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의 고백
미키 아키코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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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의고백 #미키아키코 #블루홀식스 #블루홀6 #서평단

제목이 패자의 고백이니까 고백하는 자가 패자인건가? 거짓말로 점철된 이야기 속에서 진실 찾기가 가능할지 책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별장 2층 베란다에서 모토무라 씨의 아내와 아들이 추락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한다. 모토무라 씨의 진술은 봄방학을 맞아 별장을 찾았고, 본인은 1층에 쉬고 있는데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났다고 한다.

아침 뉴스를 보고 추락 사망 사건을 접한 편집자 유리코는 미즈카 씨가 보낸 '수기'와 같은 결과가 벌어져서 층격을 받는다. 모자가 사망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해 안타깝지만, 이번 일이 우연한 사고인지 미즈카 씨가 두려워하던 사건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남편이 아내와 아들을 죽이려 한다는 미즈카는 만약 아들과 자신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날이 오면 수기를 공개해 부디 억울함을 풀어달란다. 죽은자는 말이 없다고 했던가? 말이 아닌 글이 명백히 자신의 죽음을 예고하고 남편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며 딸의 죽음, 남편의 본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며 엄청난 사실도 전해준다. 히로키가 통화한 여자는 누구일까? 미즈카와 도모키를 죽이겠다는 약속을 하다니..아무리 친아들이 아니라 할지라도.

사실 여자에 빠질 남자도 아니다. 그럼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살인도 불사하겠다는 것인가. 수기가 결정적인 증거가 되어 히로키는 체포된다. 히로키의 증오 범죄일까? 책표지의 욕조가 뭔가 싶었는데 슬픈 사연이다.

도모키는 할머니 이쿠코에게 메일을 보냈다. 며느리의 수기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쿠코는 도모키가 목숨을 걸고 호소한 글이라는 생각에 경찰에 신고한다. 내용이..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일지 의심스럽다. 수기보다 더한 유서가 아닌가.

그리고 히로키의 진술서. 읽을수록 혼란스럽다. 헷갈린다. 누구 말이 맞단 말인가? 유일하게 일치하는 말은 도모키가 한 짓 뿐이다. 서로를 신뢰하지 않았고 연민만 남은 관계는 불륜으로 이어지고 결국엔 파국을 맞이했다.

미즈카는 양파같은 여자다. 까도 까도 끝이 없다. 하지만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죽은 사람을 상대로 히로키는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 검찰이 구상한 스토리와 이에 대한 변호인의 주장..판사는 어떤 판결을 내릴까?

뛰어난 머리로 잔혹하고 추악한 복수의 시나리오를 쓴 X는 성공이라 말할 수 있을까?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아는 자신을 패자라고 한다. 그래서 패자의 고백이다. 뭔가 씁쓸한 마음에 배신과 질투로 얼룩진 복수의 향연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기만의 살의>와 <귀축의 집>을 통해서 알게된 미키 아키코는 언뜻 평온해 보이는 집에서 살의를 느끼는 순간 공포가 되는 인간의 밑바닥 감정을 잘 표현해 처절하게 슬프고, 지독하게 악랄한 인간 본성의 끝판왕을 보여준다. 이런 반전을 원하지 않았지만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결말이라 독자는 변호사 무쓰기 레이를 만든 작가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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