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툰 - 의사가 그린 비밀인 듯 비밀 아닌 성(性) 이야기
송동화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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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라면 한 번쯤 가게 되는 병원. 쉽게 느껴지지만 쉽지 않은 과. 한번 갈 때마다 긴장을 하고 가는 그곳. 이름하여 '산부인과'.

알게 모르게 내외하게 되는 그곳과 좀 친해지고 싶어서 산부인과 툰을 신청해 보았다. 물론 사춘기인 울 집 중딩이도 함께 보면 좋을 거 같아서 이기도 했다. 하지만 주목적은 내가 겪었던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한 달 내내 나왔던 피바다! 생명이 위급하다고 했던 그 끔찍한 경험이 산부인과 툰을 냉큼 집어 들게 한 것이다. 원래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전 같으면 그냥 설렁설렁 보며 넘길 내용이 눈에 콕콕 들어온다.

첫인상은 핑크색이었다. 온통 핑크빛에 노오란 진료실 문이 열려있고 그 너머에는 웃음 가득한 의사선생님 손을 들고 있다. 비밀인 듯 비밀이 아닌 성 이야기라는 글귀와 의사가 그렸다는 말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 이 책은 산부인과 의사선생님이 직접 그린 만화책이다. 다년간 인스타그램에 본인의 산부인과 진료 경험을 그려서 올리다 이렇게 책으로 묶여 나왔다고 한다.

요즘에는 진짜 다 능력자들이 넘치는 세상인가 보다. 공부하기도 힘들었을 텐데 그림도 그리고... 대단하다. 산부인과 툰을 읽다 보면 송동화선생님의 애정과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섬세한 설명과 평소에 궁금했던 점들이 가감 없이 그려져있다. 특히 내가 유심히 본 부분! 피임약 파트.

하단 옆구리에 주석처럼 쓰여있는 내용에서 옛날 생각이 났다. 사실 그리 옛날도 아니긴 하지만... 하혈이 한 달간 쏟아지던 그때 병원을 세 군데를 갔더랬다. 전부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었다. 큰 병원? 정말 지겹게 다니던 곳이 있었다. 오래전부터 들락거렸던 그곳, 결국 내가 다니던 대학병원으로 협진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에 고고.



산부인과 등록을 하고 수많은 검사를 하고 보니 자궁 내막증이란다. 뭔가 기형일정도로 내막이 두꺼워졌다는데... 피를 얼마나 흘렸는지 정말 반쯤 죽어가고 있던 내게 할배 의사가 처방한 약은 나를 분노하게 했었다. 그 당시 속된 말로 개 XX라고 마구 욕했다. 호르몬 약을 주겠다더니 피임약이었고 찾아보니 혈전으로 인해 뇌혈관이 막히거나 심장에 혈전이 생겨 사망한 케이스도 더러 있던 약이었다. 그런 위험한 걸 먹으라고 주다니?

정말 눈앞이 하얗게 되고 사색이 되어 바들바들 떨었다. 뇌혈관 수술 전적이 있는 나는 후천적으로 혈관이 무척이나 담배연기처럼 가늘어서 언제든지 뇌경색이 올 수 있는 구조였다. 신경외과 주치의에게 찾아가서 이거 먹어도 되는 거냐?부터 산부인과랑 협진하거 맞냐? 하며 마구 질문했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믿고 드셔라 였다.

솔직히 얼마나 무서웠던지. 이놈의 죽음의 위기는 몇 번을 내게 찾아오는 건가. 인생이 하드코어네! 하며 하루하루 피를 말리면 약을 먹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 약이 듣지 않으면 자궁을 들어내자고 했었다. 그러면서 이제 쓸일 없잖아요. 하는데 분노가! 아니 내 자궁 쓸모를 왜 할배가 정하십니까?

여하튼 결론은 약이 너무 잘 들었고 혈전 문제도 생기지 않았다. 물론 혈전 생길까 진짜 몇 개월을 득도한 스님처럼 풀만 먹은 건 비밀도 아니다. 눈뜨면 자전거 타고, 밥 먹고 또 운동하고. 잠들기 전에도 운동하고. 탄수화물을 몽땅 끊고 당도 끊었다. 한 달 만에 15킬로가 빠졌다. 그러고 지금은 요요가 와서 다시 찌긴 했지만 나름 잘 지낸다. 여하튼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며 생각보다 이 책이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그림이 너무 귀엽다. 자궁과 난소의 표현이 매력적이다. 하트가 자궁, 양옆에 날개처럼 달린 게 난소. 디자인적으로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간단한 그림에 전문적인 이야기가 옆집 언니에게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적절하고 진지하게 전달된다. 정말 기본적인 생리부터 시작해서 온갖 내용이 다 담겨있다. 질 세정에 관한 이야기, 섹스로 인해 생기는 상처 이야기, 질 수축 수술... 정말 상상도 못 해본 이야기가 종합선물처럼 담겨있는 <산부인과 툰>은 곁에 두고 언제든지 들쳐보면 좋은 내용들로 가득했다. 남에게 물어보거나 궁금했던 점이 가득 담긴 여성을 위한 만화!

산부인과에 가기 꺼려진다면 이 만화책을 한 번쯤 읽어보는 게 어떨까 싶다. 나는 이걸 우리 중딩이에게도 필수로 읽힐 생각이다.

**이 글은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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