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미쓰다신조 #북로드정말 읽고 싶은 책은 읽어야 직성이 풀린다. 여기저기 서평단 신청에 똑 떨어지고 내돈내산이 정답이라 추석 연휴에 읽을 책으로 골랐으니 백배 더 즐기리라. 비채를 통해 알게 된 미쓰다 신조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야 말할 것도 없이 글을 너무 잘 쓰기 때문이다. 미스터리와 호러를 이토록 잘 버무려 쓰는 작가가 있을까? 이번 <화가>는 흉가보다 먼저 나온 집 시리즈다. 할머니와 살게 될 집에 이제 막 이사 온 코타로는 눈앞의 길거리에 기시감을 느낀다. 문제의 원인은 기묘한 존재감을 풍기는 언뜻 거북이를 연상시키는 형태다. 열 채의 집들을 집어삼키려는 괴물처럼 보인다.어릴적 꾸던 악몽이 다시 돌아왔다. 코타로의 앞을 막아선 것은 언제나 똑같은 검은 형체로 꿈속의 존재에게 실질적인 위협을 느낀다. 어째서인지 정체 모를 숲 앞에서 코타로는 두려움에 떤다.코쿠보 가의 말라죽은 감나무 뒤에 숨어 이상한 소리를 내는 정체는 무섭고 기이한 얼굴의 노인이다. 온몸이 꽁꽁 묶인 것처럼 굳어버린 코타로에게 믿기지 않는 말을 한다. 다녀왔냐니...게다가 손목뼈가 부러질 정도로 잡아 당기는데..그때 또래로 보이는 소녀가 나타나 코타로를 부르자 사라진다. 친근하게 다가온 오이카와 레나는 앞으로 들어갈 중학교에서 만날 예정이다.주변 이웃 사람들의 도움으로 이사도 무사히 끝내고 따스하게 맞아주었지만 마을 외곽의 숲과 이 집은 무언가 꺼림칙함을 느낀다. 대체 이곳은, 이사 온 이 땅은, 이 집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작년 가을, 자동차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충격으로 어릴 적에 반복해서 꾸던 악몽이 다시 찾아왔다. 코타로의 마음속에는 안도하는 마음보다 이 집을 수상히 여기는 마음이 다시 싹트기 시작한다.코타로는 숲에 들어 갔다가 이상한 경험을 하고 레나와 공유한다. 아이가 실종된 숲은 '살인자의 숲'으로 불렸다고. 지금은 절대로 손대지 않고 신경도 쓰지 않는, 완전히 무시하는게 불문율이 되었다고 한다.숲속의 그것이 집에도 있는 걸까? 코타로를 공포에 떨게하는 쭉쭉 뻗어오는 팔 괴물. 겨우 피해 보고 있는 것은 잘린 목 같은 실루엣이다. 그것이 네 발로 코타로에게 다가온다.하지만 기어 오는 것은 목 없는 나체의 여자다. 할머니의 목소리가 코타로를 살린다. 역시 네 번째 유령의 집이 여기가 아닌가 의심스러워진다. 목욕을 하면서 또 한번 아기가 나오는 공포 체험을 한다.이렇게 불안하고 무서운 집에서 살아야 하나? 할머니에게 말 해봤자 믿지도 않을 것이고 손자가 이상해졌다고 걱정할 것이다. 자칫 병원에 끌려갈지도..코타로 혼자만이 괴이 현상과 맞서야 한다.이사갈 이유를 찾기 위해 우선 과거에 뭔가 사건이 벌어졌을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현상은 너무도 비정상적이다. 솔직히 모든 것을 털어놓고 레나의 협력을 얻고 싶다.다행히 도움을 주겠다는 레나와 코타로는 집에 대한 비밀을 찾기 시작하는데...결국 10년 전 주택가의 일가족 참살 사건을 찾아낸다. 참극이 일어난 집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무나카타 코타로다.바로 자신을 가리키는 이름에 굳어지는 코타로. 비로소 알게된 자신의 출생과 집의 비밀. 이제 그것의 정체도 확인하기만 하면 되는데...미쓰다 신조는 소리를 글로 쓰는 재주가 있다. 팔에 소름이 돋고 머리끝이 쭈뼛쭈뼛 솟게 만드는 의성어는 상상하게 만들고, 체험하게 만든다. 집이라 함은 고된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평온함의 상징이다. 그런데 그런 집이 공포로 다가올때 더 이상 집은 집이 아닌게 된다. 유령의 집, 아님 괴물의 집. 재앙이 내린 집은 공포 그 자체다. 참극 10주년이 된 그날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그 후로 또 10년이 지난 시점에 찝찝하게 막을 내린다. 집 시리즈는 믿고 보는 만큼 <마가>도 조만간 만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