인을 동경하게 되어버렸다. 첫번재 유럽여행이 이탈리아 여행이 되겠지만 두번째는 반드시 스페인에 가봐야지. 가서 노테봄이 사랑한 스페인을 만나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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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 시오리코 씨와 기묘한 손님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1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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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발간전부터 일본에서는 드라마 방영으로 인기몰이를 한 작품이다. 호기심에 원작 구매까지 고민하던 찰라에 다행스럽게도 국내 번역본이 나와주었다.

 

조용하고 잔잔한 분위기지만 재미있는 책이다. 나츠메 소세키나 다자이 오사무와 같이 잘 알려진 작가들의 유명작품들의 이야기뿐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의 얘기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울 것이다. 전형적인 일본 미스테리들처럼 고도에서 연쇄살인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책을 둘러싼 소소한 추리만으로도 재밌을 수 있다는 것을 '비블리아'에서 보여준다. 고전적 청순미녀형으로 그려지는 책벌레 시오리코도 무척 매력적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제 4권이 발매 예정이란다. 흥미위주의 NT 노블이 아닐까 하는 염려를 불식시킨만큼 앞으로도 이 시리즈가 계속나오길 즐겁게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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