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스 고스트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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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스 고스트 표지가 너무 귀여워서 한눈에 띄었다. 커다란 고양이 유령이 지하철을 내려 보고 있다. 그 옆에도 다른 고양이 유령들이 둥둥 떠다닌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벌써부터 호기심이 가득 생기지 않나?

세상에 고양이가 들어간다면 당장 읽어봐야 한다. 이런 농담도 있다. 인공지능이 처음 학습한 단어가 고양이라고. 그만큼 인터넷에서 고양이 사진과 이야기가 차고 넘친다. 괜히 고양이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픽션이 있는 게 아니다.

이 책은 친절하다. 등장인물 일람이 시작부터 잘 나와있다. 대본집 이후로 등장인물 설명을 이렇게 친절하게 해놓은 책은 오래간만에 본 것 같다. 아이들이 보아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우리 집 중딩이도 이 책을 노리고 있다! 다만 500페이지에 달하는 두께에 손사래를 쳤지만 언젠가 보겠지...) 그리고 이 책의 즐거움은 주인공 단과 고양이 사냥꾼 러시안 블루의 챕터가 종이 색이 완벽하게 다르다는 사실이다. 한눈에 보아도 알 수 있는 이러한 디자인적 친절함은 늘 옳다.





또한 이 책 역시 일본인 작가의 상상력을 잘도 버무린 책이었다.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으로써 그는 늘 풍부한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간단한 소개를 하자면 비말감염으로 미래를 보는 국어교사 단과 소설 속 소설의 주인공 고양이 사냥꾼의 이야기가 혼재되어 있는 소설이 페퍼스 고스트라 할 수 있다.


특수한 능력을 보여주는 주인공 단. 그는 미래를 영상으로 보고 사건이 벌어질 걸 알게 된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절대 미래에 대한 일에 관여하지 말라고 들었지만 자신의 학생에게 벌어질 일이라는 걸 알고 고뇌 중 결국 전화를 하게 되고, 아이를 구하게 된다.

그 사건으로부터 단은 미래를 계속 보게 되는데... 결국 그 사건은 더욱 단을 위험으로 끌어들이게 된다. 위험과 함께 뒤섞인 작중작 고양이 사냥꾼의 사건 일지가 큰 그림을 그리며 얽히고 설키는 흥미진진한 미스터리가 전개된다.

확실히 요즘 일본에서 유행하는 이야기 구조라는 게 느껴졌다. 얼마 전 보고 왔던 신카이 마코토의 '스즈메의 문단속'도 이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대대로 문을 닫는 남자 소타. 미지의 존재 다이진과 사다이진... 뭐 세세히 따지고 들자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지만 캐릭터의 기틀을 가지고 가는 특수한 능력이나 요소를 중심으로 전개가 되는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할까. 이런 구조 자체가 흥미를 주고 독특한 재미를 준다는 것은 이미 검증된 바이다.

특히 여느 작품과 마찬가지로 등장하는 고지모 사냥꾼의 감초 역할은 매력적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러시안 블루와 아메쇼.(물론 둘 다 성인 남자다) 한쪽은 경쾌하고 한쪽은 한없이 진지하다. 두 사람의 티키타카는 진지하고 우울해질 수 있는 내용에 활기를 불어넣어 준다.

작가가 즐거운 오락 소설을 보여줄 거라고 하더니 정말 보는 내내 흥미와 즐거움을 주는 내용이 맞았다. 하지만 마냥 행복하다 싶지는 않은 게 처음 페퍼스 고스트라고 했던 제목을 이해하게 되면서다. 행복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행복은 찾아 나서야 하는 것이며 스스로 붙잡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영혼이 떨릴 만한 행복을 한 번이라도 경험했다면,

그 때문만이라도 영원한 인생이 필요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는 말이죠.

만약 그런 삶을 살았다면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바로 짜라투스트라가 말했듯이요.

그래, 다시 한번 이 인생을.

페퍼스 고스트

최후의 대미를 장식하는 반전은 페퍼스 고스트라는 제목을 이해하게 만든다. 니체의 영혼 회귀 사상. (같은 삶을 영원히 되풀이된다)는 이야기를 작중에 녹여내린다.


작가는 반복될지도 모르는 삶에서 행복을 찾아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얼마 전에 리뷰로 니체에 관한 책을 한 적이 있는데, 이 책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되어 무척이나 반가웠다. 지식의 확장은 늘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페퍼스 고스트> 오래간만에 두 가지 이야기를 한꺼번에 읽은 듯한 만족스러운 소설이었다. 울 집 중딩이에게 용기를 내서 읽어보라고 추천할 생각이다.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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