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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미스터리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손성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후기 입니다*
『위대한 미스터리』를 읽으면서, 평소에 생각했던 추리소설과는 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보통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살인사건이나 범인을 찾는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가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자극적인 사건보다 사람들 사이의 감정과 관계, 그리고 말로 다 하지 못하는 마음에 더 집중하는 것 같았다.
이야기는 1141년, 영국에서 내전이 한창이던 시기에 시작된다. 윈체스터가 무너지고 수도원들이 폐허가 된 혼란 속에서, 후밀리스라는 나이 많은 수도사와 피델리스라는 젊은 수도사가 슈루즈베리 수도원에 도착한다. 후밀리스는 원래 기사였지만 전쟁에서 다리를 잃고 수도사가 되었고, 피델리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도 후밀리스를 묵묵히 돌보는 인물이다. 피델리스가 조용히 후밀리스를 챙기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마음에 남았다.
후밀리스는 예전에 줄리언 크루스라는 여자와 약혼했었는데, 자신이 다친 뒤로 약혼을 깨고 그녀를 자유롭게 해줬다고 한다. 하지만 줄리언은 수도원에 들어간 줄 알았지만 사실 행방불명이 되었고, 후밀리스는 그녀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른 채 미안한 마음을 품고 살아간다.
이 소설은 줄리언의 실종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천천히 드러나는 과정이 흥미롭다. 피델리스가 왜 후밀리스 곁을 지키는지, 줄리언은 왜 사라졌는지, 그리고 그 뒤에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하나씩 밝혀진다. 캐드펠이라는 인물이 등장해서 이 복잡한 관계와 과거의 비밀을 차분하게 풀어나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이 책은 살인사건이 중심이 아니라서 자극적인 장면은 거의 없지만, 대신 인물들의 감정이나 침묵 속에 숨겨진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는 과정이 오히려 더 긴장감 있게 느껴졌다. 특히 피델리스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에는 정말 놀랐고, 한동안 멍하니 생각하게 됐다. 그 반전은 단순한 트릭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는 데서 오는 반전이라 더 깊게 다가왔다.
『위대한 미스터리』라는 제목이 단순히 수수께끼를 뜻하는 게 아니라, 결혼이나 사랑, 자기희생 같은 깊은 약속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겉모습이나 사회의 규칙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나누는 게 진짜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느꼈다. 중세라는 시대적 배경이 오히려 이런 인간적인 가치, 그러니까 다정함과 배려, 그리고 침묵 속에 담긴 진심을 더 뚜렷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
요즘처럼 사람들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고, 각자 바쁘게 살아가는 시대에 다정함과 배려가 왜 중요한지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말로 다 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조용히 이해하고 곁을 지키는 태도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 수 있었다. 결국 이 소설은 사건을 해결하는 재미도 있지만, 사람을 이해하고 진짜 연대와 신뢰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내게는 그냥 추리소설이 아니라,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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