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라면 한 번쯤 가게 되는 병원. 쉽게 느껴지지만 쉽지 않은 과. 한번 갈 때마다 긴장을 하고 가는 그곳. 이름하여 '산부인과'.
알게 모르게 내외하게 되는 그곳과 좀 친해지고 싶어서 산부인과 툰을 신청해 보았다. 물론 사춘기인 울 집 중딩이도 함께 보면 좋을 거 같아서 이기도 했다. 하지만 주목적은 내가 겪었던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한 달 내내 나왔던 피바다! 생명이 위급하다고 했던 그 끔찍한 경험이 산부인과 툰을 냉큼 집어 들게 한 것이다. 원래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전 같으면 그냥 설렁설렁 보며 넘길 내용이 눈에 콕콕 들어온다.
첫인상은 핑크색이었다. 온통 핑크빛에 노오란 진료실 문이 열려있고 그 너머에는 웃음 가득한 의사선생님 손을 들고 있다. 비밀인 듯 비밀이 아닌 성 이야기라는 글귀와 의사가 그렸다는 말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 이 책은 산부인과 의사선생님이 직접 그린 만화책이다. 다년간 인스타그램에 본인의 산부인과 진료 경험을 그려서 올리다 이렇게 책으로 묶여 나왔다고 한다.
요즘에는 진짜 다 능력자들이 넘치는 세상인가 보다. 공부하기도 힘들었을 텐데 그림도 그리고... 대단하다. 산부인과 툰을 읽다 보면 송동화선생님의 애정과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섬세한 설명과 평소에 궁금했던 점들이 가감 없이 그려져있다. 특히 내가 유심히 본 부분! 피임약 파트.
하단 옆구리에 주석처럼 쓰여있는 내용에서 옛날 생각이 났다. 사실 그리 옛날도 아니긴 하지만... 하혈이 한 달간 쏟아지던 그때 병원을 세 군데를 갔더랬다. 전부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었다. 큰 병원? 정말 지겹게 다니던 곳이 있었다. 오래전부터 들락거렸던 그곳, 결국 내가 다니던 대학병원으로 협진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에 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