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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안 사이코
버지니아 페이토 지음, 배지은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6월
평점 :
#빅토리안사이코 #버지니아페이토 #현대문학 #서평단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를 말하는 걸까? 제목에서 사이코가 안 들어갔다면 책표지의 의상이 더 예뻐 보였을지도. 아마도 이 의상의 주인공 얘기가 아닐런지. 그럼 바로 확인해 보겠다.
지붕 없는 사륜마차는 엔저 저택을 향해 새로 온 가정교사가 첫날부터 새 일터에 환상을 품는 걸 원치 않았을 것이다. 진흙 바닥에 부츠가 파묻히며 질퍼덕 소리가 난다. 초가을이다. 냉기가 내리는 계절, 그리고 세 달 안에 이 집 안 사람들은 모두 죽을 것이다.
가정부 에이블 부인의 안내를 받으며 집 안으로 들어간다. 외진 방의 낮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라고 손짓한다. 방을 둘러보니 전에 살던 집보다 불 지르기 더 어렵겠다. 거울에 공허하게 뚫린 눈을 바라보며 바람이 헤집어놓은 머리카락을 다듬고, 뺨에 묻은 얼룩을 닦고 주인님을 만나러 간다.
파운즈 부부는 고래보다도 긴 식탁 한쪽 끝에 앉아 있다. 파운즈 씨가 부인 쪽을 쳐다본다. 그녀가 눈썹을 치켜뜨자 결심이 선 듯 말을 건다. 노티가 온 호프퍼논은 살해당한 아기들이 무더기로 발견된 마을이다. 부부는 이 집 안에서는 어떠한 체벌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한다. 별 감흥없는 만남이다.
위니프레드 노티가 방으로 돌아오니 난롯불이 피워져있고, 트렁크도 올라와 있다. 가방을 열고 가장 소중한 것들이 잘 있는지 확인한다. 오래전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이들의 머리카락 뭉치, 엄마의 브로치, 아버지의 편지들. 엄마는 존경받는 과부인 척 살아오다 여섯 살 때 호프퍼논의 목사와 결혼했다.
파운즈 부부와 노티는 시중드는 하인 없이 아침 식사를 한다. 아이들이 식당에 보이지 않는다. 파운즈 부부는 아이들 교육과 요구사항을 쏟아낸다. 식사를 마치고 아이들을 기다린다. 삿대질을 하며 버르장머리 없는 소년이 들어온다. 그의 누나 드루실라도. 어린 주인이 자신을 소개한다. 앤드루 파운즈라고.
노티는 앤드루와 드루실라의 가정교사다. 그들의 교육내지 보모는 따로 있지만, 보모 노릇에 파운즈 부인의 질투마저 감당해 내야 한다. 추운 밤 개집은 너무 하지 않나. 위니프레드가 화자면서 자신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초반에 했던 말이 설마 가능할까 싶었다.
위니프레드는 열여섯 살 때 자신에게 두려움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도 두렵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다. 태어나면서 끊임없이 죽이려 했던 엄마나 위탁모의 아편에 길들여져서인가. 아님 그렇게 태어난 것일까, 그것도 아님 증오와 복수심이 그녀를 빅토리안 사이코로 만든 것일까?
그녀의 독백, 상상, 그리고 광기는 소설 속에만 봉인되어야 한다. 소설속에서 만큼은 잘했다고, 속이 시원하다고 하고 싶지만..워낙 도가 지나쳐서 죄값이 너무 가벼운 게 아닌가 싶다. 어쨌거나 올해 읽은 미친 X 중에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