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지금이야말로 사랑할 시간 - 분열의 시대에 도착한 새 교황, 레오 14세
크리스토퍼 화이트 지음, 방종우 옮김 / 한겨레출판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넷플릭스 드라마 <다 이루어질지니>를 최근에 쭉 몰아서 다 봤다. 역시 댓가 없는 소원성취는 없다는 깨달음과 나는 과연 천하고 볼품없는 이를 위해 내 소원 하나를 기꺼이 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 한 가지를 마음에 담게 되었다.

나는 못할 것 같지만 기꺼이 그 소원을 내놓을 것 같은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유명한 성직자분들이 떠오른다. 신기하게도 그들은 천주교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내가 천주교에 가지고 있는 인식은 바로 이거다. ‘모든 이를 사랑하고 가엾이 여길 수 있는 종교구나!’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책에도 나오지만) 세월호 사건 때였다. 방한한 교황은 세월호 유족들로부터 받은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았다. 누군가가 중립을 위해 노란 리본을 떼는 것을 권유하자 교황은 인간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수많은 가치들 그 위에 인간을 우선으로 두는 그 마음이 가슴에 깊게 박혀 남아있다.

<지금이야말로 사랑할 시간>은 교황을 선출하는 비밀스러운 과정인 콘클라베와 현 교황 레오 14세에 대한 이야기, 마냥 사랑이 가득한 종교로 보이는 천주교 역시 내부적으로는 양극화와 갈등을 겪고 있다는 사실 또한 말해준다.

동성애와 트랜스젠더처럼 요즘 사회에서 흔히 만날 수 있지만 천주교 안에서는 여전히 민감하고 금기시되는 주제들에 대해 교황들의 대응과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해나가는 천주교의 고민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종교를 잘 모르고, 불편해하는 이들 또한 정보전달의 목적이 분명한 책이라 편하게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사랑은 어렵다. 사랑받을 자격을 갖춰야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요즘의 세태는 참 씁쓸하고 답답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사랑은 언제나 묵묵하게, 결국은 거대해진 모습을 보여준다. 이름 없는 천사처럼 조용하게 선행을 해내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가치 중에서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사랑을 가장 먼저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인류애를 잃고 사회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내 세상은 내 생각보다 비좁고, 의외로 편안한 곳이라는 사실과 여전히 사랑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인류애가 충전되고 다시 삶을 잘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세상이 모조리 미워보이던 때 이 책을 만난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라가의 밤
조수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살 사별자라는 말을 처음 접했다. 자살은 죽음의 당사자만이 겪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남아있는 유족이나 주변인들에 대한 이야기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주변인의 죽음을 처음 접했던 날이 떠올랐다. 노화로 인한 거스를 수 없는 일이었어서 주변 어른들이 흔히 ‘호상’이라고 말하는 죽음이었다. 죽음에 좋고 나쁨이 있는건가? 나는 이렇게나 슬픈데 ‘호상’이라고 불리지 않는 죽음을 대처해야 하는 건 얼마나 괴로운 걸까? 하는 어린 생각을 했었다.

<말라가의 밤>을 읽으며 그 슬픔을 잠시나마 들여다볼 수 있었다. 먼저 말라가는 유럽 최남단에 위치한 스페인 남부 지역의 도시라고 한다. (나는 실제로 존재하는 도시인지 몰랐다!)
주인공인 서른 아홉의 남성 형우는 가족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살아가고 있는 자살 사별자다. 형우가 삶과 죽음의 경계인 말라가에서 겪는 일과 현실로 돌아온 뒤 자신과 같은 처지인 자살 사별자들과 프리다이빙을 하며 치유가 되어감을 느낀다.
말라가에서 현재의 형우는 삼구(39살의 주인공을 말한다)라는 이름을 가지고, 구, 일구, 이구와 함께 지난 날의 세월들을 둘러보게 된다. 지난 시간의 자신들과 함께 지난 시간을 제 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 시간들을 바라보며 그 당시의 행동들을 후회하며 가족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다행히도 그 죄책감에 시달리며 그대로 침잠되지 않는다. 삼구는 구, 일구, 이구를 꼭 껴안는다. 지난 시간들의 상처를 나이테처럼 여기며 또 다른 나를 꼭 껴안고 다시 살기 위해 노력한다.
프리다이빙을 하며 형우가 다시 살아갈 방법을 깨닫는 순간은 이 시린 세상을 살아갈 현대인들에게 전부 공유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힘들 땐 잠깐 마음을 끄고 살아야 해요. 몸은 어차피 우리가 살게끔 설계돼 있으니까 잠깐씩 마음을 끄고 살아야 해요.” 라는 말이었다.
도시의 불빛이 꺼지지 않는 것처럼 마음을 끄는 일은 참 어렵다. 게다가 밤만 되면 과거의 모습과 지난 날의 실수가 이불을 팡팡 차게 만든다. 그 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됐다는 사실을 자꾸 잊게 된다.

정말 오랜만에 마음이 찡하고, 눈물을 훔쳐내게 만드는 책을 만났다. 주인공은 서른아홉의 남성인데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것처럼 자꾸 몰입하게 됐다.
부끄러운 과거일지언정 그 과거가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지금의 내가 쌓여 또 미래의 내가 될 것이다. 내가 나를 그래도 인정하고 안아준다면 세상에 두려운 일이 조금은 줄어든 것처럼 느껴질 지도 모른다. 과거가 자꾸 후회되고 미래가 두렵다면 <말라가의 밤>을 통해 내면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길 추천한다.

당신은 언제의 당신과 함께 하고 싶은가?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헌 옷 추적기 - 당신이 버린 옷의 최후
박준용.손고운.조윤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의 눈망울에는 알록달록한 자연이 아니라 구더기와 파리가 가득 메운 공간이, 거친 들개와 까마귀 떼가, 하늘로 치솟은 쓰레기 산이 어렸다.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는 아이에게 ‘세상’은 ‘쓰레기 산’이 전부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 인도에서는 아이가 밟는 세상이 그 자체로 아이의 몸을 해치기도 한다.”

유행은 빨리도 돈다. 몇 년 전만 해도 피도 안 통할 것 같던 스키니진이 유행하더니, 이제는 바닥을 전부 쓸어버릴 듯한 통넓은 바지가 대세다. 유행은 10년 주기로 돌고 돈다는데 왜 옷들의 생산량은 줄지 않는 것일까?

<헌옷 추적기>는 패스트 패션의 문제점과, 100퍼센트라 말하는 우리나라 의류 재활용 비율의 진실을 추적한다.
어렸을 때는 주로 작아진 옷들을 의류수거함에 버렸다. 성인이 된 뒤로는 대부분 ‘싸게 사서 한 철 입고 버리는’ 옷들을 버린다. 대개 입을만한 옷들은 가공되어 국내 중고 의류상들에게 유통되거나, 혹은 해외로 수출되어 중고 의류로 판매된다고 알고 있었다. 이 옷들이 실제로 어디로 가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제작진들은 옷가지들에 추적기를 달아 옷의 행방을 쫓는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적당한 추적기를 찾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추적기가 분실되지 않도록 수많은 옷가지에 재봉틀과 바느질을 이용해 단단하게 추적기를 부착한다. 그럼에도 분실된 의류가 일부 있었지만 남은 신호들을 따라 옷들을 추적한다. 보통 일산이나 인천의 국내 도시에서 추적이 시작되어 해외에서 신호가 멈춘다. 중고 의류 수입이 금지된 나라에서도 옷들의 신호가 발견됐다. 밀수입 마냥 여전히 중고의류 거래가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불법적인 의류일 지언정) 옷들이 재활용이 된다면 다행이련만 결국 신호가 끝나는 마지막 장소는 소각장이었다. 우리나라가 의류 재활용 비율 100퍼센트를 이룩할 수 있었던 건 중고 의류를 수출한다는 명목 하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그 옷들이 소각으로 끝을 맞는다는 게 재활용이라고 할 수 있을까?
소비자의 소비 행위를 완전히 금지시킬 수는 없다. 기업들이 조금 더 재고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환경에 더 이로운 방법으로 의류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진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각 대기업들의 의류 생산 과정에서 친환경이라는 말을 붙이는 말장난이 얼마나 쉬운지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제작진은 실제로 추적된 신호가 잡힌 현장을 찾아간다. 대표적으로 인도 파니파트의 표백공장, 타이의 아라냐쁘라텟시에 있는 쓰레기 매립지였다. 파니파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표백과정에서 나오는 오염수 속에서 보호장비 하나 없이 일해야 한다. 노동자들만이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노동자들의 자녀들은 이 위험한 환경을 놀이터처럼 드나든다. 이 아이들에게 ‘안전’이란 무엇일까? 아이들이 보는 세상의 전부가 쓰레기더미라는 사실이 끔찍하게 느껴졌다. 각 나라들의 무분별한 쓰레기 배출로 인해 안전과 건강을 보장받을 수 없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사실이 충격적으로 느껴졌다.
싸게 사서 한 철 입고 버리는 옷의 가격이 이 어린 아이들의 미래를 담보로 한 가격이라고 생각하면 결코 저렴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정말 필요한 옷만. 필요할 때에 구매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중고 플랫폼을 이용하거나 주변의 지인들에게 나눔하는 방법 또한 재활용의 일종이라고 하니 모두가 의류 재활용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실천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근대와 현대 미술 잇기 - 경성에서 서울까지, 시간을 건너는 미술 여행
우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민하다’ 라는 말은 유쾌하게 들리지 않는다. 왠지 나를 까다롭고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여기는 것만 같다. 부정적인 단어라고만 생각했는데 <근대와 현대 미술 잇기>를 읽으며 깨달았다. 예민함이 없다면 꽤 많은 예술작품들이 세상에 나오지 못했겠다 라는 사실을!
책날개에 적힌 작가의 소개에서 본인이 예민한 기질만 있고, 재능은 없다고 말했다. 그 부분을 읽으며 예민함의 이로움을 대해 또 생각해볼 수 있었다. 남들보다 예민해서 더 세밀하게 작품을 살필 수 있고, 더 읽기 좋은 문장들을 써냈다. 책 구성 또한 근대와 현대를 넘나들며 작가들의 생애와 작품들에 대한 설명과 그 작품을 보던 시기의 본인 이야기까지. 그 기질 덕에 오랜만에 불편하지 않고, 읽기 좋은 교양서적을 만나 반가웠다.

좋아하는 미술작품이 어떻게 되냐는 물음에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반 고흐, 밀레 또 혹은 장 미셸 바스키아의 (환승연애의 여파) 작품을 말하지 않을까? 나 또한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서양 작가의 작품이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예술에 대해 참 좁은 식견이 살짝 부끄러웠다. 다만 위안이 됐던 건 근대 화가와 매칭된 현대 작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작가들이 근대 화가들에 대해 처음 알게됐다는 말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나만 모르는 게 아니다!
참 아름답고 좋은 작품이 많던데 서양 화가들에 대한 관심보다 우리 화가들에 대한 관심도가 더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친일파 청산이 아직 제대로 되지 않아 논란의 여지가 있어 그런 것일까…? 책 속에서도 작가의 친일 여부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앞으로 근대 화가들에 대한 전시회가 열린다면 일부러라도 찾아가볼 생각이다. 책 속의 작은 삽화로도 감탄이 절로 나왔던 그림들이 많은데 전시회장에서 실제 크기의 그림을 만난다면 또 어떤 느낌일지가 궁금해졌다.

예민하고 섬세한 이들이 평범함 속의 아름다움을 그 누구보다 잘 알아채고, 그 아름다움을 예술작품으로 표현해낸다. 본인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다양한 표현기법으로 나타낸다. 예민함이 마술을 부리면 예술이 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본인이 예민해서 문제야! 라는 생각이 드는 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그 예민함은 언젠가 정답이 되고,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느낀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좋은 정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팬덤과 극단의 시대에 꼭 필요한 정치 교양
이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민주주의는 그 누구에게도 등을 돌리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스스로 옳다고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 체제다.
- 정치학자 엘머 샤츠슈나이더-

안 그래도 정치는 어려운데 요즘처럼 양극화가 심해진 때에는 머리가 지끈거리게 느껴질 정도다. 초등학생 때 엄마가 뉴스 보면 머리가 아프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서야 이해가 간다. 누구에게나 어려운 소재라 정치에 대해 잘 알려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있다 하더라도 본인의 이념과 가치관에 따라 받아들이는 내용이 달라 또 쉽지 않다.

<좋은 정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읽으면 올바른 정치를 만들어가기 위한 시도들에 대한 역사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다.
내 생각과는 달리 처음부터 윤석열의 지난 3년에 대한 행적의 나열이라 올바른 정치는 없는걸까? 생각이 들었다. 읽어갈수록 그 행적이 올바르지 못한 정치의 예시라는 것을 깨닫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서울의 봄’ 영화가 흥행한 걸 보면 계엄령이 최악의 정치였음을 대다수의 사람은 알고 있다. 게다가 그 말도 안되는 계엄령을 2년 전 우리는 모두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계엄이 옳았다고 말하는 사람들과 더 양극화 되어가기만 하는 최근의 정치 행태, 좌파 우파로 나뉘어 다투기만 하는 사람들까지. 다들 본인 이념만 옳다고 말하며 반대되는 이념은 배척하며 급기야 혐오에 가까워지는 모습은 책에서 볼 수 있는 나쁜 정치의 예시다.

정치에 관심을 갖는 일은 머리 아프고 누군가와 다퉈야만 하는 일일 수 있겠으나 비난과 비판보다 정치적 무관심이 더 최악임을 깨달아야 한다. 국민으로써 할 수 있는 최선의 정치 활동(?)에 대해 고민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