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사랑을 먹어라
세라 마리아 그리핀 지음, 아밀(김지현) 옮김 / 허블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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셸은 엄마의 심부름으로 장을 보고 상점 진열장에 걸린 팻말을 본다. 도움 필요. 조그맣고 눅눅한 꽃집을 운영하는 이 사람 역시 적잖은 도움이 필요한가 보다.

셸은 꽃다발을 카운터에 건네고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묻는다. 여자는 풀타임 보조원을 찾는다고 한다. 팻말을 붙여놓고 두 달이 지났는데 아무도 문의하지 않았다고.

이력서를 보내주면 검토해보겠다고..네브의 어조는 직설적이고 위압적이다. 네브는 쇼핑몰이 곧 폐업할 예정이라고 솔직하게 말한다. 네브는 좋은 사람 같다. 똑똑해 보인다.

셸은 미처 보지 못했다. 네브의 팔에 난 길고 가느다란 멍들을. 그 공간에 있던 어그러진, 불편한 요소들을 셸은 외면했다. 장바구니와 꽃다발을 들고 온 셸을 엄마가 칭찬한다.

셸의 연애만 끝장났을뿐 모두 연애 중이거나 바쁘다. 친구들은 가브와 어중간한하게 친하게 지내고 있고 자신은 입을 꽉 닫아걸었다. 하지만 꽃다발 사진을 올린 다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플로리스트 일을 시작했다고 밝혔지만, 셸이 바랐던 만큼의 열광적인 반응은 아니다. 셸이 네브에 대해 파악하려 애쓰는 시간을 가지다가 꽃다발과 나를 가지고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나는 가물거리는 힘을 끌어내 그들을 관찰한다. 네브가 조각가이고 셸이 견습생이라면, 나는 대리석 속에 갇힌 천사이며, 굶주리고 있다. 그러니 나를 먹이는 일을 알게 된 건, 그에게는 행운이다.

조만간 셸은 자신을 꿰뚫을 새로운 고통을 발견할 것이다. 내가 그리로 인도할 것이고, 그는 틀림없이 따라올 것이다. 화자가 왜 이러나 싶었더니..가게를 드리운 굵은 초록빛 덩굴 식물이라 적잖이 놀랐다.

식인 식물 '아가'는 쇼핑몰의 심장이자 이 모든 걸 지켜보는 화자이다. 네브는 늘 '아가'라고 부른다. 네브는 내게 속하고, 나도 네브에게 속한다. 네브를 이해하고 있던 나와는 달리 젠은 떠났다.

하지만 이젠 네브를 바라보는 셸이 있다. 일에 적응해가는 셸, 둘을 지켜보는 아가. 아가는 이미 셸을 사랑한다. 왜인지 말하지 않지만 셸이 필요하다. 뭔지 알 것 같다. 셸의 앞날이 걱정된다.

그리고 자신의 허기를 채우고자 셸의 민감하고 깨지기 쉬운 마음을 교묘히 이용한다. 자아를 갖게 된 순간 식욕이 시작된 아가. 아가의 끝없는 욕망은 멈추지 않는다. 소설은 공포물로 바뀐다.

영화 루인스가 떠오른다. 식인 식물이 사람이나 전화벨 소리를 내기도 하고, 덩굴이 신체에 침투해 조종하기도 하고, 잡아먹기도 한다. 마야 유적지에서 벌어지는 공포 가득한 영화였는데..

<네 사랑을 먹어라>는 도시 한복판 쇼핑몰 꽃가게를 장악한 식인 식물 아가의 이야기다.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사람을 먹어치우는 장면이 꽤나 잔인하고 엽기적이지 않을까 본다.

신경 말단에 담긴 지식과 뼛속에 든 비밀까지도 먹어치우는 아가가 나쁠까, 아님 그렇게 되도록 놔둔 네브가 나쁠까. 누가 누가 더 잔인한지 내기라도 하는걸까. 여기에 아가에게 잠식당하는 셸까지..

쇼핑몰 폐업 소식을 듣고 정체를 확인하려는 젠이 나타나면서 극을 치닫는다. 흔하디 흔한 식물이 식인 식물이라면 정말 끔찍하고, 대책이 없을 것 같다. 집에 화분 하나쯤은 있을테니 정신 바짝 차리길 바란다. 언제 말을 걸고, 나를 원하게 될지 모르니. 특이한 호러 소설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만족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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