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금수 의복 경연 대회
무모한 스튜디오 지음, 김동환 그림, 김진희 글 / 하빌리스 / 2025년 7월
평점 :
** 이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금수 의복 경연 대회』는 책 자체가 눈길을 끈다. 표지를 보면 청록빛 양장 커버에 고풍스러운 장식 테두리, 그리고 한가운데 중절모를 눌러쓴 참새 신사가 그려져 있다. 작은 새가 마치 인간 신사처럼 서 있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왠지 품위가 느껴진다. 이 장면만으로도 책이 어떤 분위기를 품고 있을지 짐작이 간다.
책을 펼치면 활자와 삽화가 적당히 배치돼 있어서 읽는 맛이 있다. 활자 크기도 눈에 부담이 없고, 챕터마다 들어간 펜 드로잉 삽화가 이야기의 리듬을 만들어준다. 그림들이 단순히 장식이 아니라, 진짜 이야기를 더 생생하게 전달하는 장치로 작동한다는 게 좋았다.
특히 영혼을 갈아 넣은 듯한 삽화가 정말 아름다운데, 그림 작가 또한 인상적이었다. 고전 의상을 워낙 좋아해서 실제로 그런 옷을 직접 입고 다닌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펜 드로잉 속 수인들의 의상이 그냥 상상 속에서 나온 게 아니라, 실제 질감이나 착용감을 떠올리며 그린 것처럼 느껴진다.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동시에 판타지 세계에만 존재할 것 같은 절묘한 균형이 있다. 그림이 예쁜 걸 넘어서, 옷 자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을 주는 이유가 아마 거기에 있는 것 같다.
내용은 19세기 런던, 소빙하기라는 배경에서 시작한다. 인간과 수인이 서로를 경계하고 차별하는 시대에 ‘의복 경연 대회’가 열린다. 단순히 멋진 옷을 뽐내는 쇼가 아니라, 수인들의 상처와 콤플렉스, 자존심을 드러내고 덮어주는 무대다. 인간 재단사 W는 차별받으면서도 묵묵히 옷을 지어주고, 그 과정을 통해 각자의 이야기가 풀려나간다.
결국 이 책은 도록처럼 보이지만, 읽어보면 꽤 흡입력 있는 소설이고, 동시에 책 자체가 완성도 높은 오브제처럼 다가온다. 표지, 삽화, 본문 구성, 그리고 삽화 작가의 개성까지 다 합쳐져서 ‘한 권을 읽는다’는 감각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판타지를 좋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책의 물성을 즐기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