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살해당할까
구스다 교스케 지음, 김명순 옮김 / 톰캣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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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살해당할까 #구스다교스케 #톰캣 #도서협찬

일본 미스터리 추리 소설계의 거장 에도가와 란포로 부터 '트릭의 발명가'로 인정받은 구스다 쿄스케는 '트릭이 없는 소설은 읽을 가치도, 재미도 없다'는 신념으로 다양한 트릭을 창조해냈다고 한다. 요 전에도 일본 고전 추리소설을 읽고 역시 고전 추리소설만의 재미에 푹 빠졌건만 이 책으로 아마도 고전의 세계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만 같다. 핸드폰도, DNA검사도 어느것 하나 발빠르고 정확한 과학수사에 못 미치지만 고전을 읽다보면 놀라운 직감, 통찰력과 뛰어난 두뇌가 읽는 사람을 매료시킨다.

특히나 미스터리 추리소설일 경우는 작가님이 강조하신 트릭과 떡밥은 회수될 때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아둔한 독자에게 치명타를 입힌다. 천재 작가님의 현란한 글 솜씨는 언제나 독자에게 기쁨주고 사랑받는다. 책 소개를 하면서 리뷰 위주로 써왔던 나는..천기누설인 스포는 절대 피하면서 어렴풋이 책제목쯤에 해당하는 스포만큼은 아낌없이 드러내왔다. 입이 근질근질하기도 하지만, 읽기 전과 읽은 후의 감회가 전혀 다른게 제목이기 때문이다.

이번 <언제 살해당할까>도 피해자의 입장에서 내가 언제 살해당할까 걱정스런 의문처럼 짐작된다. 노란바탕의 유령들 특히 분홍색 유령은 귀여운 느낌마저든다. 하지만 책제목의 '당'자가 다른 색인걸 감안해서 읽으면 '언제 살해할까'가 된다. 이 정도야 추리소설을 읽는 팬들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기초지만..이런 단순함을 그냥 넘기는 더 단순한 독자를 위해 살짝 대놓고 알려드리고 싶다. 난 스포의 여왕이니까. 하지만 책 내용만큼은 묵언수행에 들어가 손가락마저도 수행에 이바지하기로 하겠다.

팔천만 엔이 넘는 돈을 부정하게 유용한 끝에 그 사실이 들통날까 두려워 연인과 함께 약을 먹고 동반 자살한 남자 다키시마가 죽은 병원에 우연히 입원한 소설가 쓰노다는 자꾸 이상한 꿈과 흰옷을 입은 여인의 모습을 목격한다. 쇼지 병원 4호실의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이전 환자도 유령을 목격하고 자살했다. 결국 두려움과 호기심에 이끌려 병실에서 벌어진 자살 사건을 오랜 친구인 이시게 경감과 함께 파헤쳐 보기로 한다.

당뇨 합병증으로 생긴 다리 신경통인 쓰노다는 머리로, 이시게 경감은 경찰의 지원도 없이 발로 뛰는 수사. 여기에 쓰노다의 부인 에쓰코는 왓슨이 아닌 수다쟁이 하치고로. 팔천만 엔을 찾는 일에 적극적으로 돕는다. 팔천만 엔의 행방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사건에 깊이 파고들수록 예상치 못한 위험에 빠진다.
범인들이 사건을 복잡하게 만든 잔꾀와 트릭을 하나씩 해결하는 우리의 콤비는 정말 최고다.

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전보나 공중전화같이 옛것이 튀어나온다. 생일이나 연말이면 보내던 전보도 떠오르고, 공중전화도 동전에서 카드로, 문이 설치되기도 하는 변천사를 겪다보니 오히려 고전의 느낌이 더 물씬 풍기는듯 하다. 여러사람이 죽어나가는 미스터리 추리 소설이지만 가볍게 읽기 좋다. 작가님이 서른 번 남짓 다양한 직업을 가지셨다더니 그 경험들이 소설속에 녹아 있는듯 하다. 실제로 심한 당뇨병으로 입원하면서 구상한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다. 작가님의 고백처럼 등장인물들이 수다스런 면이 강하다. 그래서 더 재밌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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