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택시 2 상·하 세트 - 전2권 - 오상호 극본
오상호 지음 / 너와숲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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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전부터 꾸준히 읽어오던 모범택시를 리뷰하려고 한다. 모범택시는 내가 읽어본 드라마 대본집 중 세 번째 책이다. 첫 번째는 퀄리티가 남달랐던 《법쩐》이었고 두 번째는 《대행사》였다. 좋은 기회가 되어 이렇게 세 번째 책 《모범택시》를 리뷰하게 되었다.



사실 모범택시를 신청할 때만 해도 반쯤 포기하고 있던 터라 나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질 줄은 몰랐다. 그런데 나에게 이런 행운이 올 줄이야. 기쁜 마음에 드라마를 재탕을 한 뒤 대본을 정독하며 읽게 되었다.



자 그럼 언제나와 같이 책 표지부터 시작하자. 모범택시 극본집의 첫인상은 영화 포스터 같았다. 탑 뷰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카메라 앵글. 배우들은 둥글게 택시 곁에 모여 카메라를 바라본다. 전체적으로 오래된 비디오테이프 같은 디자인이 적용되어 있다. 블랙과 옐로우가 적절히 섞인 구성은 모범택시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듯하다.​



첫 장을 넘기면 기획 의도가 드러난다.

작가는 세상이 과연 정의로운 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을 받는 순간 법쩐이 생각났다. 법쩐과는 다른 정의로움을 말하는 사람들. 본질은 같지만 약간의 괴가 다른 이야기에 심장이 쿵쿵 울렸다.



법쩐은 정의를 위해 '돈'을 이용해 복수를 하는 내용이고, 모범택시는 말 그대로 정의를 위해 모범택시를 운전하며 '해결사'를 자처하는 이야기다.



같은 주제를 던져놔도 창작자의 손에 각각 달라지는 이야기들이라니. 바로 이런 게 책을 찾게 되는 감동이고 매력이라는 거다. 



우선 모범택시 또한 드라마 대본집답게 인물관계도가 사진으로 정확하게 나와 있다. 캐릭터들의 상관관계와 이미지가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오른다. 바로 직전에 보았던 대행사에서 아쉬워한 부분을 이곳에선 말끔히 채워주었다. (물론 법쩐의 화려한 사진집에 비할 수는 없었지만 한 페이지라도 드라마 속 인물을 볼 수 있던 건 이미지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



인물들을 머릿속에서 그리며 등장인물 소개를 읽었다. 세세한 캐릭터들의 배경과 성격 덕분에 드라마 속에서 펼쳐질 그들의 역할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



글을 읽다 보면 작가님들의 스타일이 보이는데 모범택시를 쓴 오상호 극본가님은 FM 스타일인 거 같았다. 하지만 낭만이 있는 분인지 글 끝머리에는 여운을 주는 스타일을 선호한 듯했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누군가는 그 구멍을 막아야 한다...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감성이 충만한 글 맺음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끝맺음을 좋아한다. 법전에서는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선택의 범위를 주인공에게 넘겼다면, 모범택시에서는 ' 비록 손해를 보더라도 어떻게든 해내겠다'라는 의지가 돋보인다.



그럼 이번에는 대본 집 구성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재미있게도 모범택시 또한 블랙과 옐로우를 위에서도 말했듯 아이덴티티를 내지 끝부분에 차용하였다. 나는 이런 소소한 디자인을 좋아한다. 책에 신경 쓴 증거이고 기분이 좋아지는 지점이기 때문에 나 또한 독서를 할 때 정성을 느끼며 온전히 집중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의 유일한 특이점은 용어 해설이 딱히 나와 있지 않다는 거다. 처음에는 왜 없을까 하고 갸웃거렸으나 이유를 금세 알아버렸다. 본문에선 어려운 촬영용 용어가 등장하지는 않아 글을 읽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모범택시는 챕터별로 이야기가 하나씩 마무리가 되어가는 에피소드형 구조이다. 그중 내가 가장 심각하게 보았던 챕터가 있는데 아이들에 관련된 이야기였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귀하기 짝이 없는데 이 부분에서는 아이들을 이용해 집을 구입하는 비열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물론 허구 일지라도 아이들이 이용된다는 사실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 분명하다.

정말 제목과 같이 어른들이 미안한 내용이었다. 캐릭터들이 시원하게 아이들을 구하는 부분에서 현실에서도 아이들이 지켜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극본 구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지문이 매우 깔끔하다. 딱딱 떨어지는 지문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세계 말미쯤 가면 명대사 모음이 나오는데 이런 구성 참 좋다. 극본가님이 생각한 명대사들이 이런 거였구나라고 생각할 때 어떤 걸 중점으로 이 글을 썼는지 이해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최후의 최후까지 몰려버린 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글귀들이 마음을 울린다. 이 극본은 낭떠러지에 선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평범한 히어로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임이 분명하다. 



책은 허구지만 세상에는 진짜 평범한 히어로들이 했기 마련이다. 얼마 전에 뉴스에서 보았던 평범한 시민들의 선행은 늘 놀랍기만 하다. 



비록 세상에 복수 대행이 없더라도 정의로운 마음을 가진 이들이 더 많아진다면 이 세상은 한결 살아가기 좋지 않을까 싶다.



모범택시 드라마를 본 독자라면 극본에서 말하고 싶어 했던 정의가 어떤 식으로 표현되는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정의로운 모범택시 5283의 운행은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다. 현실에서도 말이다. (세상의 모든 평범한 영웅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읽어보고 솔직한 감상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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