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은색 오즈
남유하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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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국도에서 서쪽 마녀 복장으로 부스지기를 하셨던 남유하 작가님의 신간이다. 제목처럼 오즈의 마법사의 주인공들이 책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도로시의 은색 구두의 주인공이 누굴지 들어가 보겠다.

열다섯 생일이 인생 최악의 생일이라 여기는 로희는 좋아하는 뮤지컬 <위키드>를 보러가서 공연장을 빠져 나온다. 엄마가 죽은 지 석 달 밀에 아빠는 담당 의사 이수진과 결혼했다.

공연장을 나와 정문 기둥 옆에 펼쳐진 좌판에 흘끗 곁눈질로 보는데 마녀 차림을 한 여자가 다가온다. 초록색 얼굴, 검정 고깔모자, 코 끝이 들려 올라간 검은 장화. 여자가 코앞에 은색 운동화를 내민다.

돈이 없다고하자, 선물이라며 신어 보라고 한다. 운동화를 가질 자격이 있다며, 이 신발이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준다고.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고 검은 구름이 몰려오자 여자는 당황한다.

보따리를 둘러메고 빗자루에 올라타고 하늘로 날아가 버린다. 진짜 마녀? 지나가는 사람들은 마녀 따위 보이지 않는 듯 하다. 마녀가 떠난 자리에는 은색 운동화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운동화를 신고 집에 오자, 현관에서 아빠의 차가운 목소리가 날아온다. 로희는 학교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고 받아치고, 얼굴이 벌게진 아빠는 이번 학기만 다니고 그만두기로 했다고 한다.

11년이나 누워있던 엄마를 아빠는 보내줘야 했다고 하자, 로희는 아빠에게 살인자라며 밖으로 뛰쳐나간다. 어느 순간 발이 멈춘 곳은 엄마가 11년 동안 입원해 있던 병원이다.

엄마는 로희가 네 살 때 교통사고를 당했다. 엄마도 잘 돌봐주고 로희한테도 잘 해준 이수진을 좋아했다. 새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도 잘 지낼 수 있었다. 그리고 공연장에 이수진이 나타난 것이다.

병원 앞 벤치에 앉은 로희는 운동화 뒤꿈치를 세 번 맞부치며 파리로 데려다 달라고 외친다. 물이 닿으면 사라지는 서쪽 마녀는 급히 가느라 설명을 다 못했다며 운동화가 그런 곳으로 데려다줄 수 없단다.

들어가 보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 운동화가 그 사람의 머릿속으로 데려다 준다고 한다. 사람의 마음 따위 궁금하지 않다고 하자, 돌려달라고 한다. 생각해 본다고 하자 집에 데려다준다.

로희는 지금도 아빠의 결정이 믿기지 않아 아빠의 마음속으로 데려다 달라고 한다. 도착한 곳은 감정의 옥수수밭 허수아비를 만난다. 로희를 안내하며 아빠의 감정을 설명해준다.

소나기와 까마귀. 아빠가 드러내지 않던 슬픔과 분노다. 허수아비를 따라 기억의 마을로 간다. 건강한 엄마와 네 살짜리 로희, 아빠가 보인다. 녹화된 영상 같다. 아빠의 최근 기억을 찾아 걷는다.

허수아비를 비롯해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의 안내를 받으며 아빠와 새엄마의 무의식 가장 깊은 곳, 그들이 결코 들키고 싶지 않았던 기억의 방에 도달한다. 로희는 전혀 예상치 못한 진실과 충돌하게 된다.

로희의 여정은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마법에 기대어 타인의 진심을 엿보던 로희가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성장해 나가는 성장소설이다.

로희처럼 오해의 장벽 앞에서 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과 그들을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부모들의 가슴에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 은빛 발자국을 남길 것이다.

가볍게 읽기 시작하다가, 잠시 가슴이 먹먹해오고, 끝내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폐암으로 죽은 큰언니가 떠오르고, 저녁으로 먹은 김치볶음밥에 깜짝 놀랐다.

장마가 시작됐으니 서쪽 마녀는 당분간 밖에 나오지 않겠지? 누군가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진 않지만, 오해라면 빨리 풀고, 사랑한다는 말은 망설임없이 표현하고 싶다. 글린다도, 서쪽마녀도 재해석한 동화같은 소설이라 아이, 어른 함께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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