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닿는 거리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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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터지는 가족 살해 사건. 소설 속에만 등장했으면 하는 끔찍한 사건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 언제나 현실이 상상을 앞서간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이번 소설은 우사미 마코토 여사의 가족의 의미를 묻는 미스터리다. 깊은 울림을 주는..생각이 많아지는 소설일지 책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보름달이 떠 있는 밤하늘을 보며 미유는 꾸물꾸물 움직이는 뱃속의 아이에게 이별을 고한다. 임신 사실을 전하자 준야에게 버림받고, 부모님께 쫓겨난 미유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위해 옥상에 올랐다.

제대로 빗지 않은 머리를 한 아이가 먹을 게 없냐고 한다. 없으면 돈이라도 달라고..아이를 찾아 나타난 소녀는 미유와 나이가 비슷해 보인다. 그뒤를 쫓아온 30대 후반의 여자는 소녀의 손을 잡는다.

그런 일을 해서 돈을 벌면 안된다고..사쿠라를 껴안은 마나미는 부모가 우리를 먹여 살리지 않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한다. 미유는 황량한 옥상에서 벌어지는 소동이 지극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빈혈로 쓰러진다. 결국 죽지 못하고 병원에서 깬 미유에게 명함을 건넨 노나카 지사. 집을 나왔거나 집안 사정으로 머무를 곳이 없는 아이들을 돕는 일을 한다. 지사는 미유에게 감사하다고 한다.

마나미가 아동 상담소에 가겠다고 고집을 꺾었다고 한다. 미유를 도우면서 뭔가를 깨달았다고..고작 중학생 여자아이가 뱃속 아이를 걱정해 줬다는 것도 가슴에 사무치고 운명적인 뭔가를 느낀다.

그전처럼 평범하게 고등학교에 다녔다면 절대 알 수 없는 것들..미유는 자신이 도움이 됐다는 것도 와닿지 않는다. NPO가 아이들을 보호하는 곳이라는 추측이 들자 지사를 따라 나선다.

자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니 모든 걸 털어놓고 싶어진다. 도움의 손길을 보낼 때 가차없이 등을 돌린 남자친구 준야. 화만 내고 아무런 도움도 안되는 부모님.

마음 둘 곳 없는 미유에게 지사는 '그린 게이블스'라는 게스트하우스를 소개해준다. 이야기는 그린 게이블스에서 만난 사람들의 각자의 사연들을 풀어내며 위탁 가정, 입양, 미혼모, 아동 학대, 빈곤 등 현대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조명한다.

상처입은 사람들이 상처입은 다른 사람들을 보듬어 주며 조금씩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린 게이블스'는 빨간 머리앤의 초록색 박공지붕을 얹은 집이다. 매튜와 마릴라 오누이를 연상시키는 이카와와 가나에게는 진짜 반전이 숨어있다.

또 다른 형태의 꽤 복잡한 가족들이 만들어 가는 진짜 '가족'의 의미는 불안한 요즘 우리가 느끼는 진정한 어른과 사랑, 희망을 친절하게 느끼게 해준다. 만약 그린 게이블스가 존재한다면 나도 단골 손님이 되지 않을까.

바다보다 산을 더 좋아하는 내가 미타케 계곡 주변을 산책하고, 숲속을 정처 없이 거닐며 삼림욕을 한다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무엇보다 멋진 노부인 루이코와 험난한 여정을 통해 평온과 화해로 만들어진 그들이 만든 가족들을 만난다면 삶이 더 가치있게 느낄 테니까. 올바른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도 될테고.

미유를 비롯해 도루까지 모든 사람들의 사연들..특히 지사의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예전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을 돕고 있는 자체에 숙연해진다. 어떤 사명감이 느껴져서 일까.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인생을 크게 바꾸는 결정적인 요인은 결국 선택이다.

자신이 선택한 삶의 방식을 오롯이 믿고 살아가는 것. 좋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그 속에서 꿈을 키워가는 것. 그렇게 만들어진 가족이 진짜가 아닐까. 자신이 도움을 받은 것처럼 남을 돕는 마음도, 변함없는 짠한 사랑도 슬픈 반전도 알차게 들어있는 소설이다.

달빛은 비록 약하지만 세상 모든 곳을 비추고 있다. 밤하늘의 뜬 달을 볼 때마다 달빛이 닿는 그 거리의 아이를 생각하면 미유는 더이상 외롭지 않을 것이다. 잔잔하게 스며드는 달빛처럼 사랑도 전해지길..감동 미스터리 소설의 대가답게 울컥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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