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 오픈 준비합니다 - 아날로그에 진심인 게임 기획자의 일상 레시피
신태주 지음, 이다 그림 / 파란의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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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때 게임에 미쳐있었고 (창세기전부터 시작해서 에버퀘스트, 와우까지. mmorpg 게임을 밤새 달리며 공격대에서 한창 날뛰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잠시 게임 업계에서 원화가로서 일도 했었다. 모바일 게임 시장으로 판도가 바뀌면서 게임업에서 손을 떼긴 했지만, 타이쿤 게임과 시뮬레이션 게임은 지금도 여전히 좋아하기에 최신 업계 이야기가 궁금해서 읽어보기로 결정!

처음 만난 표지는 노란 바탕에 모바일 게임이 식빵이 담긴 접시 옆에 놓여 있는 일러스트였다. 이거 보고 피식 웃었다. 급하게 먹어야 하는 아침 식사로 식빵 한 조각과 계란프라이, 영양 바 그리고 눈에서 뗄 수 없는 게임 화면. 자, 책에대한 사전정보없이 단순히 게임제작자의 에세이라는 점만 알고 신청한 터라 저자의 의도를 추측해보기 시작했다. 게임은 테스트용이니 죙일 붙들고있을거고...식빵은 그만큼 바쁘다는건가? 그리 추리를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첫표지를 넘겼다. 추후 표지는 그의 의도를 완벽하게 담아냈다는 걸 알았다.

그럼 우선 지은이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자.

작가 이름 신태주 1985년 광주 출생, 기혼 여성.

오잉 남성분인 인 줄 알았는데 여자 분이었다. 내 머릿속에는 프로그래머= 남자 라는 공식이 틀어박혀 있는 터라 조금 놀랐다. 업계에서 대부분 남자 분만 봐서 그렇게 고정관념이 생겼나보다.

여성분의 감성으로 본 게임 회사 내용이라니 내가 좀 더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 즐겁게 다음 장을 넘겼다. 그런데 이게 또 무슨 소리지 속지 표지에는 아날로그의 진심인 게임 기획자의 일상 레시피란다. 아니 앞에서는 분명 숫자와 데이터를 만지는 일을 한다고 해서 프로그래머 인줄 알았더니 기획자였단 말이야? 여러번 나를 당황시킨다. 이게 바로 책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로 읽는 재미 인가 보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차례를 보니 이거 음식 만드는 것도 있는데? 요...리? 책이었나. 수많은 혼란이 내 머릿속을 훓고 지나갔다.

아니 정체성이 대체 뭡니까 분명 게임 작업자의 에세이라고 알고 책을 시작했는데 그게 아닌가 봅니다.^^;;;

조금 더 읽다 보니 게임 제작자로서의 삶을 여실히 보여준다. 수시로 밤을 새는 나날, 새벽녘 뛰쳐나가는 출근시간. 옛 추억이 되살아나 웃었다. 나도 한때는 게임 회사 면접 볼 때 제일 먼저 물어보는 게 '회사에 샤워실 있습니까, 수면 방 있습니까...' 였다. 집에 보름 동안 못 들어가니 어떻게 하겠나.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그때는 그랬다.

서버 오픈 전날까지 전 팀원이 달라붙어 테스트를 하고 이슈를 뒤적거리고. 생생한 이야기에 옛날 그 시절이 다시 떠오른다.



중간 중간 보여주는 간단한 음식 레시피가 회사 생활하면서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라 무척이나 공감이 되었다. 베이컨 에그 토스트, 해장국. 이건 밤샘을 위한 소울 음식이 아닌가. 잔치국수와 석화 조개 새우구이,이건 야근을 끝낸 후 맛있게 먹는 술안주. 그냥 생생히, 절절히 느껴지는 그녀의 회사 생활에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그러다 저자는 따박 따박 월급을 받는 회사 월급이 아닌 주식을 하고 코인 거래를 했단다. 그래 한참 그때 휩쓸릴 때 이긴 하다. 나도 잠시 주식에 눈이 멀어 돈을 좀 날린 기억이 난다. 저 때는 다 그랬나 보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나 보다.

괜한 불안감과 돈이 필요하다는 걱정.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아직 젊고 건강하고 열심히 일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닌데 이제 그것만으로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순수하게 그녀의 투자는 망했다. 그걸로 큰 수업료 치른 저자는 배우자와 함께 미래를 설계하며 자연을 느끼며 음식을 먹고 원초적인 자급자족으로 허무를 치유해간다고 마무리한다.

나와 같은 동시대 게임 판에 머물던 저자의 이야기는 수많은 공강과 오래간만에 옛 추억을 들춰주는 이야기였고, 나와는 비슷하지만 다른 삶을 시작한 이들에게 축복을 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무상으로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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