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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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나는 그의 작품을 '개미'나 '나무'가 아닌 타나토노트에서 부터 만날 수 있었다. 그때의 신선한 충격이란... 그 무어라 말로 형용할수 없을만큼의 것이었다. 원래 어려서 읽었던 '4차원의 신세계'와 비슷한 내용이려니 하면서 읽었던 타나토노트는 그야말로 나의 비루한 상상력에 핵폭탄을 던진것과 같았다.

영혼들이 저승에 가기 위해 몸을 떠나는 이야기야 차고 넘쳤다. 하지만 그의 상상력은 정교했고 아름다웠으며 그럴듯했다. 죽음을 탐험하기위한 항해를 하는 그들의 모습이 압권이었으며 마치 신대륙을 발견하는것과 같은 느낌을 나에게 여실히 느끼게 해주었다. 마치 우주비행사 처럼!

그랬기에 나는 베르나르의 소설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미카엘 펭송, 아울 라조르박과 함께 말이다.

그뒤로는 '천사의 제국'이나 '신'을 거리낌없이 소장용으로 사모았다. 한번쯤 망설일만도 하지만 나에게 망설임 따위는 없었다. 그저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작가의 필력에 멱살이 잡혀 질질 끌려간다는 말이 딱 들어 맞았을것이다. 그의 초기작인 '개미'는 아직 나의 책꽂이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 베르베르씨, 오늘은 뭘쓰세요?'를 보며 개미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알수 있는 부분이었다.

솔직히 독자로서 그의 책을 집필하는 모습이 상상이 가질 않았다. 어떻게 해야 이런 작품을 만들어내는지 미궁이었을 뿐이다. 간혹 무라카미 하루키의 명언이 인터넷에서 굴러다니듯 눈에 들어오기도 했는데, "글을 쓰기 위해서 운동을 하라"던가 "글에는 리듬이 중요하다"같은 그의 글을 대하는 자세를 알수 있었다. 하지만 베르나르는 전혀 알수가 없었다. 그랬던 베르베르의 에세이가 나왔다니. 그자리에서서 환호성을 질렀다.

마치 오랜세월 풀리지 않던 난제를 풀어낸것마냥, 내가 사랑하는 몇 안되는 작가중 손가락에 꼽는 베르베르의 사생활을 들쳐볼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두근거렸는지 모른다.

시작은 어려서 친구들과 해변가로 놀러갔다가 살해를 당할뻔한 이야기서부터 이다. 살해를 당할뻔 했지만 믿어주지 않던 친구들. 평소에도 그가 얼마나 환상에 젖어 있었는지 짐작해주는 부분이다. 허왕된 아이, 늘 꿈꾸는 허풍선이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정도로 친구들에게 보이는 모습은 그러했다. 아마 그의 상상력의 원천을 제공해준 아버지의 영향도 지대하다고 할수 있겠다.

온갖 신화를 들려주던 아버지의 이야기에서 자극을 받고 자란 그는 상상력의 원천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5살때부터 첫 단편소설 「벼룩의 추억」을 쓴이야기를 지어내기 시작한 베르베르는 샙대시절 유별났던 성장과정에서 동양철학에 눈을 떴고, 명상과 탐구를 하는 소년으로, 그리고 새로운것을 해보고자하는 열정으로 시작한 학교 신문 『오젠의 수프』를 창간한 모습을 낳낳히 보여준다. 그는 늘 도전을 했고 모험을 했으며 심지어 냄새를 맡고 만화를 즐기고 음악을 연구했다. 이러한 삶은 곧 그가 글을쓰는 소설가의 기초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의 에세이를 읽다보면 상상력이 넘치는 베르나르의 모습이 마치 빨간머리앤을 연상하게 한다. 소설속 주인공과 실제 작가를 결합시키는게 웃기긴하지만 나는 그렇게 느꼈다. 과한 상상력이 매력적이면서 불편했던 나의 빨간머리앤, 사실 나는 빨간머리앤의 일대기 전권(12권짜리)을 끝까지 읽지 못했다. 그 과도한 상상력을 글로 풀어낸것에 피로를 느꼈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빨간머리앤을 보고 정신분열증이 있는 수다쟁이 계집아이라고 정의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기분을 베르베르에게 느끼게 될줄이야....상상도 못한바다. 하지만 내가 정말 궁금했던건 그의 상상력이 아니라 소설을 쓰는 자세였다.

역시나, 걸작을 쓰는 작가는 다른것이 있는지 앞서 무라카미 하루키를 언급했던것 처럼 베르베르도 만만치 않은 <성실함>을 보여준다. 개미를 쓰기위해 수정이 아닌 개작을 16번이나 했다는 사실은 나를 깜짝 놀라게했다. 그것도 12년이란 세월을 거처서 말이다. 나또한 글을 쓸때는 버전 1,2,3,4,5를 생각하곤한다.


1번째 흐름으로 쓰면 과연 어떻게 전달이 될지, 2번째 흐름으로 썼을때는 어떨지. 3,4,5 이렇게 머리속으로 시물레이션을 돌리곤한다. 그리고 최종으로는 개작을 3번정도 거치고 그중 가장 잘 읽히는것으로 작품을 써내려가곤했다. 하지만 16번이나 개작을하다니...그냥 미쳤다 라는 말밖에......



베르베르의 에세이의 특이점은 타로카드를 보여주며 스스로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게 또 맛깔스러운 흐름을 선사하기에 에세이가 아닌 베르베르 베르나르 라는 소년의 성장소설을 보는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게중 내가 가장 흥미롭게 본 타로 카드는 바로 매달린 남자였다.

나는 타로카드를 뽑으면 자주 이 거꾸로 매달린 남자를 뽑았다. 그럴때마다 불쾌해하곤했는데, 세상을 거꾸로 볼수있는 다른 시각을 갖출수 있다는 말에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 들었다. 이런식으로 해석이 가능하구나....

물론 베르베르의 첫 카드는 '바보'카드였다. 그는 사람의 인생이 타로와 닮았다며 우리가 진화하는 과정을 거치는 단계, 만남, 위기, 시련, 발견을 가르킨다고 했다. 마치 글쓰기와 인생이 하나와 같다는 이야기를 넌지시 알려주는것 같았다.


베르베르는 자신이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 사물, 하다못해 동물들까지 호기심을 버리지 않고 탐구하며 소설속 인물로 그려낸다. 그의 끊임없는 호기심의 결과물이 아니었을까 싶다. 대상을 관찰하는 습성으로 수많은 작품의 영감을 받았고 그 영감은 글로서 소설로서 탄생하게 되었다는 말이었다. 예를 들자면 스티븐 킹에게서는 서스펜스를, 할아버지의 죽음에서는 '타나토노트'를 만들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고한다. 또한 아들을 돌보느라 잠을 잘수 없던 시기의 영감은 '잠'이란 소설로 만들어진다. 그는 자신의 삶 자체를 소설로 연결시키는 이야기꾼이 었다.

또한 그는 자신에게 약속을 했다고 한다. 매월 10일 새책을 발표한다라고. 아침 8시부터 일어나 12시 30분까지 무조건 하루 열장의 글을 쓰고 오후3시부터 6시까지는 자료를 조사하거나 다른 프로젝트를실행, 6시부터 7시까지는 단편소설 집필. 이렇게 쌓인 시간이 수만시간이 되어 모이고모여 책이되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이 글을 보는순간 나는 또다른 한숨을 쉴수밖에 없었다. 사실 내스스로 알고있었다. 끈기와 성실함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미 온몸으로 깨닫고 있었지만 다른것이, 새로운 비결이 있을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있던 내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내 주변에도 이미 있지 않던가. 하루에 2만자씩 무조건 쓰겠다며 죽자고 글을 쓰시는 작가님들이...비가오나 눈이오나 하물며 아파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는 한이 있더라도 글을 쓰고 그걸 꾸준히 모아서 책을 내시는분들이 계신다. 그걸 바로 옆에서 눈으로 보면서도 나는 저렇게 못살아. 인간이 할짓이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모습에서 울컥하며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그걸 또한번...베르베르씨에게 뼈를 두들겨 맞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하나의 위로는 받을수 있었다. 저 성실한 베르나르조차

"여전히 내 직업에 대한 확신이 없다. 새 책을 쓸 때마다 극도의 부담과 위험을 느낀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서사를 새로 짠 다음 글을 써서 버전 L을 완성했다. 새 버전에는 독자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하는, 눈에 띄는 〈노란 테니스공〉 하나가 들어갔다."(p.467)

라고 말했다. 쓰고 싶은 이야기를 끝까지 이끌어가는 힘. 세상에 새로운 이야기를 내놓는 그런 끊기야 말로 인간으로서 무언가를 이뤄가기 위한 행보가 아닐까.

**이 글은 문화충전 200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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