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은
파올라 퀸타발레 지음, 미겔 탕코 그림, 정원정 외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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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직접 경험하기 전 그림책은 유아용으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읽어보니 메말라 버린 감성을 깨우기에는 그림책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걸 깨닫고 난 후 매달 한 권씩은 꼭 챙겨서 읽으려고 노력한다. 그 일환으로 이번 달은 파올라 퀸타발레의 어떤 날은을 가져왔다. 봄에 어울리는 노란 꽃들이 만발한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개나리가 피는 지금 읽기에 딱 좋은 그림책이다.








파올라 퀸타발레의 어떤 날은 어린아이가 세상에 나와 처음으로 경험할 수 있는 일상들을 그림으로 엮은 책이다. 스토리가 서사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전체적으로 줄거리를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점점 더 심리적으로 단단해져 가는 방법을 어린아이의 눈으로 말하고 있다. 첫 페이지에는 아이가 씨앗을 뿌리는 것으로 시작하며 이후 그것을 지켜본다. 







살다가 보면 가끔 어떤 일을 망칠 수도 있고, 친구와 비밀이 생기기도 한다. 점점 자신만의 세계가 생기면서 두려움도 극복하고, 한때 친구였던 그리고 소중한 사람이었지만 이별했던 이들을 기억하고 그리워하기도 한다. 이렇게 점차 자신만의 공간을 넓히면서 많은 경험을 하며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글자가 많지는 않지만 그것이 던지는 메시지는 과히 적거나 가볍지 않다.






상황에 따른 삽화가 두 페이지에 걸쳐 하나가 등장하는데 너무나 천진난만한 어린이의 모습이어서 더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친근하게 다가온다. 가슴 두근거릴 만큼 행복하고 설레는 일도, 실패를 딛고 다시 한번 도전하기도,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길이 아닌 자신이 잘하는 것에 몰두하는 모습들을 경험하면서 아이들은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간다. 







이 책의 한글 제목은 어떤 날엔이지만, 원제는 공간 만들기(Making Space)이다. 특정한 물리적 공간을 의미한다기보다 점점 외부 세계로 확장해 나가는 마음의 공간을 말하고 있다. 매 페이지마다 전달하는 메시지는 다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주체적이라는 것. 삶의 기준은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 역시 잊지 않는다.




이 책은 어린이가 읽기에도 좋지만 감성과 자신감이 바닥난 성인이 읽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특히 무엇인가에 도전하는 것이 망설여지는 나이 대를 가지신 분, 자녀를 키우느라 자신의 꿈을 희생한 후 스스로를 잃어버려 되찾고 싶은데 어디에서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는 분들에게 꽤 좋은 처방전이 되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삶의 한계, 능력의 한계를 명확하게 알고 있기에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늘 적당히 포기하며 살아온 사람으로서 꽤 큰 자극이 되었다.







"하루의 끝에서 반갑게 


밤을 맞을 수 있을 거예요"



성공한 인생을 산 누군가의 조언이 아닌 우리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원초적인 감정을 똑똑똑 두드리는 매 페이지들은 도전에 두려워하는 마음을 사르르 녹이기에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인이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아이의 성장이 아닌 인생 전반의 여정을 저절로 연상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또한 성인이 이 책을 읽으면 맨 마지막 페이지에 나오는 위의 문구가 훨씬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파올라 퀸타발레의 그림책 어떤 날은의 노란색 표지를 벗기면 같은 그림체이지만 고풍스러운 하드커버 표지가 나타난다. 마치 세상에 첫발을 갓 내디디는 어린아이의 샛노란 색부터 고풍스럽고 단아한 어른의 마음까지 다다르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이 책의 번역가들이 눈에 익어서 찾아보니 이전에 소개한 할머니의 팡도르를 번역한 분들과 동일인이었다. 그 책을 포근하게 읽으신 분이라면 이 책도 좋아하리라 생각한다.








#어떤날은 #파올라퀸타발레 #미겔탕코 #문학동네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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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
줄리애나 배곳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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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가끔은 우주가 지금은 그런 것을 마주해야 하는 시간이라는 듯 어떠한 종류의 책만 줄기차게 던져주는 시기가 있다. 요즘 내가 반드시 접해야 한다고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처럼 자주 SF 소설이 자주 들어온다. 그야말로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닌 주어진다고나 할까? 오늘 손에 잡은 책도 그 일환인데 인플루엔셜에서 출간한 줄리애나 배곳의 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라는 긴 제목의 도서이다. 표지나 제목이 에세이처럼 느껴지지만 이 작품은 SF 철학 소설이다.



인플루엔셜에서 출간한 줄리애나 배곳의 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는 SF 단편 소설집이다. 총 열다섯 개의 이야기가 모여 있으며 그중에 특히 눈길을 끌었던 작품은 역노화와 포탈이다. 역노화는 읽으면서 저절로 눈물이 뚝뚝 떨어졌고, 포탈은 내용에서 책의 제목을 따와 더욱 신경 써서 읽었는데 마지막 줄을 읽고는 다음 장으로 페이지가 선뜻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생각에 잠기게 만들었다. 그럼 두 작품의 줄거리와 읽고 난 후 생각을 나눠보자.



미래의 어느 시점에 사람이 죽을 때에는 선택지를 가질 수 있다. 그대로 죽든지 아니면 시간을 역순으로 돌리든지. 주인공의 아버지는 후자를 선택한다. 평소에 아버지와 관계가 좋지 않아 왕래가 없던 하나뿐인 딸에게 이 소식이 전해진다. 내키지 않지만, 이를 대신해 줄 도우미를 구하는데 엄청난 금액이 필요하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수락한다. 우리가 80년을 살 때는 80년을 살아야 하지만, 역으로 갈 때는 단 며칠 만에 어린 아기로 돌아가 세상에서 사라진다. 그래서 주인공은 참기로 한다.



70대의 아버지, 60대의 그, 50대의 모습, 40대로 넘어오던 어느 날 작은 문제가 발생하기 직전에 둘은 대화를 나눈다. 몸만 젊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억도 역순으로 간다는 대화. 즉, 마흔다섯 살에 딸을 낳은 그는 마흔네 살이 되면서 딸의 존재 자체가 기억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어느 순간 두려웠던 그는 이 프로그램을 멈추거나 되돌릴 방법을 찾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 



아버지가 30대를 지나 10대에 이르렀을 때조차도 그에 대한 미움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지 못한 주인공. 오히려 얼마 남지 않은 시간까지도 자신에게 사과하지 않는 아빠에게 미움의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아기가 되어 사라지기 직전 무렵 그녀는 모든 것이 상관없다는 듯 그를 용서하겠다고 하며 그의 작음 몸을 안아 준다. 




현실에서는 작품 속 내용과 같은 역노화는 일어나지 않지만, 그 자리에 알츠하이머류의 병을 대입할 수 있다. 어제의 부모님과 나의 관계와 오늘의 관계에 전혀 변화가 없는데 기억이 사라지는 순간 세상에 물리적으로 존재하기는 하지만 더는 부모님에게 더는 자식이 아닐 수 있는 상황과 동일하다. 상대의 존재가 실존이 아니라 기억뿐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서로가 느끼는 감정이 그대로 느껴져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주인공인 나는 여성이고 남자를 좋아하는 척하지만 여자를 좋아한다. 그리고 가장 친한 친구는 남자이지만 남자를 좋아한다. 서로 큰 비밀을 공유하며 타인에게 이것이 드러나지 않도록 열심히 도와주는 상호보완적인 관계이다. 이들의 마을에는 포탈이 여기저기에서 꽤 많이 존재하는데 비선형적이다. 찾으려고 하지 않아도 열리는 경우가 있고, 눈을 씻고 찾으러 다녀도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어떤 이는 이것을 두려워하고, 어떤 이는 호기심에 손을 넣었다가 그 안에 있는 무엇인가에 잡아먹혀 다시는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생성만 비선형적인 게 아니라 반응도 제각각이었다. 주인공과 그녀의 친구는 포탈을 가까이하지 않았지만 어느 날 드디어 그곳으로 손을 넣어보기로 한다. 막상 손을 넣었더니 그곳에서 만져지는 건 자신들이 원한 것이 아니었는데...




온 마을 곳곳에 나타나는 포탈은 우리의 감정이 만들어 내는 우주의 구멍이다. 그래서 책의 제목으로 이것을 사용하였다. 그런데 감정은 슬픔, 두려움, 소망, 수치심 등등 다양하며 이 모든 감정들이 포털을 만들어 낸다. 그렇다. 포털에 관심을 가지고 그 안에 손을 넣는 행위는 자신에게 치명적인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제대로 들여다보겠다는 용기이다. 다만, 이때 담대한 마음으로 마주하지 않는다면 포탈에 잡아먹힌 인물처럼 자신의 감정에 빠져 폐인에 가까운 생활을 할 수도 있다.




주인공과 친구는 지금까지 자신들의 성 정체성에 관하여 타인을 속이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던 인물들이다. 이제 이것을 숨기고 가리지 않기 위하여 드디어 한 발을 내디디겠다고 용기를 낸 것이다. 그렇다고 포탈 안을 들여다보고 용기를 얻어 바로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하여 커밍아웃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마음을 단단하게 하며, 후폭풍이 있을 때 이를 감당할 수 있도록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미이다. 자신이 앞으로 나아가려고 할 때 이를 막는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이들을 보면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인플루엔셜에서 출간한 줄리애나 배곳의 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를 읽으면서 가장 많이 느낀 점은 대성당의 레이먼드 카버가 환생하여 SF 소설을 쓴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하는 점이었다. 우주나 시간 같은 큰 개념을 다루면서도 사랑, 상실, 기억, 용서 같은 카버적 테마를 우주적 스케일로 펼쳐 보이는 감정극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레이먼드 카버나 앤드루 포터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 역시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우주에구멍을내는것은슬픔만이아니다 #줄리애나배곳 #인플루엔셜 #SF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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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리언 어스 - ‘또 다른 지구’와 미지의 생명체를 찾아서
리사 칼테네거 지음, 김주희 옮김, 이정은 감수 / 쌤앤파커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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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SF 작품이나 우주 관련 과학 서적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외계인에 관련된 이야기는 결코 흘려들을 수 없는 주제이다. 특히 그것이 단순한 픽션이 아니라 논픽션이라면. 또한 이 주제의 관심도는 지구 멸망 시나리오 끝에 지구인이 새로운 보금자리로 정착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에 포인트가 맞춰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오늘 읽은 또 다른 지구와 미지의 생명체를 찾아서라는 소제목의 리사 칼테네거의 에일리언 어스는 결이 완전히 다른 내용을 다루고 있다.



또 다른 지구와 미지의 생명체를 찾아서라는 소제목의 리사 칼테네거의 에일리언 어스에서는 가장 인상적인 개념 중 하나는 빛의 지문이다. 이는 행성이 반사하거나 투과하는 빛을 분석하여, 대기의 조성과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지구의 경우 태양빛을 반사하면서 특정한 파장의 빛을 흡수하는데 이는 지구가 어떤 요소로 구성되어 있는지, 그 안에 어떤 생존체가 존재할 수 있는지를 미리 알 수 있다. 즉, 우리 눈에 보이는 컬러에 따라 생존 가능한 종을 한정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개념을 설명하면서 독자들에게 마치 한 장의 스펙트럼을 읽는 탐정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주며, 생존 가능한 존재를 탐색하는 과정이 얼마나 치밀하고 정교한 연구인지 보여준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단순히 외계 행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넘어서 그곳에서 생명이 존재 가능 여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하여 그녀는 각종 생물이 어떤 환경에서 생존하며 그러한 종들이 내뿜는 컬러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명한다.



외계인을 찾는데 왜 이런 방법을 쓰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저자도 이 부분을 미리 캐치했는지 우리가 찾는 것은 외계의 생명체이지 외계인은 아니라고 못 박는다. 이를 설명하기 위하여 그녀는 옐로스톤 공원의 유황 온천을 예시로 든다. 굉장히 현란한 주황, 노랑 등의 각종 색상을 띄는 그곳은 인간이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각종 생물로 알록달록 물든 이곳저곳을 가리켜 생명체가 지닌 독특하고 기묘하며 믿기지 않는 능력을 사례로 들며 설명한다.




리사 칼테네거의 에일리언 어스에서는 외계 생명체의 모습에 대한 과학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다양한 가설을 제시한다. 과거 SF 작품에서는 인간과 비슷한 형태의 외계인을 주로 묘사했지만, 과학적으로 볼 때 이들은 전혀 다른 형태로 존재할 수도 있다고 한다. 특히, 지구 내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을 사례로 들며 우리와 비슷한, 혹은 SF 작품에 나오는 그런 모형의 무엇인가에 대한 관점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미 우주에서 살아남은 경험이 있는 완보동물을 설명하며 우리가 알고 있는 생명의 기준 자체를 확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지구의 종들처럼 물을 기반으로 하는 존재가 아니라 빛이 없는 곳에서 생존하는 균체, 메탄을 기반으로 하는 생명체, 암모니아 대기에서 살아가는 미생물 등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 단순하게 수식을 적용하고 실험하는 과학자의 고정관념이 깨지며, 엄청난 창의력이 필요한 분야라는 것을 독자는 느끼게 된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서처럼 이 책도 결국엔 이 모든 것이 우리 인류로 시선이 돌아온다. 이 책도 마찬가지이다. 저자는 우주 속에서 지구의 위치를 조명하며 우리는 정말로 특별한 존재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는 과거 천동설이 코페르니쿠스 혁명에 의해 뒤집힌 것처럼 인류의 우주관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 우리가 지구 생명체의 독특함을 강조하는 이유는 단순히 과학적 발견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로 정의하려는 인간 본성 때문일 수도 있다. 



또 다른 지구와 미지의 생명체를 찾아서라는 소제목의 리사 칼테네거의 에일리언 어스에서 가장 근본적으로 하는 질문은 우리는 우주에서 혼자가 아닐까?이다. 이 질문에 대하여 저자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가 오랫동안 답을 찾기 위하기 위해 끊임없이 탐색해왔다. 저자는 이러한 탐색을 과학적 시각에서 접근하며, 외계 생명체를 찾기 위한 최신 연구를 소개한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외계 행성의 '빛의 지문'을 분석하는 독창적인 방법을 통해 살아 있는 종의 존재 가능성을 탐색하는 부분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복잡한 과학 이론을 일반 독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냈다는 점이다. 우주론의 경우 이론과학에 속하여 일반인이 접근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많지만 저자는 천문학자로서 과학에 바탕을 두면서도 창의력이 뛰어난 이야기꾼의 면모를 뽐내며 내용을 풀어간다. 이론과학을 설명할 때 대부분 수많은 물리 공식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는 외계 행성을 연구하는 과정 자체를 마치 탐정이 단서를 추적하는 것처럼 펼쳐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지구의 대기와 생명체가 만들어내는 빛의 특징을 외계 행성과 비교하는 방식은, 우리가 외계 생명체를 찾는 데 있어 어떤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게다가 한없이 뻗어나갈 수 있는 우주 속의 과학적 탐사에 머물지 않고, 가늠할 수 없는 미지의 공간에 속해 있는 인간의 위치를 다시금 성찰하게 만든다. 외계 행성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결국 '지구는 얼마나 특별한가?', '생명의 보편적 조건은 무엇인가?' 같은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또 다른 지구와 미지의 생명체를 찾아서라는 소제목의 리사 칼테네거의 에일리언 어스는 단순한 천문학 개론서가 아니다. 과학적 탐구와 상상력이 결합할 때 얼마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탄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다. 이과와 문과의 절묘한 융합이라고나 할까? 우리는 과연 우주에서 유일한 생명체일까? 아니면, 아직 만나지 못한 우주적 이웃이 존재할까? 이 책은 그 답을 찾기 위한 흥미로운 여정을 안내하며, 독자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에일리언어스 #리사칼테네거 #쌤앤파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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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에너지 패권 전쟁
양수영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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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경제 신문 공부를 하다가 보면 의외로 각국의 싸움이 에너지에서 시작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2차 세계대전부터 그 이후 전쟁까지. 하지만 단순하게 역사만을 공부하다가 보면 이런 부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양수영의 세계 에너지 패권 전쟁은 석탄 사용을 시작으로 시작된 산업 혁명 이후의 전쟁과 나라 간의 긴장감을 형성하게 된 원인을 에너지원을 연대 순으로 나열하였으며 현재를 지나 미래의 전망까지 다루고 있다. 이 내용을 알고 경제 신문을 본다면 입으로 하는 워딩과 그들의 속마음을 비교해 볼 수 있는 혜안이 생길 것이다.




시대별 변화 속 에너지 전쟁과 미래 전망을 다룬 양수영 작가의 세계 에너지 패권 전쟁은 에너지를 둘러싼 국제 경쟁과 다툼의 역사를 연도별로 정리하며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에너지 전환과 지정학적 변화 속에서 한국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를 조명한다. 첫 시작은 석탄, 석유, 천연가스, 원자력, 신재생 자원으로 이어지는 주요 원천의 변화를 중심으로 각 시대의 강대국들이 어떻게 자원을 지배하고 활용했는지를 보여 주며 익숙한 내용으로 독자의 집중력을 끌어올린다. 



산업혁명 이후 석탄이 영국의 해상 패권을 강화한 시기, 20세기 석유 점유를 둘러싼 유럽, 미국과 중동의 충돌, 21세기 들어 부상하는 천연가스 및 신재생 에너지원 경쟁 등 굵직한 흐름을 따라가면서 원료가 단순한 경제 자원이 아니라 국제 정세를 뒤흔드는 전략적 무기였음을 강조한다. 특히 석탄 매장지 점령을 위하여 발생한 전쟁이 나치 집권으로 진 부분이나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엑손, 셰브런, 모빌, 쉘, 아람코 등 회사들의 연대기까지 상세하게 다루고 있어 제대로 경제 공부를 하려는 이들에게 유용한 도서이다.



단순히 과거의 자원 패권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전망하며, 우리가 주목해야 할 주요 변화를 제시한다. 예를 들면,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유럽의 가스 위기,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과 자립 선언, 중국의 태양광·배터리 산업 주도권 확보 등의 사례를 통해, 오늘날의 원료 패권 경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특히 탄소중립과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면서, 국가 간 자원 패권 다툼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탄소세를 활용해 친환경 연료 패권을 강화하고, 중국은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장에서의 독점을 노리고 있으며, 원자력을 둘러싼 찬반 논쟁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 역시 이런 흐름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한 시대의 주요 원천이 어떻게 다른 원료로 대체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국가들이 승자가 되고 패자가 되었는지 알게 되면, 앞으로 한국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도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



자원은 단순한 경제적 도구가 아니라, 국가 간 힘의 균형을 좌우하는 요소이다. 세계 역사 속에서 원료를 둘러싼 전쟁과 협력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각국이 어떻게 자원을 장악하고 활용했는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책은 이러한 흐름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독자들이 스스로 국제 자원 정세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눈을 기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들의 역학 관계만 제대로 인지하고 있어도 경제 신문에서 말하는 이면을 볼 수 있다.




시대별 변화 속 에너지 전쟁과 미래 전망을 그린 양수영 작가의 세계 에너지 패권 전쟁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자원이 단순한 기술적·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국제 질서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라는 점이었다. 우리는 보통 경제 성장이나 군사력 강화 같은 요소들에 집중하지만, 실제로 국가의 힘을 결정짓는 근본적인 요소가 원료 공급망이라는 사실이 새삼 크게 다가온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석유에서 천연가스로의 패권 이동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었다. 미국이 셰일가스 혁명을 통해 자립을 선언하며 기존 석유 패권을 흔들었고,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시도 속에서 갈등이 벌어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또한, 중국이 지속 가능한 자원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전략도 눈여겨볼 만했다.




책을 읽다 보면, 한국이 처한 현실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자원이 부족한 국가이기 때문에, 원자력과 신재생 원천을 어떻게 조화롭게 활용할 것인지,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가 중요한 과제가 된다. 원자력과 탄소중립 정책을 둘러싼 논란, 지속 가능한 연료 확대 속에서 중국과의 경쟁, 자원 수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 등, 현재 우리가 직면한 현실과 연결 지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또한, 신재생 자원이 과연 화석연료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남는다. 태양광과 풍력은 기후와 지리적 조건에 따라 효율성이 달라지며, 에너지원 저장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국이 지속 가능한 원료를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책의 논의는 생각할 거리를 많이 제공한다. 원천 패권이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을 이해하면, 현재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전략이 무엇인지 더 명확하게 볼 수 있다.




시대별 변화 속 에너지 패권과 미래 전망을 그린 양수영 작가의 세계 에너지 패권 전쟁을 읽고 나면, 뉴스에서 나오는 자원 관련 이슈들이 단순한 산업 변화가 아니라 국제 질서 속에서 벌어지는 전략적 경쟁임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길을 가야 할까? 그리고 미래의 자원 패권을 차지하는 국가는 어디가 될까? 이 책은 그 답을 찾기 위한 단서를 제공하며, 독자로 하여금 더욱 깊이 있는 고민을 하도록 만든다. 세계는 자원 전환의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신재생 자원으로의 전환, 원자력 활용, 자원 공급망의 지정학적 갈등 등 다양한 요소들이 얽히면서 새로운 국제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 책은 그 복잡한 과정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앞으로의 방향성을 탐색할 기회를 제공한다. 자원 문제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미래를 대비하려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볼 만한 책이다. 단순한 자원 정책이 아니라 국제 정치, 경제, 환경을 포함한 거대한 그림 속에서 원천을 바라보는 시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너지패권전쟁 #양수영 #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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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역사 - 이해하고 비판하고 변화하다
니알 키시타이니 지음, 도지영 옮김 / 소소의책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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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곰브리치 세계사를 읽어본 분이라면 예일대학교 출판사의 A Little History 시리즈의 번역본을 꽤 기다렸을 것이다. 이들은 다양한 학문 분야를 쉽게 풀어 설명하는 교양서를 제공하며, 표지 디자인과 제목 형식을 통일해 독자들에게 친숙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오늘 소개할 책과 더불어 과학, 철학, 종교, 문학 등 여러 주제의 역사를 다룬 책들이 같은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두껍지만 매우 쉽게 쓰여 청소년 교양 도서로도 손색이 없다. 그럼 니알 키시타이니의 경제학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 보자.




A Little History of 시리즈인 니알 키시타이니의 경제학의 역사는 주요 개념과 사상가들을 연대순으로 설명하면서 발전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된 책이다. 이 책은 총 40개의 짧은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은 주요 개념과 역사적 흐름을 다룬다. 책은 고대 시장과 화폐 시스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발전을 아우르며, 각 시대별 학자들의 핵심 이론을 설명한다. 애덤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도, 칼 마르크스, 존 메이너드 케인스 등의 학자들의 이론과 등장한 역사적 배경과 실질적인 영향에 대해 설명한다.



책은 흥미로운 도입부로 시작한다. 저자는 경제학이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과 관련된 선택에서 비롯되었다고 설명하며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로 이를 비유한다. 에덴동산에서 풍족한 자원을 누렸던 이들은 선택의 필요가 없었지만 선악과를 먹고 난 후 세상에 떨어지면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생존을 위해 선택을 해야 하는 존재가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도입부는 단순한 숫자와 그래프의 집합체가 아니라 우리에게 조금 더 친숙하게 인간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게 한다.




예를 들어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등장하는 '보이지 않는 손' 개념을 설명하면서 시장이 스스로 조정된다는 자유시장경제의 원리를 다룬다. 이후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의 발전 속에서 등장한 마르크스의 이론을 소개하며, 계급 갈등과 자본주의 모순을 지적하는 사회주의 개념을 설명한다. 이처럼 책은 다양한 학자들의 이론을 배치하면서 단순한 수식의 학문이 아니라 사회 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된 학문임을 강조한다. 이런 전개는 단순한 이론뿐만 아니라 역사에 대하여 섬세하고 다루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누구가 뭐라고 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수식과 모델을 기반으로 하기에, 비전공자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니알 키시타이니의 경제학의 역사에서는 개념을 설명할 때 복잡한 수식 대신, 실제 역사 속 사례와 비유를 활용한다. 예를 들어, 대공황 당시 케인스의 이론이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어떤 정책이 등장했는지를 설명하며, 독자들이 현실 세계에서 학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또한, 이 책은 단순한 이론적 논의로 끝내지 않고, 정책과 사회 변화에 미친 영향까지 탐구한다. 학자들의 사상이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었는지를 보여주며, 이론이 현실에 미친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균형 있게 서술한다. 단적인 예시로 자유시장주의를 강조한 밀턴 프리드먼과 신자유주의 정책이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킨 측면을 논의하며 이론이 사회적 결과를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말한다. 이런 시각은 현재의 국제적 상황에서 미래 경제의 흐름을 스스로 전망하는 시야를 기르도록 한다.




장점이 매우 명확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 책의 단점 또한 확연하게 드러난다. 경제학의 역사를 폭넓게 다루지만 깊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관련 학과를 전공한 독자나 사전 지식이 있는 독자들에게는 다소 피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논쟁이나 대립된 시각에 대한 균형 있는 논의가 부족하다는 점도 한계로 작용한다. 특히 거시와  미시경제학의 차이, 게임 이론 등 다양한 연구 분야가 다루어지기는 하지만 깊이 있는 분석보다는 개괄적인 설명에 그치며 논쟁과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부분, 현대적 이슈도 역사적 개괄에 한정된다.




니알 키시타이니의 경제학의 역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단순한 재정 구조를 분석하는 학문으로 국한시킨 것이 아니라, 인간의 선택과 행동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점을 강조한 점이다. 예를 들어, 고대 로마에서는 정부가 대규모 공공사업을 통해 시장을 활성화하려 했다. 중세 시대에  썩어가는 양이 신선해 보이도록 눈에 피를 바르는 행위에 대한 토마스 아퀴나스의 합의한 가격의 비정당성 주장 등이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정책이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실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사용되었음을 보여준다.



20세기 초 대공황 때, 기존의 정책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던 결과 케인스 경제학이 등장하게 되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시장이 스스로 조정된다는 기존의 가정을 반박하며,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했다. 그의 이론은 이후 미국의 뉴딜 정책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정책에 영향을 미쳤고, 이는 실업 문제 해결과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처럼 이론이 역사적 사건과 밀접하게 연결되며, 시대에 따라 변형되고 발전해 왔다는 점을 체계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197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가 등장하면서 케인스주의가 약화되고 밀턴 프리드먼과 같은 학자들의 자유시장 중심 사상이 부상했다. 프리드먼은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에 더 많은 자유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러한 신자유주의 정책은 1980년대 이후 세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금융위기와 같은 문제들이 발생했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정부는 다시 케인스주의적 접근을 도입하여 부양책을 시행했으며, 이는 경제 회복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A Little History of 시리즈의 새로운 책 니알 키시타이니의 경제학의 역사는 경제학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유용한 입문서다. 역사와 주요 개념을 쉽게 설명하면서도, 이론이 사회에 미친 영향을 설명하는 방식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보다 깊이 있는 논의를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을 수 있으며, 심화 학습을 위해 추가적인 자료가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와 핵심 개념을 친숙한 언어로 설명하는 점에서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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