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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는 프랜시스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25년 8월
평점 :
#가라앉는프랜시스 #마쓰이에마사시 #비채 #비채3기서포터즈 #로맨스소설
월급도 많고 같은 학교 출신도 많아 지내기 나쁘지 않았던 찻잎을 다루는 회사에 있었다. 남자와 헤어지고 형태가 정해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일이 끝나면 요리도 하고 책도 읽고, 음악을 듣는..
월급은 적어도 상관없고 하늘이 넓고, 강이 흐르고, 곰이랑 사슴이 있고, 건조한 눈이 내리는 곳. 훗카이도 가능하면 에다루 부근, 이라고 결정하고 일자리를 찾았다.
안차나이 마을 우체국에서 비정규직 직원으로 일하는 것이 결정되자 게이코는 신변을 정리하고 공용주택을 빌리고, 사륜구동차를 중고로 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게이코가 하는 일은 우편배달 일이다.
강가로 내려가는 도중에 커다란 목조 오두막이 있다. 거기에서 강이 흐르는 소리에 섞여 낮고 신음하는 듯한 기계음이 연속해서 들려온다. 어느 날, 데라토미노에게 소포를 하나 배달한다.
소포가 더 없냐는 데라토미노는 내일 보자는 인사를 건네는데..이틀 뒤 부피가 큰 데 비해 가벼운 소포를 배달한다. 음악을 좋아하냐고 묻는 남자는 일요일에 시간이 있냐며 초대를 한다.
음을 제대로 듣기 위해서 여기에서 프랜시스와 살고 있다고. 남자의 간접적인, 그러나 끈질긴 권유에 반쯤 어이없어하면서도 마음이 끌린다. 이렇게 기름기 없는 상큼한 미소를 띠는 사람을 빤히 본다.
일요일, 뒷마당에 피어있는 하얀 작은 국화를 한 묶음 들고 게이코는 데라토미노의 집에 간다. 먼저 와 있던 에다루의 하세가와 부부는 편안한 분위기의 사람들로 친근한 미소로 맞아준다.
진공관 앰프의 애호가 사이에서는 꽤 알려진 존재인 데라토미노는 부부와 알게 된 것도 그것이 인연이되었다는 것. 그런 이야기가 편안하게 자기소개처럼 나왔다. 부부는 떠나고 게이코만 남는다.
망설임보다 호기심이 조금 더 강한 데다가 데라토미노의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에 끌린다. 둘이 되고도 태도가 한결같은 데라토미노는 저녁을 준비한다. 게이코는 이곳에 있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식사 후 데라토미노가 모은 음을 듣는다. 정말로 눈앞에 그것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사실에 놀란다.
데라토미노는 어디서 녹음한 것인지 알려준다. 게이코는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에 압도당한다.
애당초 왜 이런 음을 모으고, 편집까지 하면서 남에게 들려주려고 하는 것일까. 이제 돌아갈 시간..데라토미노는 다음 주 일요일에도 꼭 오라고 한다. 프랜시스에 대해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고.
딱히 공통점도 없는데 라면먹고 갈래요..하던 봄날은 간다가 떠올랐다. 음악을 사랑하는 두 사람이 연인으로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이 들어서라고 해두자.
둘은 바람대로 연인이 된다.
우체국 국장은 사람을 소개해주려 한다. 게이코에게 소문이 돌고 있다고 조심하라고 한다. 주유소에 갔다가 데라토미노에게 부인이 있다는 말을 전해듣는다. 눈길에 난 타이어 자국이 떠오른다.
하지만 바뀌는 것은 없다. 경찰이 데라토미노를 찾는다. 강 상류에서 누군가 투신자살을 한 것 같다고. 소설 시작이 익사체가 흘러 내려오는 모습이라 미스터리 소설인가 했다. 문제는 태풍이다.
훗카이도 전력 에다루 관내에 정전이 되고 안치나이 마을만은 프랜시스 덕분에 무사하다. 하지만 안치나이의 불빛이 전부 사라진다. 프랜시스가 물에 가라앉은 것이다.
하늘에 별이 엄청나다. 별에는 음이 있다. 빛이 있는 동안 절대로 절망할 필요가 없다. 빛에서 오는 음을 듣는 귀를 잃지 않는다면 살아갈 수 있다. 게이코는 그렇게 믿는다.
계절별로 변화된 자연의 모습들과 오감을 깨우는 연애의 감정이 세심하게 그려져 어른들만의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섬세한 감정이 잘 드러난 문학 작품이다. 사랑하고 고뇌하는 모습이 세련된 필치로 시적 문장으로 이루어져 읽는 내내 잠든 오감이 깨어나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