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전 시집 : 진달래꽃, 초혼 - 한글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시인
김소월 지음 / 스타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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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김소월 전 시집: 진달래꽃, 초혼』(스타북스, 2025)은 김소월의 시 세계를 오롯이 담아내는 동시에, 책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지는 특별한 시집입니다.

먼저 표지의 질감부터 인상적입니다. 한지와 천, 두 소재의 장점을 모두 담은 듯한 이 독특한 양장본 표지는 손끝에 닿는 감촉만으로도 따뜻함을 전합니다. 마치 오래된 시골집의 포근한 이불을 만지는 것처럼, 표지에서부터 김소월 시의 서정이 전해집니다. 표지에 그려진 호리병 일러스트는 절제된 선과 여백의 미로, 소월 시의 담백함과 깊이를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호리병이 지닌 소박함과 그 안에 담긴 여운은, 시집 전체의 분위기와 절묘하게 어울립니다.

책을 펼치면 각 챕터 구분 페이지마다 흰색 음각으로 새겨진 진달래꽃 일러스트가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첫 번째 사진 참고). 이 디자인은 시집 전체에 일관성을 부여하며, 김소월의 대표작인 ‘진달래꽃’의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강조합니다. 은은한 진달래꽃 그림이 챕터마다 독자를 맞이해, 시를 읽기 전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주는 역할을 합니다.

내지는 굉장히 얇고 가벼운 종이를 사용했지만, 손에 쥐었을 때 쉽게 찢어지지 않을 만큼 튼튼합니다. 얇은 종이 특유의 산뜻한 촉감이 독서의 즐거움을 더해주며, 인쇄 품질도 매우 뛰어나 글자가 또렷하게 잘 보입니다(두 번째 사진 참고). 얇은 종이 덕분에 약간의 뒷비침이 있긴 하지만, 시를 읽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고 오히려 고전 시집 특유의 분위기를 살려줍니다.

이 책에서 나는 종이 냄새는 정말 기분 좋습니다. 책을 펼치자마자 퍼지는 은은한 종이향이 독서의 즐거움을 배가시킵니다. 종이냄새가 끝내주게 좋아서 코를 박고 킁킁거리게 될 정도로, 시집을 읽는 순간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시집의 편집과 인쇄 또한 매우 완성도가 높습니다. 각 시는 넉넉한 여백과 함께 배치되어 있어, 김소월의 언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습니다. 챕터마다 들어간 일러스트와 디자인 요소들은 시집의 분위기를 한층 더 깊게 만들어 줍니다.

『김소월 전 시집: 진달래꽃, 초혼』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예술 작품입니다. 김소월의 시가 지닌 서정과 한글의 아름다움을, 손끝과 눈, 그리고 코끝으로까지 느낄 수 있는 이 시집은 소장용으로도, 선물용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시인의 언어와 감성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깊은 울림과 위로를 전해줍니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당신은 이미 김소월의 시 세계 한가운데에 서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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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인간
염유창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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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염유창의 장편소설 『마이너스 인간』(해피북스투유)은 표지에서부터 본문에 이르기까지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먼저 표지를 보면, 푸른 물결과 붉은 빛이 교차하는 배경 위로 물속에 잠긴 인물의 실루엣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이미지는 단순한 미장센을 넘어, 소설의 주요 배경인 재난 현장과 인간 내면의 불안, 그리고 집단 속에서 희미해지는 개인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담아낸다. 세로로 길게 배열된 흰색의 얇은 타이포그래피는 현대적이면서도 차가운 느낌을 주며, ‘마이너스 인간’이라는 제목이 독특하게 시선을 끈다.

하단의 붉은 카피 “네가 죽어야 모두가 살 수 있어!”는 이 소설이 던지는 도덕적 딜레마와 집단 생존의 냉혹함을 강렬하게 드러내며, 독자에게 단번에 긴장감을 심어준다. 표지의 색채와 이미지, 문구는 미스터리와 심리 스릴러라는 장르적 특성을 효과적으로 압축해, 책을 집어드는 순간부터 독자를 이야기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본문으로 들어가면, 『마이너스 인간』은 반성문 대필작가 기시윤이 거액의 의뢰를 받고 대형 재난의 생존자들을 인터뷰하며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다. 포레그린뷰 산사태라는 재난 속에서 아홉 명이 지하주차장에 고립되고, 전문가들이 불가능하다고 본 상황에서 한 명의 사망자를 제외한 모두가 살아 돌아온다. 생존자들은 한 명의 희생자를 영웅으로 추켜세우지만, 시윤은 엇갈리는 진술과 감춰진 진실의 단서를 발견하며, 집단과 개인, 도덕과 생존, 죄책감과 트라우마라는 복잡한 심리적·윤리적 문제를 마주한다.

이 소설의 재미는는 무엇보다 신선한 소재와 몰입감에 있다. 반성문 대필작가라는 신선한 시점, 재난 생존자들의 심리와 집단의식을 파고드는 전개, 그리고 엇갈리는 증언과 연달아 터지는 반전은 독자를 새벽까지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미스터리 장르 특유의 쾌감과 더불어, 구명보트 딜레마와 같은 도덕적 질문, 사법제도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메시지 등은 작품에 깊이를 더한다.

반면, 익숙한 미스터리 장르의 구조와 복잡한 주제의식은 일부 독자에게는 다소 무겁거나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와 심리적 요소가 한데 어우러져 있어, 이야기의 흐름이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내지 디자인은 표지의 긴장감과 미니멀리즘을 이어받아, 군더더기 없는 구성과 가독성 높은 레이아웃이 특징이다. 다만, 챕터 구분이 따로 되어 있지 않아, 독자에 따라서는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약간의 불편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이야기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으며, 독자가 긴장감 넘치는 전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종합하자면, 『마이너스 인간』은 표지와 본문, 그리고 디자인까지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미스터리와 심리 스릴러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작품이다. 표지 하나만으로도 이 소설이 단순한 추리물이 아닌, 인간 심리와 도덕적 갈등, 집단과 개인의 관계를 깊이 있게 파고드는 작품임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독특한 시각적 언어와 강렬한 메시지, 그리고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재미가 조화를 이루며, 책을 집어드는 순간부터 독자는 이미 소설의 세계에 한 발 내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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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이 알고 있다
모리 바지루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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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이 알고 있다 Know it all』(하빌리스)은 2023년 제30회 마츠모토 세이초상을 수상하며 많은 독자들의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모리 바지루가 집필하고 김진환이 번역한 이 소설은, 한 마을을 배경으로 전혀 다른 다섯 개의 세계선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교차시키며 전개된다. 각 세계는 청춘, SF, 판타지, 연애 등 서로 다른 장르로 이루어져 있어, 한 권의 책에서 다양한 서사와 감정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이 소설은 만담 콤비가 대회 우승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춘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목숨을 위협하는 미래인과 목숨을 구해주는 미래인을 동시에 만나는 여고생의 SF적 상황, 살인자가 된 이세계인을 찾아 나서는 추방된 마법사와 기억을 잃은 영혼의 판타지, 그리고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병 때문에 실연을 반복하다가 운명의 상대를 만나는 30대 여성의 연애담까지, 각기 다른 인물들의 삶을 그려낸다. 이 모든 이야기는 겉으로는 전혀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인물과 사건이 미묘하게 맞물리며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로 수렴된다.

특히, 장르가 교차하는 구성은 독자에게 신선한 자극을 준다. 처음에는 별개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점차 각 세계선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모든 퍼즐 조각이 맞춰지며, 독자만이 모든 진실을 알게 되는 쾌감을 선사한다. 이처럼 독자가 ‘진실을 아는 유일한 존재’가 된다는 점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모리 바지루 특유의 경쾌하면서도 섬세한 문체는 인물들의 감정선과 세계관의 전환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주며, 각 인물의 사연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 책의 매력은 내용에만 머물지 않는다. 표지는 다섯 개의 서로 다른 세계선이 교차한다는 설정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다양한 색상과 질감이 겹겹이 쌓인 표지 디자인은, 각기 다른 색의 선들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으면서도 중앙에서 하나의 점으로 모여드는 이미지를 통해 이야기가 결국 하나로 연결된다는 소설의 구조를 절묘하게 담아낸다. 현대적이면서도 미묘하게 비틀린 폰트 역시 이 책이 단순한 한 장르의 소설이 아님을 암시한다.

내지 디자인 또한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엿보인다. 각 장이 시작될 때마다 장르를 상징하는 주제에 맞는 흑백의 표지디자인이 삽입되어, 독자가 지금 어떤 세계에 들어서는지 자연스럽게 안내해준다. 여백과 행간도 넉넉하게 구성되어 있어, 복잡한 이야기를 따라가면서도 시각적으로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당신만이 알고 있다 Know it all』의 표지와 내지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책의 구조와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 모든 요소를 종합해볼 때, 『당신만이 알고 있다 Know it all』은 다층적인 이야기 구조와 신선한 장르적 실험, 그리고 세련된 디자인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다섯 개의 세계선이 교차하며 각기 다른 장르의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고, 마지막에 모든 퍼즐이 하나로 맞춰지는 순간의 쾌감은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 소설은 단순히 흥미로운 플롯에 그치지 않고, 각 인물의 감정과 성장, 그리고 세계가 연결되는 방식을 통해 독자에게 ‘진실을 아는 유일한 존재’가 되는 특별한 체험을 안겨준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제목 그대로 ‘당신만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 자신 있게 추천할 만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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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제12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
지다정 외 지음 / 북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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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을 펼치며 처음 읽은 작품은 「노인 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였다. 좀비물을 오래 좋아해온 독자로서, 이 작품은 전통적인 좀비 장르가 주는 쾌감보다는 훨씬 더 깊고 묵직한 감정의 충격을 안겨주었다.

익숙한 좀비 장르라 기대했던 건 긴장감 넘치는 생존극, 무자비한 액션, 그리고 박진감 넘치는 전개였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 공식에서 벗어나, 훨씬 더 깊고 슬프며 묵직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고령화 사회의 극단적 설정 — 노인을 좀비로 만드는 국가사업과 그들을 버리는 ‘덤핑족’의 등장. 이 낯설고도 기이한 세계는 어쩐지 현실과 맞닿아 있다. 주인공 덕환과 야생 좀비 구역에서 만난 한 노인의 관계는 단순한 동행이나 동맹이 아니라, 버림과 기억, 가족과 돌봄에 대한 성찰이었다. 좀비물이 이토록 따뜻하고 슬플 수 있다니. 이 작품은 장르의 외피를 입고,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그래서 더욱 놀랍고 인상 깊었다.

그러나 그 여운은 오래가지 않았다. 다음 작품 「청소의 신」을 읽으며 마음은 점점 불편해졌다. 처음에는 팬데믹 시기의 낯선 모텔 풍경과 이주노동자의 이야기로 보였지만, 중심에는 ‘나’라는 화자의 불편한 시선이 자리하고 있었다. 겉으론 무심하고 친근해 보이지만, 그 안엔 기묘한 권력감과 기만, 그리고 회피가 깔려 있다. 청소를 맡은 종수와의 관계는 상하가 분명한 듯 애매하고, 감정의 줄다리기는 결국 ‘나’의 자기 위안에 불과하다.

이 불쾌감은 단지 이야기의 전개 때문이 아니라, 바로 그 인물과 말투, 그리고 일상에 숨겨진 태도에서 비롯된다. 작품은 그 불편함을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외면하고 있는 위선을 건드린다. 정제되지 않은 인간성의 민낯, 그 찝찝한 감정이 오래 남는다.

이 두 작품은 각각 아주 다른 방식으로 독자에게 말을 건다. 하나는 장르의 상상력을 통해 감동을 이끌어내고, 다른 하나는 날카로운 현실을 통해 불편한 진실을 꺼낸다. 그래서인지 「노인 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를 읽고 느꼈던 감동은, 「청소의 신」을 지나며 시험받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2025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은 단편집 특유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안고 있다. 다양한 이야기와 감정의 결이 공존하는 만큼, 읽는 순서와 감정의 흐름에 따라 독자의 경험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의 마음속에 무언가는 반드시 남는다는 것. 그것이 감동이든, 불편함이든, 혹은 둘 다이든 말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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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밤에 쓴 일기 난중야록 - 이순신 탄생 480주년 만에 공개되는 숨겨진 이야기
조강태 지음 / 스타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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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역사는 기록된 대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이순신 밤에 쓴 일기 난중야록』은 조선의 영웅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새롭게 그려낸다. 단순히 유명한 <난중일기>를 다시 옮긴 책이 아니다. 이 책은 말 그대로 “밤에 쓰인 야록(夜錄)”, 즉 알려지지 않은 사적인 기록, 혹은 그 기록을 둘러싼 이야기다.

이 책의 편저자 조강태는 이순신의 15대 외손으로,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구전으로 들은 야사(野史)를 토대로 이 작품을 엮었다고 한다. 소설적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뿌리는 실제 기억과 기록에 있다. 책장을 넘길수록, 단순한 상상력이 아니라 역사의 공백을 메우려는 후손의 치열한 애정과 진심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전쟁영웅 이순신’이 아니라, 인간 이순신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전투의 기록만을 남긴 것이 아니라, 매일 밤, 지치고 외로운 마음을 지필묵 앞에서 정리하고 다잡는다. 때로는 어머니의 부음을 접하고도 바다로 나서야 했고, 백성의 삶에 책임을 느끼며 직접 거북선을 점검했다. 한밤중, 모기 때문에 잠 못 드는 병사들을 위해 꿀물과 막걸리를 활용해 모기 퇴치 단지를 만든 조력자 단이의 이야기는 너무나 생생하고 인간적이다.

이 책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 중 하나는 바로 ‘단이’다. 그녀는 이순신 곁에서 실질적인 조언과 위로를 건네는 존재로 그려진다. 단이는 역사서에 등장하지 않지만,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살아 숨 쉬는 인물로 재탄생했다. 단이는 단순한 허구의 여성이 아니라, 위대한 영웅 뒤에서 조용히 그를 지탱한 이름 없는 수많은 조력자들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또한 ‘난중일기’가 공적인 전쟁 기록이라면, 이 ‘난중야록’은 전쟁 속에서도 사적인 감정, 인간적인 갈등, 사랑, 두려움, 회복의 순간을 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역사소설을 넘어, 리더십의 본질, 인간으로서의 고뇌, 시대를 초월한 공감을 담아낸 산문집이기도 하다.

책 말미에 다다랐을 때, 나는 한 사람의 독자가 아니라 한 시대의 목격자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전쟁의 한복판, 귀선의 서까래 위로 밧줄을 걸며 고민하던 이순신, 왜적의 수급을 가로채려는 원균을 보며 분노를 삭이던 그의 심정, 단이가 건넨 찻잔 속 침묵. 이 모든 것이 너무나 현실 같고 가깝게 다가왔다.

『이순신 밤에 쓴 일기 난중야록』은 지금의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하루가 끝난 밤, 무엇을 기록하는가?"
나라가 혼란스러운 이 시대에, 밤을 견디며 끝끝내 책임을 다했던 이순신의 모습은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던진다.
법과 정의, 사람과 사랑,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의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한 사람의 분투는, 시대를 초월해 오늘의 독자에게 다가온다.

이 책은 그저 ‘새로운 이순신 이야기’가 아니다.
이순신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었던 어떤 태도와 정신을 다시 일깨워주는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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