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C 월드
플레이어 지음 / PAGE NOT FOUND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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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출판사를 통해 책을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애들 학교교 보내고 잠시 나만의 시간을 가질 때, 이 책 <NPC 월드/모티브(PAGE NOT FOUND)>를 펼쳤습니다. 사실 처음엔 제목만 보고 '아, 또 뻔한 게임 판타지인가?' 싶어 그냥 지나칠 뻔했어요. 그런데 웬걸요, 페이지를 넘길수록 전직 원화가였던 내 손끝이 떨리더라고요.

우리가 게임을 만들 때 NPC는 늘 고정된 좌표에 박혀 있어야 하거든요. 그게 시스템의 안정성이니까. 그런데 이 책은 우리가 사는 이 현실이 이미 거대한 알고리즘에 잠식된 'NPC 월드'라고 꼬집더군요. 아침에 일어나 똑같은 루트로 출근하고, 남들 다 보는 쇼츠 영상에 낄낄거리는 내 모습이... 내가 예전에 그렸던 '마을 주민 1'과 겹쳐 보여서 순간 숨이 턱 막혔습니다.

PAGE NOT FOUND라는 출판사 이름부터가 참 발칙하면서도 매력적이에요. 시스템이 찾을 수 없는 영역, 즉 '오류'가 발생해야 비로소 인간다운 삶이 시작된다는 그 역설! 소설을 쓰는 입장에서도 큰 영감을 받았어요. 완벽한 문장보다 가끔은 쉼표 하나 잘못 찍힌 문장에서 인물의 인간미가 느껴지듯, 우리 인생도 조금은 에러가 나야 진짜 내 것 아닐까 싶구...

아, 말이 좀 길어졌네. 성격이 급해서 요점만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시각적 통찰: 원화가 눈으로 봐도 세상의 색감이 달라 보여요.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게 진짜 색인지, 아니면 사회가 칠해놓은 텍스처인지 의심하게 만들거든요.

서사적 깊이: '나'라는 데이터가 소멸되지 않으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주부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네요.

물론 읽다가 너무 공감이 가서 혼자 거실에서 "맞아, 이건 아니지!" 하고 소리를 좀 지르긴 했어요. (옆집에 들렸을까 봐 얼른 입을 막았지만요.) 우리 나이쯤 되면 사회적 체면 때문에라도 앞만 보고 달리게 되잖아요? 그런데 이 책은 잠시 멈춰서 '로그아웃' 해보라고 권하는 기분이에요.

아이고, 벌써 애들 올 시간이네. 더 깊게 수다 떨고 싶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써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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