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긴매듭 #배미주 #정보라 #길상효 #구한나리 #오정연 #사계절춢판사 #서평단'모계 전승'이라는 화두 안에는 아주 긴 세월과 수많은 삶들, 그 질긴 매듭을 뿌리치고 또 붙잡으며 수많은 여성이 만들고 전해온 이야기들을 5명의 작가가 들려준다.이삭은 바람을 안고 걷는다_배미주대형 마트 카트팀에서 일하는 이삭은 몽골에서 왔다. 사내 의료센터 엘사 선생님이 FASD(태아 알코올 스펙트럼 장애)와 불안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수행력이나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지는 건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5년을 돌봐주고 함께 일한 도도반장이 교통사고가 났다. 도도는 이삭에게 부탁을 하는데..엄마한테 버림받은 이삭이 도도씨의 도움의 손길과 온기로 상처를 회복해가는 이야기다.엄마의 마음_정보라완은 아주 어렸을 때 가끔 죽은 아버지에 대해 물었다. 여자가 어머니에게 소리를 질렀다. 여자는 네 엄마는 나라고, 이 여자는 할머니라고 한다. 첫딸이 딸을 낳지 못하면 그 어머니가 죽는다고 한다. 여자는 완을 낳아 엄마를 살렸다고 이제 네 차례라고 한다. 완은 여자 옆의 검은 형체를 보는데..결단코 태어나지 않을 아이를 사랑하는 최선의 방법이 대를 끊는 것이라는 걸 어린 완이 깨닫게 되는 이야기다.행성의 한때_길상효5년 만의 재회로 해린의 소식을 전하는 니나 카푸르 박사는 은서와 해린의 대학원 시절 스승이다. 10여 년 전 해린의 할머니 김윤경 박사는 새로운 생명체를 발견하고 기원이 육지 포유류에 있다는 가설과 함께 사고 소식을 전했는데..문제의 사진속에서 해린을 발견하고 화성으로 온 은서는 종이 아닌 개체를 볼 것이라는 해린이 몸소 그다음 문장을 쓰고 있는걸 묵도한다. 충격적인 세계, 그것이 되려고.거짓말 쟁이의 새벽_구한나리집으로 돌아오던 차에서 정신을 잃은 지효는 한 달을 병원에서 보낸 후 퇴원한다. 그동안 아빠와 엄마는 헤어졌고 집도 예전집이 아니다. 그사이에 뛰어난 지인은 두드러진 학생이 되어가고, 지효는 통증이 찾아올 때마다 원인불명 기록부를 쓰는데..지효는 이모 은조를 엄마로 착각하지만 이런 착각만큼 크나큰 진실이 숨겨져있다. 지효는 자신의 새벽이 곧 오게 될 것을 안다.오랜 일_오정연승주의 퇴근 신호로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영설은 자리를 지킨다. 오늘 밤은 여름 내내 붙잡고 있던 기획 기사를 마감하겠다는 포부다. 동네 방범용 CCTV가 죄다 고장이라는 수습의 전화가 오고 괴한 습격 사건이 발생하는데..반려인의 사망 사건을 기사로 내보내야하는 영설의 이야기와 오래전 수집자들의 존재로 연결해 목소리로 전할 의무를 여성에게 주어진다.5편의 작품 뒤에는 작가님의 문답이 있다. 길상효 작가님의 해린과 은서의 삶 중에서 어느 쪽을 선택할지 묻는 질문에 고민할 것도 없이 해린의 삶이라고 하신 점이 너무 멋지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보며 내 눈을 사로잡았던 것은 항상 늑대였다. 함께 힘차게 달리는 나를 상상해본다.거짓말 쟁이의 새벽에서 지효와 은조가 겪은 고통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다. 지효에게 지금까지 일이 캄캄한 어둠이라면 앞으로 새벽이 찾아오리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차라리 진실을 말해주었다면 거짓말쟁이로 몰리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떤 고통이 더 클지는 모르겠지만 타인의 고통을 온몸으로 느낄 바에야.질긴 매듭은 기어이 끊어내야 할 굴레일지 절실히 이어가야 할 연대일지.. 모계 전승이라는 화두로 오롯이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들이다. 대체로 슬프고 아련한 이야기들이다. <이삭은 바람을 안고 걷는다>와 <행성의 한때>가 기억에 남는다. 정보라 작가님이 여성 독자에게 남긴 한말씀.. "내 삶을 갉아먹는 존재들은 다 버려도 됩니다" 깊이 새겨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