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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달링
요한나 판 베인 지음, 심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6월
평점 :
#마이달링 #요한나판베인 #문학수첩 #고딕소설 #호러소설
루트 같은 혼령들은 행복하고 걱정 없이 사는 이들에게 절대로 끌리지 않는다. 그들은 피든 눈물이든 짠맛을 원한다. 내 곁을 떠나지 않는 친구이자 동반자인 루트는 통제령이다. 어머니는 강령회때 영매술의 매개체로 삼아 이용했다.
하지만 루트가 끌어들인 존재 자체가 없다. 루트는 나를 격하게 보호해 줬다. 다섯 살쯤 되었을 때, 거실 마루판 아래 쪼그리고 앉아 끈을 당기는 역할을 하다가, 정신이 나갈 정도로 무서움을 느껴 울면 어머니는 강령회가 끝나고 때렸다.
루트가 있다고 해도 믿지 않고 미쳐간다고 했다. 루트가 원하는 게 뭔지 안다. 난 최대한 루트를 무시했다. 대개는 조용한 혼령이었고, 루트에게선 가을 냄새가 났다. 썩기 시작한 나뭇잎의 단내다. 루트는 내 피가 묻은 손가락을 빨았다.
이어서 대단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처음으로 말을 했다. 묘하게 아름다운 목소리는 속삭였다. 로스라고. 아흐네스를 만났던 그날, 생리를 했다. 난 루트에게 기댔고, 그녀는 나를 안아주었다.
방문객들의 정보가 수록된 파일은 로스가 공부할 자료들이다. 그 정보를 활용해 그들을 우리 편으로 끌여들였다. 남편 토마스의 죽음으로 방문한 아흐네스 크노프. 사진으로 봐서 그녀가 아름답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눈을 뗄 수가 없을 정도다.
루트가 빙의된 강령회는 잘 짜여진 연극처럼 흘러간다. 아흐네스의 키스에 머릿속이 어지럽고, 제대로 숨 쉴 수가 없다. 유리창에 동화속 늑대같은 미소가 비친다. 루트는 날 지키려고 목구멍에서 확 튀어나와 코와 입으로 분출한다.
루트는 유리창에 비친 혼령을 쫓아갔다 온다. 피에 끌려왔는지, 아흐네스와 함께 왔을 수도 있다. 루트는 아흐네스가 자신을 봤다고 한다. 다시 찾아 온 아흐네스는 큰 돈을 제시하고, 어머니도 아닌 어머니는 로스를 팔아 넘긴다.
어머니는 폐결핵 걸린 시누이가 있고 남편이 죽어서 외로운 거라고, 금방 싫증 낼 거라고. 다시 돌아올거라 장담한다. 이런 악담하는 인간에겐 왜 혼령이 안 보이는 걸까? 루트가 해칠만도 한데.
아흐네스에게도 루트와 비슷한 반려 혼령이 있다.
로스처럼 영매도 아닌데..아흐네스의 늑대 같은 얼굴의 남자, 동반자 영혼은 피터 퀸트다. 헨리 제임스의 소설 <나사의 회전>의 유령 이름이다.
아흐네스에게 느끼는 동질감 이면에는 나직하고도 교묘하게 뒤틀린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 이미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결핵 때문에 뼈만 남은, 아름다운 빌레민은 기묘하다.
아흐네스가 왜 자신을 사서 데려왔는지 이해한다. 아흐네스는 토마스가 다시 돌아오기를 바랐던 거다. 로스의 사명이다. 아흐네스가 행복할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아흐네스가 로스에게 좀 더 솔직했더라면, 발레민은 최악이다. 어떤 것도 사랑이라 정의할 수 없지만, 어떤 쪽도 내겐 그저 잘못된 사랑이라 부르고 싶다. 조현병이 세 명이나 등장하는 소설이니..폴리 아 트루아.
소설 속 로스의 상담 기록이 중간중간 이야기의 흐름을 이어간다. 유리가루에 대해 말할 때는 로스가 흥분해서 면담이 중단되기도 한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의사와 환자의 상담 기록은 전반적인 골격으로 몬태규의 결말로 정리가 되는 듯하다.
더운 여름에 루트만 옆에 있다면 시원하게 보낼 수 있다. 혼령을 보는 사람은 믿는 사람이고, 믿지 않는다면 괜시리 겁을 먹을 필요도 없다. 여름엔 역시 호러만 한 게 없다.
고딕호러에 퀴어를 가미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무시무시한 혼령들이 등장하는데 딱히 무섭지는 않다. 다만 질투와 욕망은 인간 못지않다는 거. 책표지의 그녀가 보이는가. 마이 달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