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역사 다이제스트 100 New 다이제스트 100 시리즈 11
이강혁 지음 / 가람기획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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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마치 스페인의 깊은 역사 속을 산책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실 스페인이라는 나라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고 여행지로 꿈꾸는 곳이지만, 그저 축구나 투우, 플라멩코와 같은 문화적 이미지 이상으로 다가온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강혁 선생님의 책은 그런 단편적인 이미지 뒤에 숨어 있는 스페인의 복잡하고도 흥미로운 역사와 이야기를 친절하게 풀어 줍니다. 그저 ‘100개의 사건’이라는 형식적인 구성이 아닌, 마치 한 편의 이야기 속으로 독자를 초대하는 듯한 구성이어서 더욱 쉽게 읽히면서도 깊은 감동을 줍니다.


첫 번째 특징으로는 ‘100개의 주요 사건’을 통해 스페인의 거대한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 점입니다. 사실 역사라는 것은 그 자체가 거대한 흐름이어서 하나하나의 사건을 따로 떼어 놓고는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이슬람 지배 시기, 기독교 복원, 레콩키스타 같은 사건들을 개별적으로 소개하면서도 그것들이 결국 어떻게 이어져 오늘날의 스페인을 만들어 갔는지, 연결된 의미를 깨달을 수 있도록 해줍니다. 독자는 그저 100개의 독립된 사건을 읽어나가면서도 자연스럽게 스페인의 역사적 변천 과정을 파악하게 됩니다.


또 하나의 장점은, 사건마다 첨부된 역사적 그림이나 사진 덕분에 시각적으로도 큰 흥미를 끌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역사’ 하면 보통 딱딱한 문서나 기록물들을 떠올리기 쉬운데, 이 책은 각 사건을 대표하는 사진과 삽화가 함께 실려 있어서 마치 그 시대의 한 장면을 엿보는 듯한 생동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페인 내전 당시의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작품 자체도 훌륭하지만 그 안에 담긴 상징성과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니 훨씬 더 가슴 깊이 와닿았습니다. 사진과 삽화를 통해 저자는 독자가 마치 그 시절의 현장에 서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어, 이 책을 읽는 내내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는 기분이 들게 합니다.


세 번째 강점은 이강혁 선생님의 풍부한 배경지식과 해박한 스페인어 지식에서 오는 설명의 깊이입니다. 저자는 스페인어를 오랫동안 연구하고 가르쳐 온 분이라서 독자가 스페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어떤 배경지식을 알아야 할지를 정확히 알고 계신 듯했습니다. 그리고 스페인을 설명하는 데 있어 단순한 사실 나열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담긴 문화적, 종교적, 사회적 의미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특히, 이슬람의 통치 아래에서 꽃피운 이슬람 문화가 스페인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기독교 복원 운동을 통해 다시 복구된 중세 스페인이 어떤 식으로 변해갔는지에 대한 설명은 현대 스페인의 문화적 독창성이 어디서 기원했는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해줍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단순히 스페인의 역사적 사건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들이 지금의 스페인 사람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려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스페인의 과거 사건들이 지금의 스페인 문화와 국민성을 어떻게 형성했는지, 스페인 사람들이 자신의 역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한 저자의 관점은 독자로 하여금 깊이 공감하게 합니다. 스페인 사람들이 가진 과거에 대한 자부심이나, 혹은 치열했던 내전 시기를 겪으면서도 계속해서 화합을 이룬 국민성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 책을 통해 스페인은 단순히 여행지 이상의 의미를 가진 나라로 다가왔습니다. 마치 한 편의 드라마처럼 흥미롭고 감동적인 역사 속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켜온 스페인 사람들의 이야기는 저에게도 많은 감명을 주었습니다.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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