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여름의왈츠 #원유순 #안녕로빈 #6월항쟁 #민주주의 #인권 #도서협찬 학교 졸업식때 특별 이벤트로 바이올린 축하 연주를 한 은수에게 엄마는 콩쿠르에 입상만 하면 예고 입학 때 가산점읆 받을 수 있다며 성화다. 콩쿠르나 예고 입학 생각만 하면 가슴이 옥죄어 온다. 엄마의 과한 열정이 부담스럽다. 아빠와 이혼후 목숨을 끊으려던 엄마가 활기를 찾은게 교습소 때문인지,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한 꼬마은수였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바이올린 연주자가 되고 싶었던 자신의 꿈을 연수에게 투영한 게 아닌가.콩쿠르 예선이 열리는 연세대에 가기 위해 기차에 오른 은수는 어느덧 신촌역에 도착한다. 매캐한 냄새가 나더니 순식간에 눈물과 콧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린다. 말로만 듣던 최루탄 냄새를 맡는다.은수는 딴 세상에 들어선 듯 잠시 멍하니 자리에 멈춘다. 서둘러 학교 강당 앞에 다다르자 이모가 시위로 인해 무기한 연기되었다고 한다. 이모를 보내고 갈피를 못 잡고 서 있는 은수에게 또래로 보이는 세련된 교복의 아이가 말을 건다.아이의 묵직한 가방은 첼로다. 대전에서 왔다는 도연우는 바이올린과 어울리는 앙상블이라며 거리낌없이 말을 거는 당돌한 성격인 것 같다. 이목구비도 야무진 인상의 연우에게 호기심이 생긴다.연우의 오빠는 전경인데 시위대의 화염병에 맞아 다쳤다고..오빠도 학생인데 이렇게 싸우는 건 시대의 비극이라고. 은수는 데모니 시위니 민주니 독재니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다. 교정은 평화로워 보인다.연우는 이왕 이렇게 된 거 심심한데 연주나 하자고 한다. 곧장 첼로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아다지오 G단조> 테크닉보다는 분위기를 살려야 하는 깊은 감성의 곡에 자신도 모르게 깊이 빠져든다같이 연주하자는 은수의 채근에도 연우는 내키지 않아 잠자코 있는다. 평소라면 마음이 상했을 말을 해도 배시시 웃음이 나온다. 친해지면 가슴속에 담아 둔 속엣말도 털어놓게 될까, 그런 예감이 든다.연우의 오빠 연성은 화염병에 맞아 다친 게 아니고 행방도 묘연하다. 은수의 새로운 선생님 명준은 세상과 거리를 두는 듯한 경직된 얼굴, 그 뒤에 감춰진 비밀이 마치 원주로 도피해 몸을 숨긴 이유가 잘린 손가락과 관계가 있을지 묘한 궁금증을 일으킨다.그리고 명준의 존재가 꽤 특별하게 다가온다. 첫사랑의 아련한 마음과 우정만 그렸다면 그 여름의 왈츠는 통통튀는 청소년 성장소설로 책표지처럼 신선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이 되었을 것이다.박종철과 이한열 열사, 5.18 광주사건을 다루고 있고, 민주화 운동에 나섰던 대학생들의 절망과 고통을 그리고 끝내 이룬 승리의 기쁨을 담고 있다. 87년에 나는 꽃다운 23살이었다. 언니는 서울에서, 동생은 인천에서 데모를 하고 돌아다녔다. 나는 직장을 열심히 다니며 특별 보너스를 받았다. 보도블록이 파헤쳐지고 유리창이 박살나서 받은 보너스다.최루탄 파편이 허벅지에 박힌 동생도, 학교를 휴학하고 집에 들어오지 않는 언니도 엄마는 대학을 잘못 보낸 탓으로 한탄하셨다. 나도 조용히 물들어 있었지만 티를 낼 수 없었다. 그저 방관하는 수밖에.작가는 정치에 무관심했던 자신이 부끄러워 내가 지켜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질문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연우와 은수라는 평범한 여중생들의 시선을 통해 87년 6월 항쟁의 사회 현실에 눈을 뜨고 현대사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 청소년 소설을 집필하게 된다. 나는 그 여름 거리로 나섰던 언니랑 동생이 떠오른다. 옳은 일을 위해, 옳은 선택을 했던 지난날의 시간들이 아련한 추억이 되었다. 이제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는 세상에 살게 되었다고 믿는다. 고문을 자행했던 그 인간들 아직도 숨쉬고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