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서양 판타지만을 접해오던 우리에게 동양 판타지, 국내 토종 판타지의 맛을 낭랑히 보여주는 구미호뎐의 2부의 모습, 《구미호뎐 1938》은 검정 고무신, 하이힐, 시상투와 파마머리 초가집과 고급 백화점이 뒤섞인 그 언바란스한 모습을 고스란히 느낄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토종 귀신과 토착 신이 날뛰는 이 이야기는 상권에 이어 장산범 이야기가 계속됩니다.
산신이 되길 원하는 못돼먹은 장산범에게 홀린 홍주와 그녀를 구하기 위한 이현, 무영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 세 사람, 아니 세 명의 산신의 우정이 또 얼마나 짠한지 몰라요. 쉼 없이 벌어지는 형제의 캐미부터 산신들의 찐친 케미까지 온갖 판타지가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네요. 전직 북쪽 산신 무영의 배신과 어릴 적부터 함께 했던 찐친이었던 이의 진심은 어디에 있을까요?
여기서 또다시 볼 수 있는 이랑이의 형님 앓이... 진짜 지구 뿌셔버리게 귀여워서 미칠 것 같아요. 매번 툴툴거리고 죽으라고 외치는 못된 입에 비해 아련 터지는 행동들은 어찌할 것이며 이들의 엃히고 꼬인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가는' 한우리 작가님은 이제부터 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작가님으로 등극하셨습니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토착 신들은 얼마나 귀엽고 하찮게 느껴지던지... 이러면 안 되는데 웃겨서 죽는 줄 알았어요. 거기에 또 독각귀랑 수명 걸고 한바탕하겠다고 끼어드는 이랑 때문에 얼마나 조마조마했던지. 아주 말썽꾼 이랑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더라고요. ㅠㅠ 그리고 나오는 일본 요괴들과의 싸움! 점점 끝을 향해 달려가는 내용이 손을 뗄 수 없게 만듭니다. 마지막까지 후회 없이 싸우는 구미호 형제와 산신 친구들의 이야기! 오래간만에 진짜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2부인 《구미호뎐 1938》이 넷플**에 들어오면 냉큼 대본집 펴놓고 다시 한번 달리려고 합니다.
**이 글은 컬처 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지원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