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신 연못의 작은 시체
가지 다쓰오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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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은 있지만, 용신 연못은 아마 처음 듣지? 용신 연못의 작은 시체라니 책표지도 그렇고 억울하고 슬픈 이야기일 것 같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기신 말 때문에 자리를 비워야 하는 도모이치는 미오와 하이타니, 도모쿠라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과학사 분야의 권위자로 저명했던 아버지는 사회주의적 사상으로 정부와 군부의 거센 탄압 대상이었고 결국 출옥 후 세상을 떠나셨다.

혼자 아이 둘을 키우던 어머니는 동생 슈지를 학동 집단 소개지로 보냈는데 거기서 연못에 빠져 죽었다사진 한 장도 없는 동생의 죽음을 새삼 조사하려는 이유는 미안함이 크기 때문이다. 동생은 주변 사람들의 부주의나 태만으로 죽었다.

어머니는 그 불만을 오랫동안 가슴에만 품었다가 임종 직전에 터뜨리셨다. 야마쿠라의 용신 연못에 익사한 게 아니라 동생이 살해되었다고. 다시 한번 제대로 조사해 보자고 결심한 도모이치는 그 시절 슈지와 가까운 사이였던 마키코 씨를 찾아간다.

초등학교 3학년때의 기억을 더듬어 마키코 씨가 들려준 이야기를 듣고 동생의 죽음이 왠지 비밀스럽고 조심스럽게 처리된 기분이 든다. 도모이치는 이 정도 수확에 만족하기로 하고 동생과 그날 함께 초대받아 갔던 게이코 씨를 찾아간다.

도모이치가 만나본 사람 중에 슈지와 두터운 유대감을 쌓았던 혼조 아키라와 인간성 상실에 가까운 구도 노인도 만나본다. 이틀간의 조사로 확실해진 건, 동생의 죽음에 누군가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그걸 밝혀보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인다.

사건을 조사하면서 알게 된 건 그동안 어머니도 아들의 죽음을 원통하게 여겨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히려 했다는 점이다. 도모이치는 23년 전에 동생을 죽인 범인을 알아내고 진상을 밝힐 수 있을까?

작가님의 나이가 살아계셨다면 98세. 시대적 배경도 세계 2차 대전을 겪은 전후의 시점이다. 고전의 느낌이 느껴지면서 추리소설이 갖춰야 할 모든것 복선과 트릭을 고루 갖춘 완벽함 그 자체다.

줄곧 도모이치를 따라 그가 겪는 위기 상황과 위험에 답답함을 느꼈는데 미오 덕분에 속이 좀 풀린다. 권모술수의 대가에 명탐정답게 알리바이 있음을 조작된 가짜인지 간파하는 능력이라든가, 범인을 추려내는 능력도 사건을 보는 시선 자체가 남다르다.

무엇보다 도모이치를 돕고자하는 열정만큼은 최고라고 본다. 하지만 당사자만큼 잘 이해하고 잘 파악할 수는 없다. 도모이치가 풀어내는 사건의 진실은 미오와는 확실히 다르다. 거짓으로 점철된 한 사람의 인생과 가족을 둘러싼 죄의식도 씁쓸하다.

다만 이걸 처음부터 눈치채고 있었던 내 자신이 참..추리소설을 읽을 때는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안믿는 점,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의심병이 통했다고 본다. 또 반전이 묘미인데 이미 반전을 예상하고 기대한다는 점에서 어쩜 반전의 반전은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결론은 완성도 높은 본격 미스터리를 원한다면 딱 맞는 책이라는 것. 다 읽고나니 책표지가 달리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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