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산의사랑 #딩옌 #글항아리 #문학동네 #서평단 처음보는 딩옌 작가는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중국 소수민족 둥샹족 출신의 여성 작가다. 책표지가 히잡을 쓴 이슬람 여성이 아닐까.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설산의 사랑 (雪山之戀)이 어떤 내용일지 책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속세의 괴로움>샤오줘는 여러 해를 절에서 지냈고 매년 시험을 통과했지만 번번이 입전 의식은 치르지 못했다. 70여 년이나 출가수행을 하고 있는 어머니의 친고모 라오줘마에게 언제쯤 자신도 입전할 수 있는지 묻는다. 주소를 주며 아버지부터 만나고 와야 한다고 한다.이제 와서 아버지를 만나라는 이유는 그래도 자식인데 사람도리를 아주 저버려서는 안 된다는 이유다. 다섯 살 때 절에 보내진 뒤 첫 외출인데 하필 세밑 추위가 한창 기승이다. 집마다 탁발하며 끼니를 해결하는 고된 여정에 행색은 걸인과 다름없다.찾아간 집에서는 이미 13년 전에 이사를 갔다고 한다. 차를 얻어타고 고모인 쑤쓰화의 집을 찾아간다. 오빠가 집에 돌아오지 않은지 14년이나 됐다고 한다. 그리고 네 아버지는 회족이라고. 회족은 중국 소수민족 중 하나이자 최대 무슬림 집단이다.쑤쓰화는 아버지를 찾는 일을 돕지만 고비를 맞는다. 위안메이는 샤오줘에게 석가모니도 평범한 삶으로부터 깨달음을 얻었다며 결혼을 권한다. 친척들은 밍한의 장점을 늘어놓고 똑똑한 쑤쓰화가 이 골치 아픈 문제를 잘 해결할 거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샤오줘는 아빠를 찾아 빨리 만나고 출가해서 비구니가 되고 싶다. 쑤쓰화가 겨우 찾은 소식은 장사하던 사람들과 다툼에서 죽음을 맞이했고 오빠가 매매한 옛 집의 우물 속에 있다고 한다. 경찰은 펌프로 물부터 퍼내고 시체를 인양한다. 시신은 쑤씨 가문 선산으로 향한다. 백골이 되어 만난 아버지다. 샤오줘는 왔던 길을 따라 절로 돌아간다. 한 번 죽었다가 육도윤회하여 다른 무언가로 다시 태어난 기분이다. 진홍색 승복으로 갈아입고 입고 온 옷은 전부 태워버린다. 예전 컨디션을 되찾지 못하고 알 수 없는 거리감을 느낀다. 잠시 절 밖으로 나갔다온 여파는 경당에서 공부할 때도 시간 낭비라 느껴진다. 예전에 배웠던 것도 무용지물 같고, 이미 혼란에 빠진 샤오줘는 자기 자신조차 설득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날 원한이 샤오줘를 찾아온다. 쑤쓰화가 세상을 떠났다고 전한다. 진홍색 승복 차림으로 도착한 샤오줘는 승복을 벗고 베일을 뒤집어쓴다. 고모는 새로 산 아파트의 창문을 닦다가 추락했다고 한다. 샤오줘는 절에 돌아가지 않기로 한다.샤오줘와 밍한의 혼사가 성사된다. 샤오줘는 혼인 신고를 하기 위해 밍한의 등본을 보고 아버님이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자초지종을 전한다. 밍한은 아무 죄가 없지만 이대로 살 수도 없어 떠난다.설산의 사랑은 7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졌다. 표제작인 <설산의 사랑>은 마씨 집안이 운영하던 골동품 가게에서 일하던 점원 자시가 화재로 목숨을 잃자 조정 끝에 양측은 목숨값으로 합의를 보고 마전이 인질이 되고 고집세고 겁이 없는 융춰와 벌어지는..마전이 백번 천번 우러러보았던 설산같은 사랑이야기다.이슬람 하면 떠오르는 알라, 라마단에 부처와 비구니까지 두 종교가 일상에서 부딪치며 사랑하고, 이별하고 공존하는 삶을 밀도 깊게 그려낸다. <UFO가 온다> 마저 종교로 마무리 한다. 라몐 명인의 <잿물>, 자식에 대한 형태 <늦둥이>, 기부는 사랑이라는 이슬람의 종교세 <자카트> 이야기속 인물들의 서사를 딩옌만의 색깔있고 간결한 문체로 그려내 조금은 낯선 이름들이 익숙해질 무렵 소설은 끝을 향해 가고 있더라는...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아프리카봉선화를 키우는 수선집 여자를 사모하게 된 튀쥔 이야기 <아프리카봉선화>와 어린 손님 얼만의 이야기 <자카트>다.씨앗 한 톨이 발아하고 생장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힘처럼 평범한 삶 속에서 극적인 소재를 선택해 글을 쓰고 있는 딩옌 작가의 매력이 여기에 있다. 클래식한 느낌의 세련된 중국소설을 각자의 관점에서 즐겨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