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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 예고 살인 사건
오카모토 요시키 지음, 김은모 옮김 / 톰캣 / 2026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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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18세기 말 영국 해군 군함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 <범선 군함의 살인>을 통해 알게 된 작가님이다. 이번 소설 무대는 빅토리아 시대 영국으로 옮겨 또 어떤 미스터리를 풀어낼지..더욱이 김은모 번역가님이라 믿음이 간다.
열아홉 살에 전신의 세계에 발을 들인 지 어언 10년인 로라는 처치게이트 전신국에서 실력을 갈고닦아, 입으로 말하는 것만큼 유창하게 손끝으로 모스 부호를 칠 수 있다. 당장 할 일을 끝내고, 전건을 조작해 에마와 수다를 떤다. 문득 모욕적이 말이 들려온다.
로라 옆 책상의 대프니 커틴은 신입 전신수다. 업무가 아니라 신입의 우선 제압을 우선하는 남자 전신수. 이렇게 못돼먹은 인간은 따끔한 맛을 보여 주어야 한다. 상대는 빅토리아 로드 전신국의 빌이다. 로라는 두 배 가까이 빠르게 실수도 클리핑도 없이 송신한다.
남존여비 사상에 찌든 빌의 반응은 빨랐다. 열받은 빌은재송신을 부탁하며 완전히 항복한 듯했다. 필립 록퍼드는 깐족거리고 로라가 남몰래 존경하는 세라피나 솔로몬의 한마디에 조용해진다. 여기에 소동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묵묵히 일하는 사이먼 브라운이 있다.
로라는 자리로 복귀해 에마와 수다를 재개한다. 결혼한다는 에마의 말에 로라의 손가락이 굳어 버린다. 그동안 자신보다 어린 동료들이 결횬을 계기로 퇴직하자 질투심이 불끈불끈 고개를 쳐들곤 했다. 2년 전에 전신 사업이 국영화되자, 우정부가 인사이동에 착수했다.
일개 전신수에 불과했던 액턴이 국장이 되었다. 액턴이 로라를 불러 하버츠 로드 전신국의 후임자로 추천한다. 여성 주임 전신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로라는 발이 땅에 닿지 않는 듯한 기분이다. 일보다 결혼을 택하겠다고 결심한 직후에 승진 이야기가 나오니 갈림길이다.
공교롭게도 아버지가 언제까지 일을 할 셈이냐고 염장을 지른다. 로라는 가정을 꾸리고, 일도 그만두고 싶지 않다. 2주후, 액턴에게 제안을 수락할지, 말지 국장실로 찾아간 로라. 잠긴 국장실의 문을 부수고 들어가자 액턴이 숨져있다.
의사 헤이스턴이 도착하고, 그는 병으로 죽은 게 아니라
독으로 죽은 거라고 한다. 할로 경찰서의 해먼드 경감이 나타나 유일한 상속자인 네이트를 의심한다. 터무니없는 소리에 로라가 반박하고 그때 상황을 설명한다. 아마도 네이트에게 호감이 있는 게 아닌가 본다.
전신국에서 벌어진 첫 번째 밀실사건을 시작으로 경찰서로 의문의 전보가 날아든다. 입이 가벼운 와일드를 통해 정보를 알아낸 로라. 전보를 추적하기 위해 런던으로 함께 간 네이트와 허물없는 사이가 된다. 그곳에서 둘은 탐정이 되어 사건의 실마리를 쫓는다.
전신국 인근 마을에서 새로운 시신이 발견되고, 로라는 국장의 사건과 얽혀 있을 가능성을 느낀다. 경찰서에는 또다시 의문의 전보가 도착하고 긴장감은 배가 된다.
연쇄살인으로 이어진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보다, 사람들은 전보라는 말을 알기나 할까..하는 의문점이 든다.
40년 전쯤에 생일 때마다, 언니가 생일 축하 전보를 보내 직장 지인들이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이야 카톡에 뜨면 축하 선물을 보내거나, 문자로 대신하지만..역시 편지를 주고받던 아날로그 시절이 낭만적이고, 인간적이었던 시대가 아닌가 싶다.
보이스 피싱 이전에 전신은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경이로운 기술이지만 동시에 범죄의 온상이기도 했다. 전보로 범행을 예고하고, 사기 피해자들을 알려주는 범인이 그럼 전신수 일까? 아빠와의 약속으로 범인을 잡기 위해 뛰어든 로라는 위험에 닥친다.
19세기 영국을 무대로 150년 전 전신을 소재로 한 소설은 오직 마지막 반전을 위해 쓰여진 것처럼 수수께끼 가득하고, 추리하게 만든다. 주인공 로라의 매력에 흠뻑 빠져 <범선 군함의 살인>처럼 읽으면서 빠져들게 하는 가독성 좋은 미스터리다. 아무래도 좋아하는 작가님 명단에 올려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