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 아래, 동생에게 - 스스로 떠난 이를 애도하는 남겨진 마음
돈 길모어 지음, 문희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부터 엄청나게 우울한 책이라 걱정을 했다. 《강물 아래, 동생에게》라니... 그 한 줄만으로도 엄청난 중압감이 밀려왔다. 절로 느껴지는 그 무거운 감정에 먹혀버릴까 봐. 나는 타인의 감정에 무척이나 예민한 편으로 이 책을 읽고 받게 될 충격과 스트레스를 어떻게 감당을 해야 할지 걱정을 했었다. 그래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중딩이가 읽어보고 싶단다. 나는 펄쩍 뛰었다. 저게 무슨 내용인 줄 알고 읽으려고 하냐고. 앞으로보고 뒤로보고 옆구르기를 하고 봐도 자살에 관한 주제였다. 나는 심각하게 엄청 우울해질 거라고 말하며 신청을 거절했다.

하지만 계속 읽어보고 싶다는 요청에...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하는 수 없이 시켰다. 그러고 내가 먼저 검수하기로 마음먹었다. 너무 내용에 먹혀버리면 보여 주지 않기로.

그렇게 어렵사리 시작했다.

직접 받아본 책은 생각보다 디자인이 썩 잘 된 책이었다. 게다가 이 책은 저자가 직접 겪은 슬픈 사건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사랑하는 동생의 데이비드의 자살. 동생이 왜 죽었는지를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사실 나는 자살 사건을 의식적으로 찾아보고 싶지 않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세월이지만 내 주변에서 자살 사건을 두 번이나 겪었기에 멀리하고 싶었다.

첫 번째는 내가 어릴 적 친구 동생의 자살 사건이다. 아직도 그날의 일은 충격으로 남아있다.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한다. 혹시나 그 친구가 이 글을 읽고 떠올리는 걸 원하지 않으니까.

두 번째는 우리 삼촌의 자살 사건. 이건... 성인이 된 후에 겪었지만 아직도 삼촌의 심정을 알 수는 없었다. 늘 자신감 넘치던 사람이었건만 가족을 등지고 어느 날 스님이 되겠다고 했을 때부터 '왜일까?'라는 물음표만 가득했을 뿐이다. 그러고 몇 년 후 들려온 소식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그리고 남은 가족들의 허망한 시선이 아직도 뇌리에서 잊히질 않는다. 하물며 건너건너 관계였던 나조차 몇 날 며칠을 잠들지 못했던 사건인데 당사자들은 얼마나 괴로웠을까. 감히 상상조차 못할 것 같았다.

이렇듯 그 상상조차 못한 감정을 저자는 적어간다. 그는 동생 데이비드와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이야기한다. 그저 장난치고 서로를 귀찮아했지만 함께 놀던 순수했던 그 시절은 우리네와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서로에 대해 각자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 어느 날, 동생은 사라졌다. 첫 프롤로그부터 서늘하기 짝이 없다.


 


돈 길모어의 문체는 담담한듯하면서도 서늘하고 때론 동생에 대한 갈망이 묻어났다. 밝은 빛이었다가 시들어버리는 색감을 보이는 감각적인 글귀들은 사라진 동생에 대한 애달픔을 절로 드러나게 만들었다. 레드강을 조심하라고 단단히 알려주었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는 데이비드의 미래를 예지 한 것일지도 모른다. 자살을 한 것 같다는 경찰의 말과 함께 동생의 자취를 찾아가는 그의 모습은 실로 커다란 상실감을 느끼게 해준다.

동생과의 연결 고리를 찾기 위해 동생 친구들에게 연락을 하는 모습은 안타깝기까지 하다. 생각보다 건강하지 못했던 동생의 모습. 돈에 쪼들리고 마약에 취해있고 스스로를 돌보지 않는 모습은 마치 외로움에 먹혀버린 듯했다. 하지만 바쁘게 삶을 살아가던 저자는 동생의 그런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밝은 줄 알았던 데이비드는 결코 그렇지 못했다. 음악가이자 예술가였던 그는 어떤 사정으로 그곳으로 들어가게 된 것일지. 저자는 그의 생을 찾아가며 결국 스스로 자살에 관한 책들을 섭렵하며 결국 그에 관한 글을 쓰게 된다.

중년의 자살은 과연 무엇인가.

저자는 상실감을 먼저 말한다.



사람들은 지독한 외로움에 빨려 들어가다 못해 조금의 희망을 가지고 한때나마 나아진 모습을 보이는 이들이 생각보다 위험상황이라는 걸 캐치해야 한다. 그 뒤에 방아쇠가 당겨질지도 모르기에..... 저자는 결국 동생의 시신을 찾았고 그의 마지막 모습을 확인하지 않은 걸 후회한다. 그는 계속 자살에 관한 책을 읽고 자살의 세계에 유령처럼 부유하고 다닌다.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한다.

왜?

이유를 이해하는 과정은 어려운 길이다.

우리는 현대를 살아가면서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그 변화에 따라가기 급급해하며 발버둥을 친다. 옆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는 거다. 그 사실은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지게 하고 사회적인 연결고리는 점점 약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 이러한 변화는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느끼게 만들고 외로움은 사람들이 사회적 지지와 교류를 받지 못하게 만든다. 결국 스트레스와 불안감, 우울증 등 다양한 정신적인 문제를 겪게 되며, 이러한 문제들은 자살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일종의 사회문제이기도 한데, 비단 개인적인 문제뿐만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경쟁과 스트레스가 매우 높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대한 불만이나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하고, 이러한 감정을 눌러 참게 되고 이러한 감정들이 쌓이다 보면,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 사회는 자살률이 세계 1위라고 하지 않던가. 이는 특정 계층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내려앉은 풍조로까지 느껴진다. 10대의 수업 스트레스와 가정사로 인한 자살, 20대의 취업난과 삶의 의미를 잃은 자살, 최근에는 그래도 사회에서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한 중년들의 자살까지.

상실감은 멀리 있지 않았다. 그저 사회에서 내쳐진 존재라는 막막함, 그 외로움의 끝이 막다른 길목이 그들의 선택이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강물 아래, 동생에게》의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무너졌다.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 동생과의 추억을 담담히 써 내려간 저자의 문장 중, <복잡하지 않은 시대의 복잡하지 않은 풍경>이라는 문구는 그야말로 현대사회의 통렬한 슬픔을 드러나게 했다. 우리는 과연 서로의 사회적 연결고리를 강화하고 서로를 위로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인간이 인간답게 순수했던 예전처럼, 사회적 연결고리가 강해지길 원한다. 서로를 지지하며 외로움을 함께 나누며 서로를 보호할 수 있길 소망한다.

​추신. 울집 중딩이에게 보여주지 않는것으로 결정. 너무 감정이 괴롭다...



**이 글은 컬처 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강물아래동생에게 #돈길모어 #문희경 #21세기북스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