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때 게임에 미쳐있었고 (창세기전부터 시작해서 에버퀘스트, 와우까지. mmorpg 게임을 밤새 달리며 공격대에서 한창 날뛰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잠시 게임 업계에서 원화가로서 일도 했었다. 모바일 게임 시장으로 판도가 바뀌면서 게임업에서 손을 떼긴 했지만, 타이쿤 게임과 시뮬레이션 게임은 지금도 여전히 좋아하기에 최신 업계 이야기가 궁금해서 읽어보기로 결정!
처음 만난 표지는 노란 바탕에 모바일 게임이 식빵이 담긴 접시 옆에 놓여 있는 일러스트였다. 이거 보고 피식 웃었다. 급하게 먹어야 하는 아침 식사로 식빵 한 조각과 계란프라이, 영양 바 그리고 눈에서 뗄 수 없는 게임 화면. 자, 책에대한 사전정보없이 단순히 게임제작자의 에세이라는 점만 알고 신청한 터라 저자의 의도를 추측해보기 시작했다. 게임은 테스트용이니 죙일 붙들고있을거고...식빵은 그만큼 바쁘다는건가? 그리 추리를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첫표지를 넘겼다. 추후 표지는 그의 의도를 완벽하게 담아냈다는 걸 알았다.
그럼 우선 지은이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자.
작가 이름 신태주 1985년 광주 출생, 기혼 여성.
오잉 남성분인 인 줄 알았는데 여자 분이었다. 내 머릿속에는 프로그래머= 남자 라는 공식이 틀어박혀 있는 터라 조금 놀랐다. 업계에서 대부분 남자 분만 봐서 그렇게 고정관념이 생겼나보다.
여성분의 감성으로 본 게임 회사 내용이라니 내가 좀 더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 즐겁게 다음 장을 넘겼다. 그런데 이게 또 무슨 소리지 속지 표지에는 아날로그의 진심인 게임 기획자의 일상 레시피란다. 아니 앞에서는 분명 숫자와 데이터를 만지는 일을 한다고 해서 프로그래머 인줄 알았더니 기획자였단 말이야? 여러번 나를 당황시킨다. 이게 바로 책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로 읽는 재미 인가 보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차례를 보니 이거 음식 만드는 것도 있는데? 요...리? 책이었나. 수많은 혼란이 내 머릿속을 훓고 지나갔다.
아니 정체성이 대체 뭡니까 분명 게임 작업자의 에세이라고 알고 책을 시작했는데 그게 아닌가 봅니다.^^;;;
조금 더 읽다 보니 게임 제작자로서의 삶을 여실히 보여준다. 수시로 밤을 새는 나날, 새벽녘 뛰쳐나가는 출근시간. 옛 추억이 되살아나 웃었다. 나도 한때는 게임 회사 면접 볼 때 제일 먼저 물어보는 게 '회사에 샤워실 있습니까, 수면 방 있습니까...' 였다. 집에 보름 동안 못 들어가니 어떻게 하겠나.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그때는 그랬다.
서버 오픈 전날까지 전 팀원이 달라붙어 테스트를 하고 이슈를 뒤적거리고. 생생한 이야기에 옛날 그 시절이 다시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