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지만 번역하고 있어요 - 오타쿠 겸 7년 차 일본어 번역가의 일과 일상 이야기
소얼 지음 / 세나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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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오타쿠 겸, 칠 년 차 일본어 번역가라고 한다. 자세히 살펴보니 19 금 TL 물과 소설을 번역하더라.

벌써 본인을 오타쿠라고 말하는 작가님이 너무 궁금해 신청하게 되었다.



 첫 만난 느낌은 책이 정말 작고 가볍구나라고 생각했다. 마치 예전에 내가 개인지를 뽑았던 퀄리티라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얇고 가볍기 때문에 언제든지 들고 다니며 책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출퇴근 시 지하철에서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가벼움이라 손목이 좋지 않은 나에겐 딱 알맞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자 그건 그렇고 프롤로그를 보았다. 작가님의 말에 구구절절 웃음이 튀어나왔다. 어쩜 내가 일본 만화에 빠져든 계기와 비슷할까. 이분은 여성향게임에 빠져 번역가가 되었고 나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사람 앞길이라는 게 이렇게 다른가 보다. 참 재밌는 세상이다.



게다가 저자는 성인물을 번역하는 번역가가 되었는데 지인들 이렇게 말했단다. '그렇게 핑크빛 길로 척척 걸어가실 줄 몰랐어요!' 얼마나 웃기던지. 



 나는 장르 소설을 쓰는데 친구들이 성인 BL 물을 쓰고 그리는 줄 알더라. 아니라니까?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이다.  작가님과의 공통점에  알 수 없는 친밀감이 솟아올랐다. 본문이 무척이나 기대된다.​​

목차는 간단했다. 가볍기에 재빠르게 본문에 빠져들었다. 틈틈이 화장실 가면서도 보고 밥 먹으면서 읽었다. 공감 가는 부분이 꽤나 많았는데 '전 번역가이지 야한 책 마니아가 아니에요.'라는 말에서 빵 터졌다.



 나는 무척이나 19금 소설을 좋아한다.  마니아까진 아닐지라도 취향은 확고한 편이라 작가님의 심정을 이해할 듯하면서도 재밌게 느껴졌다.



 파트 투에서 장르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대체 제목이 왜 이렇죠?에서 큰 공감을 느꼈다.  최근 일본에서 유행하는 장르 소설의 제목들은 정말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물론 나야 독자의 입장으로 읽는 사람이기에 제목을 보고 겨우 이해할 수밖에 없지만 그걸 번역하는 분들의 큰 고민에 대해서는 몰랐다. 많은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게다가 일본 작가님과의 에피소드는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됐다. 내가 작업한 작가님과 국경을 넘어 소통을 한다는 게 얼마나 흥분된 일일까. 나도 종종 트위터에서 내가 너무 좋아하는 작가님과 연결이 되어 대화를 나눌 때 큰 희열을 느끼곤 했다. 또는 나의 글이 좋다고 연락을 주시는 독자님들과의 대화도 정말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이래서 계속 작업을 하는 거겠지.



 그 뒤로는 번역가로 살아가는 이야기와 실제적인 번역가들의 삶을 이야기해 준다. 번역가가 될 생각이 있다면 한 번쯤은 체크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일을 구하거나 그만두게 될 경우 꼭 챙겨야 할 것들과 실제적인 조언들이 가득하다.



 작가님은 꽤나 귀여운 사람이다. 번역을 하면서 멘탈이 흔들리는 걸 잡기 위해 귀여운 굿즈들을 두고 번역하며 안구 멘탈 정화 작업을 계속 진행했다고 한다.

충분히 공감하는 부분이다.  글을 쓰다 보면 멘탈이 흔들리는 부분이 꼭 있기 마련이고 그때마다 뭔가 정신줄을 잡듯이 붙잡아야 될 때가 있다. 굿즈를 모으는 일 또한 즐거운 일일 것이다. 나는 굿즈를 모으진 않지만 대신 책을 질러댄다. 만화책을 수십 권씩 사들이며 집안 가득 책장을 채워 넣는다.(이제 그만 사야 해... 책장이 미어터져...)

《    》

이 부분에서 저항 없이 웃어버렸다. 19금을 쓰다 보면 나 또한 저런 단어를 검색하고 사진으로 또는 영상 자료로 확인을 하곤 한다. 행여나 기록에 남을까 애들이 볼까 싶어 두근거리기도 한다. 내가 죽거든 컴퓨터 하드부터  부숴버리라고 유언을 남겨야 될 거 같다.  작가님의 글을 보니 나도 그냥 꼭 곱게 죽어야겠다.^^;;



 재미있는 건 작가님은 성인물 번역시에는 '소얼'이라는 닉네임을 쓰고 일반 책 번역할 때는 본명을 쓰신다고 한다. 사실 나도 티엘 소설을 무척이나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냉큼 달려가서 목록을 한 번 훑었다. 몇 작품에 작가님의 이름이 보이더라. 괜한 내적 친밀감이 솟아올랐다.



 《말할 수 없지만 번역하고 있어요》는 비슷한 상황에 처한 작가님의 이야기를 읽으며 무척이나 즐거웠고, 공감하며 하나가 된 듯한 기분에  즐거움을 선사받은 책이다. 동종업계나 비슷한 업계에 있는 이들의 에세이는 내가 혼자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줘 기분이 묘하게 설렌다. 



 《말할 수 없지만 번역하고 있어요》는 가볍게 읽기 좋고 부담이 없기 때문에 누구나 읽기 좋다. 또한 번역가의 일과 특이하게도 성인물을 번역을 주로 하는 번역가의 생생한 이야기를 알아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지원받아 읽어보고 소감을 적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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