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는 서양미술사에 관한 책들이 꽤 많다. 신기한 건 그중 팔 할이 일본인 저자라는 사실이다. 일본인들이 유럽인에게 지대한 관심 더 많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그러고 보니 나카노 코코님의 책이 몇 권 더 있었다.
이분 생각보다 미술에 굉장한 조예가 깊으신 분이셨구나...
일단 책을 읽기 전 첫 만남에 관한 소감을 적자면, 표지 질감이 진짜 신기하다. 예전에 비슷한 책표지를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것과는 또 다른 신기한 질감이었다. 고무도 아니고? 비단도 아닌데... 뭔가 부들부들하고... 이게 무슨 종이 지? 정말 궁금하다. 매우 고급 진 질감이라 손바닥으로 표지를 몇 번이나 어루만졌는지 모른다. 손끝에 닫는 표지의 느낌은 매우 기분이 좋다.
종이 또한 질이 매우 좋아 미술책으로서의 기능을 최고로 끌어올린 느낌이었다. 그만큼 화질이 상당히 좋다는 것. 색도 매우 선명하게 인쇄가 되어있어서 보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이야기는 총 16장으로 구성이 되어있는데 큰 사건별로 정리가 되어있다. 역시 일본인 저자의 특징을 여실히 보여준다. 늘 신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그들은 상상치도 못한 분류를 하고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이번엔 저주받은 미술관이라는 주제다.
뭐, 서브컬처에서 자주 다루는 마녀의 저주와는 다르지만 일단 전체적인 내용에서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온갖 자연재해라든지 페스트라든지 사람들에게 저주라고 믿을 만큼 끔찍했던 사건들에 관해 분류를 나누고 모아서 챕터를 꾸몄다.
이는 상당히 재미있는 구성이라 할 수 있다. 오늘 내립다 두 권을 열심히 봤는데, 이 책에 앞서 과학 잔혹사를 읽은 터라 그 흐름이 이어져서 그런지 매우 흥미롭게 그림 속 저주를 살펴볼 수 있었다. 읽다 보니 내용이 재미있어서 그림을 유심히 보게 되었는데, 종이책이라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었다.
재빨리 데스크톱을 켜고 내용 속 명화들을 검색하고 초고화질로 최대한 확대하여 책을 읽으며 대조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진짜... 그림은 크게 봐야 한다... 하하하...
나카노 코코님은 설명을 매우 자세히 잘한다. 그림 속에 담긴 이야기와 사건을 줄줄 풀어내어 독자로 하여금 그 시대에 풍덩 빠지게 만들어준다. 물론 기분 좋은 내용은 아니
지만 저주에 가까운 재앙을 유쾌하게 풀어내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저주받은 미술관이 이북으로 나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물씬 들었다. 역시 그림은 확대해서 봐야... 제 맛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