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케이크 레시피 - 디저트 공방 atelier h
혼마 세츠코 지음, 황세정 옮김 / 시원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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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과일 케이크 레시피 – 디저트 공방』을 처음 손에 들었을 때, 달콤한 냄새가 났던 건 아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자마자 눈으로 맡는 향이 있었다. 나는 당뇨 때문에 오래 전부터 케이크를 멀리했다. 달콤한 크림과 과일이 겹겹이 쌓인 단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유혹이 치밀어 오르곤 했지만, 먹는 순간 곧바로 죄책감이 따라왔다. 그래서 이제는, 먹는 대신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이 책은 그런 내게 딱 맞는 동반자다. 제철 과일을 소재로 한 케이크와 타르트, 롤케이크 사진이 페이지마다 놓여 있다. 사진은 화려하게 꾸며낸 화보가 아니라, 막 작업대 위에서 갓 올려놓은 듯한 자연스러운 구도다. 크림의 결이 살아 있고, 과일의 수분이 그대로 빛난다.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달콤하다.

책 디자인이 세심하다. 완전 펼침 제본이라 어느 페이지든 활짝 열리는데, 레시피를 따라 만들지 않더라도 책장을 끝까지 펼쳐두고 바라보는 것만으로 작은 전시를 보는 기분이다. 종이 질감도 매끈하지 않고 은근히 무게가 있어 사진의 색감을 깊게 받아낸다. 딸기의 붉은 빛, 망고의 노란 결이 페이지 위에서 더 선명하게 살아난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건 색감의 톤이다. 요즘 요리책들이 자극적인 색을 강조하는 데 반해, 이 책은 차분하다. 흰 접시 위의 과일, 담백한 배경, 그리고 필요한 만큼의 장식. 그래서 오래 들여다봐도 눈이 피곤하지 않고, 마치 계절 과일이 갖고 있는 본연의 색을 있는 그대로 감상하게 된다.

나는 더 이상 마음껏 케이크를 먹지 못한다. 하지만 책 속에서라면 자유롭게 고른다. 봄에는 딸기 쇼트케이크, 여름엔 망고 타르트, 가을엔 무화과 롤케이크, 겨울엔 홍옥 파이. 맛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달콤하다.

『과일 케이크 레시피』는 단순한 요리책이 아니라, 내게는 하나의 작은 미술책에 가깝다. 먹을 수 없는 사람도 즐길 수 있는, 눈으로 맛보는 케이크 전시. 책장 위에 꽂아두는 것만으로도 사계절이 내 곁에 놓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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