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통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9
정용준 지음 / 은행나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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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인줄 알았는데 한껏 여름이 달려와 있다. 소설 <겨울통>은 사계절이 오롯이 담긴 사랑이야기다. 문장 엽서 굿즈가 동봉되어 있다.

나도 인하를 읽고 싶다.
나도 인하의 여백에 뭐라도 그려넣고 싶다.

인하를 사랑하는 누군가의 사랑이렸다. 오랜만에 사랑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이것저것 다 싫고, 사회도 싫고, 어른인 나도 싫은데 프로젝트에서 인하 씨를 파트너로 만난 것은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내가 힘들게 했던 일을 힘들지 않게 잘해낸다. 그의 부드러운 표정을 보고 있으면 절로 마음이 녹지만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반감이 솟구친다.

소랑군민을 위한 '나만의 이야기책'을 만드는 수업에 나는 이야기 파트를, 레지던시 참여 작가인 인하 씨는 그림 파트를 담당하고 있다. 내 수업에서와 달리 인하 씨의 수업에서는 집중하고 디테일까지 살려내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이상해진다. 아이를 귀찮아하는 나는 반성하게 된다.

그는 말할 수 없지만 누구보다 말을 잘한다. 왼손으로 패드를 들고 오른손으로 타이핑을 하면 실시간으로 음성이 나온다. 도서관 직원들과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에서 인하 씨는 농구를 하다 머리를 다쳐서 무언증이라고 밝혔다.

도서관장은 서양 고전을 쌓아 놓고 읽는다. 모르는사람이 보면 노학자로 보이겠지만 겨울통에 걸리기 전까지 책을 읽는 사람이 아니었다. 작년 여름 오른쪽 무릎에 겨울통이 왔고 결국 한쪽 다리를 잃었다. 나는 그 변한 모습이 오히려 좋았다.

인하 씨는 소랑도서관 레시던시 작가로 상주한 지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되면 떠날 것이다. 작가중 가장 정상에 가까운 사람이 인하 씨다. 나머지는 소랑을 떠날 때 똑같이 내게 물었다. 동아 씨는 소랑을 왜 떠나지 않나요?

나는 소랑이 좋다. 도서관이 좋고 산 중턱의 4층 빌라도 좋다. 인하 씨도 여기가 좋다고, 잠깐 머물러야 하는 게 아쉬울 정도라고. 나는 도서관 특강 이후 3년째 소랑에 머물고 있다. 운명처럼 소랑으로 돌아와 소랑의 주민이 되었다.

12월에 태어난 나는 겨울아이 동아다. 그렇다면 인하는 여름 사람일까? 그에게 관심이 생기고 사소한
것까지 연결 짓고 의미를 부여하는 내가 참 별로다. 심심함은 대체로 기분 좋은 감각이었는데 요즘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마도 사랑에 빠진 게지. 인하 씨가 소랑을 떠나면 등대지기가 사라지고, 아이들도 어른들도 아쉽겠지만 누구보다 아쉬운 건 동아다. 밥 한끼 안 먹고 헤어지는게 서운하다 말하고 함께 식사를 한다. 패드를 테이블에 놓고 손글씨로 대화를 한다.

인하 씨는 여름 사람이 아닌 어진 강. 둘은 동갑이고 악수를 나누며 반말을 하기로 약속한다. 만약에 내가 밥 먹자고 안 했으면..2차를 안 갔으면..그날 여기에서 안 잤다면 넌 소랑을 떠났을까?

비로소 사랑이 시작되려는 순간, 운명의 장난처럼 동아는 겨울통에 걸린다. 여름에 발병해 겨울이 되면 녹아 사라지는 병이다. 둘은 슬픔에만 잠기지 않고 남은 시간 있는 힘껏 사랑하기로 한다. 사실 동아를 지켜보고 원한 건 인하다.

겨울통이 흔한 병인가. 도서관장도 그렇고 동아도 그렇고..소설을 읽기전에는 세상 들어본 적도 없는 병명이다. 바이러스의 모양이 육각형 스노우 크리스탈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이 겨울통.

통증이 거의 없다는 겨울통이지만 사랑의 통증도 무관한 소설일까. 사랑할 수만 있다면 겨울통쯤은..
기적은 찾아올 것인가. 함께 극복하는게 사랑인지 아닌지 묻는다면 사랑을 아직 모르는 게 아닐까. 인하의 무모한 여정을 알게 된다면.

라면먹고 갈래요..는 사랑이 변하지만, 겨울통에 걸린 동아와 인하의 사랑은 변함없다. 변함없는 사랑의 위대함이 이 소설의 목적이다. 그리고 이런 소설은 태어나 처음 읽는다. 모두 겨울통을 앓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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