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야 : 야 2
묘니 지음, 이기용 옮김 / 메타노블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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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중국 쪽 문학은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한참 시끄럽던 동북공정이 꼴 보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문화에 녹아 있는 뻔뻔함이 정말 싫었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초대박작 이야기가 신경 쓰였다. 인구가 많으니 거기서 사람들에게 조금만 인기 있어도 초대박이 나겠지라며 또다시 무시했다.







하지만 내가 속해있는 장르 문학판 특성상 중국 작품이 엄청 쏟아져들어온다. 귀를 닫아도 들려오고 눈을 감아도 보이는 그런 밀접함. 처음에는 하나둘 보이던 작품들이 이제는 대놓고 메인을 장식한다. 나는 그 행태에 '아니, 플랫폼에서 돈독이 올랐구나, 국내 작가들 작품이나 좀 밀어주지!'라고 한탄했다. 







어느 순간 내 주변 지인들은 작품 하나에 빠져 중국어를 배우겠다고 학원 등록까지 하고 중국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작품의 굿즈를 사고 소설의 내용을 하루 종일 '열정적'으로 이야기했다. 일명 덕질이 시작된 것이다.







정말 이상했다. 무엇이 그토록 빠져들게 하는지. 정확히 그것의 실체를 알아야 했다. 그래서 이 작품을 선택했다. 김용 이후로 최고의 무협물 작가라고 하니, 적절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일단 책을 받아보니 이거 장르가 '무협+ 사극 +로맨스= 선협물'이란다. 줄여서 선협물, 참 복잡한 장르가 아닌가... 최근 중국에서 인기 있는 장르로 무협에 비해 신선, 요괴, 인간, 요마, 귀신들이 나오고 캐릭터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는 장르로서, 번뇌하고 해탈하고 열반하는 와중에 일어나는 로맨스 판타지 무협 정도로 알면 되겠다. (그러고 보니 지인들이 빠져버린 초대박 작도 선협물이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책과 만난 첫 소감은 정말 누가 디자인을 했을까였다. 마치 내가 어린 시절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만화방에서 빌려오던 무협지 같은 느낌이 낭랑하게 났다. 표지는 왜?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단순한 디자인이고 선협물의 정체성은 그저 한자로 된 제목 정도에서 묻어날 뿐이다. 







책은 페이지 수에 비해 놀랍도록 가볍다. 마치 보급형 해리 포터 같다고 해야 하나? 종이를 넘기자 엄청난 심플함에 놀라버렸다. 책날개도 없고 간지도 없다. 작가의 말도 없고 그냥 바로 제목만 보이고 본문 시작이다. 







게다가 본문 디자인 뭐선일인가... 잠시 책을 덮어버렸다. 디자인을 굉장히 중요시 여기는 나는 이렇게 믿고 싶었다. 이건 의도된 거라고. 필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추후에 알았지만 이거 중국식 책 디자인이었다. 디자인을 우리 식으로 한 게 아니고 중국 디자인에 한글만, 넣은 거다. 국내에서 출판을 목적으로 했으면 조금만 더 판무 소설 디자인을 벤치마킹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한번 책을 펼쳤다. 시작부터 스케일이 큰 이야기라는 게 느껴진다. 게다가 처음은 지극히 난해한 이야기가 오가는데 시작부터 장벽이 굉장히 높다. 논어를 말하는 건지 선문선답이 끊임없이 오간다. 몇 번이나 읽다가 내려놓길 반복했다. 나름 무협지 읽던 가닥이 있는데 이렇게 안 읽히는 것도 오래간만이었다. (어릴 적 아버지 덕분에 영웅문이나 녹정기, 사조영웅전, 천룡팔부 같은 거 엄청 읽었다!)







결국 드라마를 좀 보고 시작해야 수월할 것 같다는 생각에 넷플릭스에서 틈틈이 드라마 시청을 했는데 큰일이었다. 그것조차 눈에 안 들어왔다. 심각할 정도로 세계관이 난해했다. 등장인물도 많고... 결정적으로 남주가... 타입이 아니라서.. ㅜㅜ 아니 녕결이랑 상상 뭐선일인가. 초등학생이랑 고등학생 커플 만들어놓은 것 같아서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들었다. 이거 드라마 더 못 보겠다...







결국 다시 소설로 돌아와서 어떻게든 보겠다고 몇 날 며칠을 붙들었다. 대략적으로 두 세력이 있는데(당국, 서릉) 온 세상을 어둠으로 만드는 명왕의 자식이 태어나고 그 아이를 죽이겠다며 의심되는 일족을 몰살시키면서 시작된다. 그렇게 일족의 비극에서 살아남은 녕결이란 소년은 당국 서원에서 수련을 하게 되고 힘을 키워가는 스토리다.(이게 또 엄청난 판타지다.) 참고로 녕결이 그 명왕의 자식이라는 의심을 받으며 사건이 계속 벌어짐.









우선 초반 장벽을 어떻게든 넘기면 이야기는 꽤나 스피드하게 진행된다. 표현력이 좋아 집중이 잘 되는 건가 싶다가도, 등장인물이 워낙 많이 나와서 장면전환이 정신이 없다 보니 멈칫하게 하는 느낌도 없잖아 많다. 





소소하게 녕결과 그의 곁을 지키는 하녀 상상의 캐미가 제법 볼만하다. (드라마에서 외모의 장벽을 나는 넘기지 못했지만...ㅠㅠ) 녕결이 성장해가는 모습도 제법 고집스럽고 독하지만 멋있게 표현된다. 츤데레라고 할까...?







그런데 여기서 문화 차이인 건지 모르겠는데 아이를 주워서 보통 하녀로 키울 생각을 어떻게 하지 싶은데... 것도 상상이 여주인공인데... 어째서? 라는 생각이 계속 들지만 이게 또 판타지 소설이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기려 애를 써봤다. 솔직히 여기서 하후 장군이 제일 입체적인 인물인 듯.(악역으로서 꽤 괜찮은 캐릭터였다.)​







참고로 장야는 시리즈에서 이북으로도 연재되고 있고 50화까지 무료분이 풀려있다. 연재 분량으로 보아서는 이 두 권으로 마무리가 되지는 않는다. 뒷권이 수십 권이 더 있어야 이 방대한 스토리가 정리가 될 듯. 







김용까지는 아닌 느낌이지만 열심히 덕질하는 독자님들이 제법 많은 것을 보니 선협물을 꽤 읽어본 독자라면 녕결과 상상의 캐미를 즐겁게 보지 않을까 싶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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