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미술사 - ‘정설’을 깨뜨리고 다시 읽는 그림 이야기
박재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상을 많이 하는 mbti, 나는 infp다. 난 가끔 상상을 한다. 과거 꽤 흥행했던 퀴즈 프로그램 1vs100의 부활로 내가 일반인 참여자로 출연하게 된다면? 주말에 어디 놀러갔다가 유재석 씨와 조세호 씨를 만나 유 퀴즈~? 를 듣게 된다면? 언젠가 올 그 날을 기다리며 나는 비주류(?) 상식을 쌓곤 한다..

<두번째 미술사> 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예술가들에 대한 통념을 깬다. 그리고 다양한 예술작품들에 대한 뒷이야기도 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흐가
살아 생전 그림을 단 한 번도 팔지 못한 건 과장이었다거나, 의외로 밀레의 그림은 소박하고 평범해서 그 당시에는 인기를 끌지 못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었다.
책을 읽다보니 그 당시에는 별 것 아닌 것을 그려 가치절하되던 작품이 후세에는 오히려 가치를 인정받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21세기에는 밀레의 작품을 어렵지 않게 어디서나 만날 수 있고, 그저 그런 화가로 인식되던 고흐의 작품이 현대인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하니 말이다.

<두번째 미술사>는 그 당시 작품이 어떻게 인식됐는지 현재에서 볼 수 있는 모습으로 설명을 해줘서 이해하기가 편했다. 예를 들면 에두아르 마네의 폴리 베르제르 바의 철저하게 세팅된 화실을 인스타 핫플로 비유하고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처럼 뒤늦게 유명해진 그림을 역주행으로 표현한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여성화가들의 활동에 대해서 다룬 책을 쉽게 만나보지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 여성화가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알 수 있어 좋았다. 미술 관련 퀴즈가 나온다면 이런 내용들이 나올만 하지 않을까 상상하며 읽기 좋았던 책… 흔히 접하던 작품들에 대한 흔치않은 이야기들이 궁금한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사주
강성봉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 퇴사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 때면 유독 자주 떠오르는 글귀가 있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수능 준비하면서 공부하기 싫을 때 저 문구를 생각했다. 최선을 다하고자가 아닌 낙원 있을지도? 라는 낙관적인 생각을 하며 공부에서 도망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낙원은 정말 없었음을 깨달았다. (공부를 했었어도 낙원이 어딨는데! 했을 테지만ㅎㅎ) 그래서 무분별하게 도망치고 싶은 순간이 온다면 저 문구를 떠올리고 버티고 버틴다. 한계점이 어디까지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강성봉 작가의 <파사주>는 표지부터 흥미롭다. 개인적으로 파사주라는 제목이 불어에서 왔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한문을 표지에서 만날 수 있었다.
파사주는 자신에게 주어진 틀과 한계를 깨부수며 스스로 개척해가는 생의 여로(passage)와 같은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등장하는 유림과 해수는 ‘하나의말씀’이라는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보육원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다. 보살핌만 받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면 좋았으련만 이 보육원은 보호를 가장한 착취의 현장이었다. 보육원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겪은 착취가 당연한 줄 알고 살아간다. 그리고 아이들은 매일 뉘우친다. 본인이 지은 죄가 아닌 부모가 지은 죄를. 그 죄가 본인의 잘못이었던 것처럼 대신 뉘우치고 구원을 받기를 원한다. 죄를 짓지 않은 이가 구원을 구하는 이상한 현상. 현실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착취 방식의 일종이라고 생각했다. 책 속에서는 조금 더 자극적으로 그 죄에 대해 뉘우치는 말이 나온다. 그 말들과 보육원의 존재 이유를 같이 떠올리게 되는 순간 열이 절로 뻗친다. 분노가 차오른다.
책 바깥의 나는 그저 분노하고 괴로워만 하지만 책 속의 유림과 해수는 괴로운 순간들이 담긴 보육원을 떠나 곳곳을 돌아다니며 대화를 나눈다. 유림과 해수가 떠나지 않고 그 곳에 여전히 머물러있었다면? 부모의 죄로부터 용서를 받고 아버지 선생님으로부터 구원받기를 원했다면 과연 어땠을까?

<파사주>를 읽으며 깨달은 삶의 당연한 순리는 구원은 내가 내게만 줄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 누구에게서도 구원을 구할 수 없고 또 내가 타인을 구원해줄 수도 없다는 것이다. 도망쳐야할 때를 알고 도망치는 건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하다. 도망이 아닌 유일한 빛을 찾아 나서는 과정이 될 수 있다.
꽤나 우울하고 엄청 화가 나는 내용의 연속이지만 이들을 보며 희망을 향해 나아간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검찰의 세계 세계의 검찰 - 23개 질문으로 읽는 검찰 상식과 개혁의 길
박용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뉴스를 보다보면 누명을 쓴 채 몇십 년 간 수감 생활을 한 사람들의 기사를 꽤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조사를 하다보면 그들이 진짜 범인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을 텐데 어떻게 그들은 범인이 되었던 걸까?

<검찰의 세계 세계의 검찰>을 읽으며 그 이유에 대해 추정할 수 있었다. 어떤 사건을 대할 때 기본은 ‘무죄 추정의 법칙’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를 지키기 어렵다. 검사들은 직업상 기소를 해야만 하기 때문에 ‘일단 유죄’인 자들에게 기소를 하게 된다. 모든 사건에서 올바른 증거를 찾아 유죄를 확정지어 범죄자들에게 적절한 처분이 내려진다면 참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하는 일인 이상 끼워 맞추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억울한 누명을 쓰고 몇십 년 간 수감생활을 한 이들의 시간에 대한 배상은 누가 해낼 수 있을 것인가?
실적을 채우기 위한 무분별한 기소는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수 있다. 양이 아닌 질로 평가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작가인 박용현 씨는 한겨레 기자로 사회부장, 정치부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는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이다. 이력만 봐도 우리나라의 정치, 경찰, 검찰과 법에 대해 빠삭한(?) 사람이다.
그리고 검찰에 대해 아주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인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원래 나의 상식선에서는 그가 말하는 검찰의 정치화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었을 테지만 전 대통령이었던 윤석열 씨의 예시를 통해 검찰의 정치화와 그들만의 리그, 공정성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현재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 검찰에 대한 무분별한 비판만 이어지는 게 아닌 다른 나라의 사례를 통해 검찰이 바뀔 수 있는 방향 또한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법조인이나, 정치인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조금 더 공정하게, 더욱 독립적으로 올바른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길 바란다.

p.s. 사실 선거권이 있는 국민이라면 모두 읽어보기를 바란다. 칭찬이나 욕을 하려고 해도 알아야 제대로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설탕 전쟁 - 제국주의, 노예무역, 디아스포라로 쓰여진 설탕 잔혹사
최광용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방면으로 아는 척하고 싶은 사람 계실까요? (저요 저요) 달달한 디저트 먹다가 설탕의 역사에 알아? 라고 친구한테 자랑하고 싶으신 분 계실까요? (여기요~) 딱 적절한 책이 여기 있습니다~~!


<설탕전쟁>은 달콤한 설탕에 얽힌 유럽, 미국, 그리고 우리나라의 역사까지 다룬다. 최근엔 저당, 대체당에 밀려 한물 간 설탕으로 무슨 전쟁까지 했다는 걸까? 고작 설탕 만들자고 노예를 부렸다고? 설탕이랑 항일 운동이 무슨 연관인데? 이 수많은 물음표들을 느낌표로 만들어주는 책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하게 된 생각은 인간은 역시 먹기 위해 사는 동물이다! 였다. 콜럼버스는 ’후추’를 찾기 위해 신대륙을 찾아 나섰고, 또 다른 시대에는 ‘설탕’을 생산하기 위해 잔인한 착취를 죄책감도 없이 행했으니 말이다.


과거엔 설탕을 생산하기 위해서 사탕수수를 재배하는 과정이 필수적이었다. 재배와 더불어 즙으로 짜내고 정제하는 과정에는 수많은 인력이 필요했다고 한다. 인력이 부족해지자 인건비 등 충당이 어려워진 생산자들은 아프리카에서 값 싼 노동력을 충당해낸다. 그렇게 가장 잔인한 노예 착취가 시작된다. 노예 제도가 폐지된 이후에도 설탕 산업은 별반 다르지 않게 흘러간다. 더 값싼 노동력을 구하기 위해 미국의 설탕 생산자들은 동아시아권에서 ‘노동 이민‘을 받기 시작했다. 우리 나라 국민들 또한 하와이로 이주해 설탕 생산을 위한 착취를 당했다. 그런 시국에도 한국인들은 독립을 위해 모금을 하거나, 조선 독립을 위한 활동을 하며 항일 운동 의지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내가 착취를 당하면서도 나라의 독립을 위해 노력할 수 있다니 참 눈물 겨운 역사가 아닌가?


콜럼버스부터 시작해 우리나라의 독립운동 역사까지 가는 이 흐름이 어색하지 않게 서술되어 있다는 게 참 신기하게 느껴졌다. 중, 고등학교 때 이런 역사책들이 필독서였다면 역사에 흥미를 갖지 않았을까? (사실 그 시기에 읽었다면 달고나 먹고싶다 생각만 했겠지만..ㅎㅎ..) 순서대로 배우는 역사도 필요하지만 그런 역사 공부에는 흥미를 갖기는 쉽지 않은 게 분명하다.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쳐야 하는 선생님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다. 역사를 다룬 책을 읽으며 흥미를 느낀 게 너무 오랜만이었다! 학생들도 좋아하는 달콤한 간식 하나씩 먹으며 이 책 읽어보는 건 어떨까? (비록 사탕수수를 재배해 만들어진 설탕은 아닐테지만!)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뚝들 - 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홍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작이 있는 영화라면 그 원작이 특히나 책이라면 무조건 책을 먼저 읽게 된다. 책을 읽으며 상상한 장면이 영화로 실현된 모습을 보면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다.
이 책이 영화가 된다면 어떨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러같은 면과, 현실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같은 면과, 쳇바퀴 도는 삶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깨달음을 주는 면까지! 꽤 높은 별점을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소설은 억울하게, 서글프게, 쓸쓸하게 이름도 없이 죽었던 자들이 ‘시랍화’ 되어 도심 곳곳에 ‘말뚝들’로 출몰한다는 기이한 설정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말뚝들이 왜 나타났을까? 평범하지만 최근 들어 서글픈(?) 일에 휩싸인 주인공 ’장‘은 점점 그 말뚝들의 정체에 가까워져 간다.
모든 말뚝은 죽음을 경험했다. 다만 그 죽음이 일반적이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이 죽음이 어떤 종류였는지 말하고 싶지만 말하면 소설을 읽으며 느낄 감정이 반으로 줄 것 같기 때문에… 꼭 말뚝들이 경험한 죽음에 대해 읽고 같이 슬퍼하고, 공감해주길 바란다.
이 책은 사회문제를 말뚝들의 죽음에 담아 독자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또 반면에 풍자를 섞어 사회문제를 잊기 힘들게 만들었다.

많은 책들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요즘, 지치지 않고 읽을 수 있는 반가운 소설이었다. 그리고 지나간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여전히 슬퍼하는 건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걸 알려줘서 고마운 소설이기도 했다.
“모두 다 그렇게 살아.” 라는 말이 가장 무서워지는 이 소설… 견뎌왔던 불합리가 모조리 떠오르는 이 소설… 이게 맞나? (그 무엇이든!) 하는 생각을 요즘 자주 했다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